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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9
  • 2019.05.10
  • 1503

소득주도성장의 평가, 그리고 향후 방향1)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1.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

 

자의든 타의든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 전반기 대표적인 경제성장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 나아가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심했는데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박수치고 공정한 성장과 형평한 분배를 지지했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아쉽다. 하지만 아직 문재인 정부의 집권기는 절반 이상 남았다. 또 그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공정한 성장과 형평한 분배를 지향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본 글의 목적이다.

 

그동안 하도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논쟁이 심했기에, 이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웬만큼은 알고 있다. 대충 이런 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사람들의 소득을 높인다→소득이 증가하니 소비가 늘어난다→소비가 늘어나니 경기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성장한다.’ 그리고 이론은 그런 식이지만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나름의 평가를 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평가는 이렇다.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인상 탓에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자영업자들은 어려워지고 종업원을 줄이니, 일자리 자체가 감소했다→저소득층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물론 경기 활성화는 요원하다.’ 소득주도성장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은 이렇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측면은 있겠지만, 저임금 일자리 종사자들의 소득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부 일자리 감소가 있다고 해도 이것이 꼭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니 정부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에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는 복지정책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소득주도성장은 이론이 천명하는 것과 실제 작동 결과가 달랐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 이론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면 경기 활성화를 가져와서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이 실제로 경기 활성화를 가져와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얘기는 소득주도성장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하지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생활이 나아졌는지 여부,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를 가져왔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찬성 측과 반대 측의 평가가 갈린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 및 고용에 미친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설사 그 효과가 긍정적이라고 해도, 그래서 경제성장을 이끌었는가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결국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된 것일까. 그렇다면 향후의 성장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2. 소득주도성장 내용 확실히 알기

 

○ 등장 배경은 줄어드는 노동의 몫

한 국가에서 창출한 모든 부가가치를 더한 것이 국민소득이다. 국민소득 창출에는 노동과 자본이 사용된다. 따라서 창출한 국민소득은 노동의 몫과 자본의 몫, 즉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이 점유하는 비율을 말한다.

 

20세기 초반 보울리라는 학자는 장기간에 거쳐 노동소득 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노동소득 분배율의 안정성은 오랫동안 주류 경제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이유는 20세기 중반부터 30년 정도, 소위 선진국 자본주의의 황금기, 산업시대 전성기에는 노동소득 분배율이 실제로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론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이다. 이유는 1970년대 후반부터 30여 년간, 선진국 경제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림1-1> 참조).

 

<그림 1-1> 선진국들의 노동소득 분배율 변화

선진국의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추세는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 추세는 <그림 1-2>에 제시되어 있다.

 

<그림 1-2>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변화 추이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상승 추세였다가 외환위기 이후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사이에 노동소득 분배율은 10%p 이상 하락하였다. 선진국들의 경우는 대략 1980년대부터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추세가 뚜렷해진 데 비해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급속히 하락했으니 20년 남짓 시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이 갖는 함의는 분명하다. 불평등 증가 혹은 소득분배 악화다. 자본소득은 대체로 고소득자에게 귀속된다. 그리고 중하위 계층의 소득은 대부분 노동소득이다. 따라서 국민소득 중 자본의 몫이 증가하고 노동의 몫이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분배가 악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을 분배 측면의 문제로 보는 것은 전통적인 견해이다. 그런데 분배뿐만 아니라 성장 측면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주장이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그리고 이로 인한 소득분배 악화는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임금)주도성장론의 주장이다.

 

○ 성장에는 수요 증대가 중요하다

서구에서 이 이론이 나왔을 때의 원래 명칭은 임금주도성장이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소득도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임금주도 대신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부른다(따라서 이때의 소득은 자본소득을 제외한 노동소득을 지칭한다).

 

임금주도성장론은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를 계승하는 학파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은 경제의 수요와 공급 중에 ‘수요’의 역할을 중시한다. 케인스는 불황기에는 정부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하라고 제안한 학자로 유명하다. 오늘날에는 당연한 상식이지만 20세기 초반의 대공황 시절에는 획기적인 처방이었다. 이에 비해 임금주도성장론은 정부지출은 논외로 하고, 민간 내의 자본과 노동소득 분배율 변화를 통한 경제성장 경로를 제시한다.

 

기본논리는 단순하다.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비를 많이 하고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축을 많이 한다. 즉 소비성향(소득 중 소비 비중)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높다. 그런데 자본소득은 거의 고소득층에게 귀속되며 중하위층의 소득은 대부분 노동소득이다. 따라서 국민소득 중 자본소득을 줄이고 노동소득을 늘리면 전체소비는 늘어난다. 그러면 노동소득분배율 증가→소비 증가→총수요 증가→경제성장의 경로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논리는 80여 년 전에 나왔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몇몇 학자들에 의해 좀 더 세련된 모델로 정착했다. 이들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높아질 때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자본소득 분배율이 높아질 때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본소득 분배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본 투자에 대한 수익, 즉 이윤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윤 증가→투자 증대→총수요 증가→경제성장의 경로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동과 자본의 몫 중 어느 것이 높아질 때 경제성장을 이끄는가는 각 국가의 경제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이들은 노동의 몫 증가가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경우를 임금주도 체제, 자본의 몫 증가가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경우를 이윤주도 체제라고 불렀다.2)

 

○ 과거 한국의 성장전략은 이윤주도 성장이었다

과거 한국의 성장전략은 전형적인 이윤주도, 투자주도, 수출주도 성장이다. 생산 모형을 단순화하면 Q = f(L, K)로 나타낼 수 있다. 노동 L과 자본 K를 투입해서 Q를 생산한다는 말이다. 생산함수 f()는 생산성을 나타낸다. 같은 양의 L과 K를 투입해도 생산성이 높으면 더 많은 Q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전형적인 방법은 연구개발(R&D)에 대한 의 투입, 즉 투자이다.

 

개발연대 초기 노동 L은 넘쳤다. 부족한 것은 자본 K다. 해외에서 빌리기도 하고 국민저축도 독려해서 어떻게든 K를 마련해서 기계장비 수입하고 공장 짓고 사람 고용해서 물건을 만들어냈다. 이걸 팔아서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더 많은 기계장비와 공장을 마련하고 사람을 고용해서 물건을 만들고 또 팔았다.

 

만들기만 하면 팔렸기에 더 많이 만드는 데 집중했고, 이를 위해 투자를 늘려야 했고, 그러려면 국민은 소비를 줄여서 저축해야 했다. 이게 개발연대 이후 최근까지 지속된 성장전략이었다.3) 개발연대 초기에는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였다. 또한 빠른 생산성 향상과 고도성장 덕에 임금도 제법 높아졌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그랬다.

 

○ 더 이상 기존의 성장전략이 작동하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한국의 성장전략은 여전히 이윤주도, 투자주도, 수출주도 성장이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성장률은 낮아졌고 양극화가 진행됐으며 실업률은 높아졌다. 과거에는 잘 작동하던 전략이 이제는 왜 안 먹힐까? 대체 뭐가 문제일까?

 

저성장, 양극화, 실업률 증가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는 탈산업사회라는 사회경제구조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탈산업사회의 특징은 다양한데 그중 하나가 계속되는 기술진보로 높아진 생산성을 뒷받침할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인 과잉생산이 이뤄지고 경기침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현상이 되었다는 점이다(경기침체는 만들어 놓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것, 즉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치는 것을 말한다). 수년 전 유행한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도 것도 이런 현상을 지칭한다.

 

○ 돌파구로 시도한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다

기존의 성장전략이 작동하지 않게 된 후, 돌파구로 시도한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다. 전술했듯 임금주도성장 개념은 80여 년 전에 나온 것이고 1990년대에 정치한 모델로 발전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 세계노동기구(ILO)에서 일하는 몇몇 경제학자들이 이 이론을 재조명하였고, 이것이 한국 학계에 소개되었다.

 

임금주도성장은 경제성장 이론으로는 비주류에 해당한다. 주류는 우리의 기존 모델인 이윤 혹은 투자주도성장이다(수출주도도 주류 모델이기는 하지만 투자주도가 꼭 수출주도일 필요는 없다). 이론적으로 임금주도성장은 이윤 혹은 투자주도 성장에 비해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명확하지 못한 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실증적으로 임금주도 성장전략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사례는 찾기 어렵다.4) 이에 비해 투자주도로 고도성장을 이뤄낸 사례는 우리를 비롯해서, 과거의 일본과 최근의 중국 등 쉽게 찾을 수 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봐야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있다.

 

3. 지금까지의 소득주도 성장을 평가한다면?

 

이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길을 가기 시작한 지 2년 남짓 되었다. 아직 성공/실패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성공에 도달하려면 기왕에 지나온 길에서의 시행착오는 수정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질문을 받으면 십중팔구는 최저임금인상이 너무 급격했다는 것을 지적할 것 같다. 앞에서 논의했듯 지난 2년간 빠르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했으며, 최저임금인상→소비 증가→경제성장의 경로는 구현되지 않았다. 또한,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저소득층의 고용 사정은 어려워져서(최저임금인상이 고용에 어느 정도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과연 노동의 몫(노동 분배율)이 높아졌는가도 분명하지는 않다.

 

확실히 지난 2년간의 빠른 최저임금인상은 시행착오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지난 2년간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은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이는 애초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보는 ‘관점’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거는 ‘기대’에 관한 것이다.

 

1) 소득주도성장의 처방은 견실한 경제성장을 위한 바탕을 쌓는 작업이다

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주장, 즉 정책적으로 노동소득을 높임으로써 총수요가 증가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경제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주장은 중요한 의의를 지니며, 그에 입각한 정책 처방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노동소득 분배율 감소와 그에 따른 양극화 심화는 한국경제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불평등 심화는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한다.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는 수년 전 그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Price of Inequality, 2013)’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불평등 때문에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경제 시스템은 안정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성장 둔화를 겪고 있고, 민주주의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 (…) 미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며, 오랫동안 칭찬받아 온 법치주의와 사법 시스템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면, 국민적 일체감 역시 무너질 우려가 있다.”

 

요컨대 극심한 불평등은 사회 불안정을 가져오고 이는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물론 정교한 경제 모형을 갖추고 엄밀한 실증분석을 한 끝에 나온 주장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 것은 체험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스티글리츠의 주장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더욱더 들어맞는다.

 

○ 이제는 성장전략으로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수요 진작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경제 성장론에 따르면 수요 부족은 단기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일시적인 정부지출 확대로 수요를 늘릴 것을 권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공급 능력(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성장에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며 이론이 없다. 그러나 전술했듯, 이제는 수요 부족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제 공급 과잉 혹은 수요 부족은 만성적인 것이 되었다.

 

나는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이 만성적인 수요 부족의 주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5) 하지만 다양한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며,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이는(혹은 하락을 억제하는) 정책은 수요 부족에 대한 대응책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향후 한국경제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의 역할

소득주도성장이 문재인 정부의 성장전략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인 2017년 7월에 발표한 성장전략을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네 개의 정책 방향 -일자리 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중 하나였다. 그런데 나머지는 주목받지 못하고 유독 소득주도성장만 부각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나머지 것들은 이전 정부에서도 강조해 왔던 것들이며 한국경제의 성장에 중요하다고 일반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들인 데 비해, 소득주도성장은 생소한, 그리고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나머지 세 개를 위한 처방들은 덜 가시적인 데 비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처방인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적 파장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 성장’, ‘공정 경제’를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성장전략의 네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적절하다. 아쉬운 것은 성장전략으로서 ‘소득주도성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에는 소득주도성장을 단기적인 내수 진작책으로 인식한 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소득주도성장론의 처방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 수단 혹은 직접 성장을 유발하는 수단이 아니다. 이는 시장경제가 본연의 기능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기반 구축에 해당한다. ‘공정 경제’가 직접 성장을 견인하는 수단이 아니듯이 소득주도성장론의 처방도 직접적인 성장 견인 수단은 되기 어렵다.

 

향후 한국경제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역할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이렇다. 소득주도성장은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할 것.

 

○ ‘노동소득 분배율’을 중장기 경제 전략의 지표로 설정하고 관리하자

앞으로는 경제 전략을 세울 때, 경제성장률이나 국가채무 수준, 지니계수 등의 지표를 확인하며 관리하듯이 노동소득 분배율도 지표로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소득의 크기는 노동의 ‘가격×양’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이를 관리하려면 하위지표로서 고용량, 임금수준, 영세 자영업자 소득 등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하위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정책수단들을 챙겨야 한다. 즉 종합적인 노동소득 분배율 관리체계를 구축한 후, 이를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노동소득성장론을 가장 그 취지에 맞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한국경제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복지지출 확대도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원래 정부 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만을 고려한다. 그래서 수요 증가를 위한 처방으로 민간 내 노동소득 분배율 증가를 제안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이 민간의 분배 변화를 통한 소비 증가를 강조한 것은, 이 이론이 경제 모델로 등장할 당시인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서구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미 정부지출 비중은 높고 국가채무도 많아서, (일시적인 경기 대응이 아닌)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 대해 재정지출 확대로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불평등 심화도 심각하지만 역시 복지지출 확대로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민간의 노동소득 증가를 통한 수요 증대를 주장한 것이다.6) 한국은 서구와 상황이 다르다. 한국의 복지지출 비중은 서구국가 복지지출 비중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비록 크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복지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탈산업사회에서는 구조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세계화는 이를 더욱 촉진한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20세기 후반 이후 그리고 한국경제에서 1990년대 이후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한 데는 이러한 경제구조 변화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 관리도 시장소득만 대상으로 해서는 한계가 있다. 시장경제의 공정성 회복을 통한 시장소득 불평등 완화와 함께 복지지출 확대를 통한 가처분소득 불평등 완화가 필요하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던(혹은 임금 불평등 수준이 낮았던) 산업사회에서는 복지지출을 통한 불평등 완화의 필요가 적었다. 그때는 시장소득을 상실한 자(은퇴자, 실업자 등)에 대한 소득보장만 신경 쓰면 되었다. 하지만 탈산업사회에서는 시장소득 상실자뿐만 아니라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보전도 중요해졌다. 시장소득 상실자의 소득보장에는 현금급여가 우선하지만,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보전으로는 의료·돌봄·교육·주거 등 서비스 급여가 중요하다. 이러한 서비스 급여 확충은 자신의 소득으로 구매해야 할 서비스 규모를 줄임으로써 다른 곳에 지출할 수 있는 소비 여력을 높여준다.

 

지금 한국경제에는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 아니라도 소득을 주도하는 성장전략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참고문헌

김태일(2017). 한국경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코난북스.

김태일(2018). 소득주도 성장의 평가와 향후 방향. 한국사회정책, 25(3). 175-208.

이병희, 황덕순, 홍민기, 오상봉, 전병휴, 이상헌(2014). 노동소득 분배율과 경제적 불평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2014-04.

스티글리츠(2013). 불평등의 대가(Price of inequality). 이순희 옯김. 열린책들.

ILO(2013). Global Wage Report 2012/13 Wages and equitable growth.

 

1) 이 글은 “소득주도 성장의 평가와 향후 방향(김태일, 2018)”의 내용을 발췌 수정한 것입니다.

2) 여기서 임금주도 혹은 이윤주도라는 것은 수요체제를 의미한다. 그런데 성장에는 수요 증대도 필요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다. 임금주도성장 지지자들은 노동의 몫을 높이면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임금상승으로 소비가 증가하면 투자가 증가하여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임금상승은 노동 절약적인 설비투자 혹은 기술진보를 촉진함으로써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임금상승은 수요증대 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서 경제성장을 이끈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문에서는 수요라는 말을 빼고 그냥 임금주도 체제 혹은 이윤주도 체제라고 했다(물론 이윤주도 체제에서는 이윤 증가가 투자 증대와 기술촉진을 가져와서 생산성을 높인다).

3) 단, 외화위기 이후 가계 저축률은 대폭 낮아지고 반대로 기업 저축률이 높아졌다.

4) 비록 임금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실증연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여러 국가의 과거 통계를 분석해 보니 노동소득 분배율과 경제성장 간에 +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지, 임금주도 성장전략을 채택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5) 내가 생각하는 수요 부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혁신제품의 부족이다. 애플의 혁신제품 아이폰이 엄청난 규모의 스마트 폰 및 그와 연관된 제품과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였음을 기억하자. 이러한 견해는 수요보다는 공급 중시 견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김태일(2017)에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6) 물론 [그림 1]에서 봤듯 70년대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다는 것이 이 이론이 등장한 직접적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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