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4-12-27   507

<안국동窓>국민기초생활보장법 연내 개정 촉구한다

빈곤가구가 1990년대 중반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고, 노숙자도 다시 늘기 시작하고, 생계형 범죄나 자살률도 늘고 있다. 국회에는 기초보장법 개정을 위한 청원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법안이 연내에 반드시 처리되어 서민들의 삶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빈곤가구는 1990년대 중반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전기요금 연체가구가 늘어가고 노숙자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고, 생계형 범죄나 자살률도 늘어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 가구의 한 아이가 장롱 속에서 사망하는, 비참한 사건도 일어났다.

수급자수의 감소, 허울 뿐인 부양의무자 조항 때문

하지만, 우리 사회 최후의 안전망이라고 하는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수급자 수는 2000년 149만명에서 2004년 상반기 139만명으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언뜻 보기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러한 현상은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기초보장제도 자체에 있다. 기초보장 수급권자가 되려면 우선 빈곤해야 하지만 이것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 정부 조사를 보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권자에서 탈락한 사람의 60% 가까이가 실제로는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가난은 그 자체가 네트워크의 단절을 의미한다. 만일 네트워크가 단절되어 있지 않다면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네트워크가 이미 단절된 사람들에게 네트워크를 전제하여 수급권자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수급권자를 신청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의 부양의무자들 역시 가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난한 부양의무자들에게 국가가 강제로 부양의무를 지우게 되면 부양의무자들도 가난해져서 결국에는 이들 역시 수급권자로 떨어질 우려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법, 가난을 대비한 보호장치로서 작용해야

또한, 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가난해야 한다는 기준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격하다. 현 제도에서 가난한 자로 인정받으려면 신청자의 자산이 최저생계비 이하여야 하는데, 신청자 가구의 자산에는 소득은 물론 포함되며 거기에 일정액 이상의 재산은 그로부터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 역시 신청자의 자산으로 간주된다. 특히 이 재산 중 자동차는 차령이 10년이 넘지 않거나 배기량이 1500㏄ 이상이면 자동차 중고가액의 100%가 매달 소득으로 잡힌다.

혹자는 빈곤자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리면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정부가 수급자에게 최저생계비 전액을 준다는 오해도 깔려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 금액을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수급자가 가진 자산과 최저생계비의 차액만을 지급한다.

빈곤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에는 복지제도의 확충을 통해 빈곤자들의 일탈행위를 예방하는 방식과 일탈행위를 처벌하는 방식이 있다. 복지제도의 확충으로 빈곤문제를 예방하지 않을 경우에는 생계형 범죄나 동반자살 등이 증가하여 그에 관련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최근 사형제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우리는 가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사형제’를 폐지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초보장법을 개정하기 위한 청원이 여러 건 계류 중에 있다. 국회의원들의 말처럼 민생법안이 연내에 반드시 처리되어 빈곤 심화의 현실에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의 삶을 돌보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 이글은 12월 27일자 한겨레 <왜냐면>에도 실렸습니다.

남찬섭(서울신학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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