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2-03   4207

[심층분석 5]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문제점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문제점

     




김 종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Ⅰ. 문제제기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10월 27일 보육바우처와 양육수당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하였다. 입법예고기간중인 11월 6일 거의 비슷한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한이 손숙미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안되었다. 정부 입법으로는 2009년도 예산 마련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서인지 의원입법이라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11월 20일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21일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되었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보육의 정의를 보육시설과 가정양육지원에 관한 사회복지서비스로 변경
나. 취약보육 대상에 다문화 영유아를 포함
다. 보육시설 안전공제사업 및 안전공제회 설립 관련 근거 규정
라.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에 대해 양육수당 지원 근거 마련
마. 보육서비스 이용권(보육바우처) 제도의 도입
바. 보육비용 신청, 재산 및 소득 조사, 금융재산의 조사 등 근거 규정 마련
이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보육바우처와 양육수당의 도입이며 보육의 정의를 개정한 내용도 일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Ⅱ. 개정안의 문제점


1. 양육수당 도입의 문제점


법 개정내용중의 하나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해 양육수당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9년도 예산안에도 2009년 7월부터 차상위계층의 0-1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양육수당 도입의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과 이용하지 않는 아동간의 형평성의 문제이다.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시설이용에 따른 재정 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형평에 어긋나기 때문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동양육을 위한 비용 부담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양육수당은 일면 저소득층의 아동 양육을 위해 적절한 지원처럼 보이지만 보육시설 이용여부에 수급자격을 둔다는 점에서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보육서비스가 필요함에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않는) 경우라면 수당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보육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여 적절한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대개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는 비용부담이나 믿고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지원은 우선적으로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며 보육료는 전액 지원이 되므로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추가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양육수당으로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적절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을 회피할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양육수당의 또 다른 문제는 이 수당이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계층적으로 저소득 가구원의 노동시장 참여를 저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동을 가정내에서 양육해야만 수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취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면 과거 보육시설이 없었던 시절처럼 아이를 가정내에 방치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젠더 측면에서 자녀 양육은 여성의 책임이라는 전통적 성역할을 강화시킬 위험도 있다.

노동권과 부모권의 보장-노동과 양육의 병행을 위해서는 보육정책이외의 부모휴가 등의 정책과 연계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육아수당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아동양육으로 인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수당이 보육시설의 이용 여부와 연계되지 않는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이 필요하다.


2. 보육바우처 도입의 문제점


보육바우처를 도입하겠다는 정책의 문제점은 우선 정책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현행 보육료 지원의 문제점으로 보육예산을 시설에 직접 지원하여 부모와 시설간 의사소통이 어렵고 지원체계가 복잡하여 행정업무도 증가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모입장에서는 정부지원의 수혜 체감도가 낮고 정보부족으로 수동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어린이집입장에서는 보육료 신청 등 행정업무로 서비스 향상에 한계가 있고 정부입장에서는 예산지원과 연계된 각종 규제 생산 및 관리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육료 지원에 대한 수혜 인지도를 높이고, 보육료 신청․지급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바우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육비용에 대한 지원은 크게 시설별 지원과 아동별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다시 아동별 지원은 차등보육료 지원과 민간시설을 이용하는 영아에 대한 기보조금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육바우처는 이러한 지원중 차등보육료 지원과 기본보조금을 통합하여 바우처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아동별 지원의 성격에 대한 오해로부터 기인한다. 차등보육료와 기본보조금은 어린이집에 지급되기는 하지만 운영비와 같은 공급자 보조정책이 아니라 보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이용자보조에 가깝다. 다만 지급 형식이 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공급자인 어린이집에 지급할 뿐이다. 또한 지원 방식을 바우처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지원이 새롭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호자입장에서는 비용부담이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이점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굳이 지원방식을 변경하겠다는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호하며 바우처 방식의 효과에 대한 평가도 어렵게 한다.

또한 바우처 방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보육서비스에서는 보다 심각하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 지원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기대되는 가장 큰 효과는 지원받는 보호자의 체감도이다. 바우처로 지급할 경우 정부의 보육비용 지원에 대한 보호자의 인식은 분명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보호자가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용에 대한 체감도는 정부 지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얼마는 부담하는 가에 대한 체담도의 문제이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차등보육료 본인 부담액과 특기활동비와 같은 추가비용이 있다. 보육료는 시․도지사가 고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연령별, 시설유형별, 그리고 시․도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표준보육비용과 정부지원단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추가비용은 심한 경우 보육료와 비슷할 정도로 차이가 많다. 다음 <표 1>은 서울의 한 어린이집의 보육비용을 보여준다. 이에 의하면 특별활동비용이 보육료와 거의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보호자가 이들 특별활동의 일부 또는 전부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보다는 이 특별활동을 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비용부담 때문에 어린이집 이용을 포기하던지 중의 하나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18일 민주당에서 개최한 보육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사례도 마찬가지인다. 30개월된 쌍둥이의 엄마라고 밝힌 한 토론자는 보육료로 월 최하 120만원이 소요된다고 하면서 맞벌이로 월 소득이 지원기준보다 많아서 정부지원을 받지 못해 보육비용 부담이 많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만2세(25개월부터 36개월 사이의 영아)의 표준보육비용은 약 40만원정도이고 이중 10만원정도를 기본보조금으로 지원하므로 2세 아동에 대한 보육료는 대개 30만원 내외로 고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 쌍둥이의 경우는 고시 보육료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추가비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지원을 늘린다고 해도 체감도의 문제나 보육비용 부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육바우처의 도입은 정부지원의 증가없이 지원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보호자의 보육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보육서비스와 관련된 정부와 보육시설의 관계를 보호자와 보육시설간의 관계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게 되면 이에 따라 추가비용의 문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실질적으로 보육료 자율화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혹자는 바우처의 도입과 같은 시장화는 서비스이용자의 착취라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보육바우처 도입의 또 다른 문제는 막대한 관리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09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사업설명회, 시스템구축비 등의 일회적 비용으로 약 38억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업무 위탁비용으로는 약 37억원(6개월분)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 비용이다. 전자바우처 사용을 위해서는 모든 어린이집에 카드결제를 위한 단말기를 설치하는 비용이 필요하며(단말기 가격을 10만원 정도로 산정하면 총비용이 약 30억원정도가 필요하다), 또한 카드 거래를 위한 수수료를 1%로 산정하면 정부지원금만 해도 약 250억원, 보호자부담금까지를 고려하면 약 400억원정도의 수수료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이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보육바우처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보육바우처의 규모는 대상자가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금액이나 대상자 수에 있어서 기존의 사회서비스 바우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이다. 이를 바우처로 전환한다면 기존의 카드업계의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의 큰 규모로서 보육바우처 도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보호자가 아닌 금융기관일 것이다.


3. 보육의 정의 개정의 문제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보육의 정의안에 가정양육지원까지를 포함하도록 개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보육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러한 개념의 변경은 오히려 정책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가정양육지원에 정확히 무엇이 포함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양육수당이나 가정보육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육수당과 같은 지원은 전술한 것처럼 보육정책의 목표와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또 다른 형태의 가정내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도 어머니를 포함하여 부모가 노동하면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아닌 노동하지 않는 어머니의 양육에 대한 지원은 보육정책의 목적이나 젠더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육서비스는 일-가족양립을 위한 중요한 지원 정책이기는 하지만 보육서비스만으로 일-가족양립을 달성할 수는 없다. 일-가족양립을 위해서는 보육서비스 이외에도 육아휴직, 부모휴가 등과 같은 여성, 가족, 노동정책이 조화되어야 하면 이러한 정책은 어느 하나의 제도나 법만으로는 실행될 수 없다. 가정양육지원은 일-가족양립과 관련되어 부모권, 노동권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 두가지 권리는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가정양육지원을 보육법 체계에서 모두 실행하려면 양육수당뿐만 아니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제와 같은 내용도 모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법 체계가 너무 복잡해질 수 있으며, 가정내 양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다 보면 보육정책의 목적과 모순될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이를 하나의 법으로 포괄하기 보다는 제도와 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Ⅲ. 결


현행 보육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민간시설 중심의 보육서비스 전달체계 구축과 정부 지원의 제한이라는 기존의 정책의 문제점들이 누적되어 온 것이다. 이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부모의 보육비용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점에서 보육바우처나 양육수당의 도입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보육서비스는 바우처 방식의 폐해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분야이며, 양육수당은 의도와는 달리 보육정책의 목적과 모순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법 개정안은 폐기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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