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9-15   6595

[동향1]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의 혁신

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의 혁신

 

정병오ㅣ하안종합사회복지관 관장

 

1. 사회복지시설 평가의 파행적 운영

1) 평가제도의 역기능 심화로 인한 이슈화

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가 사회복지현장의 전반적인 운영 수준을 높이고 지역사회 문제 또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커다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평가지표의 문제, 평가 진행상의 문제, 평가결과 활용의 문제 등에 있어서 끊임없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간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역기능이 누적되어 극에 달한 상황에 이르렀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점이다. 따라서 평가제도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에 틀림이 없다.

 

평가지표의 경우 평가시기에 임박해 수개월 전에 지표를 공개함으로써 이미 수년전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또한 현장 평가를 1일 이내의 짧은 시간에 마치게 하고 주로 서류 위주의 평가로 이루어지고 있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페이퍼 중심의 복지실천을 더욱 권장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부족한 영역에 대해 자문해주고 컨설팅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설의 전반적인 운영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본래의 평가 취지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현장에서 평가제도 혁신을 이슈화시키고 제도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주체는 사실 사회복지시설 직능단체가 아니라 사회복지사들의 자발적인 온라인상 모임인 ‘평가를 혁신하자’는 페이스북 그룹(http://www.facebook.com/#!/groups/welup/) 활동이다. 이 모임은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생겼지만, 현재 활동은 온라인, 오프라인 양 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평가와 관련해 현장 실무자들의 거부운동이나 서명이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개입하기 어려웠다. 이 모임은 대표도 없이 모두가 수평적으로 토론하고 활동이나 역할도 자발적이기에 더 열정적으로 의견을 내고 움직이고 있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거나 지시를 받지 않지만 모두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며, 실무자는 물론 기관장들의 참여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2) 평가제도에 대한 현장의 불신 극대화 및 부작용 심화

1999년부터 시작되어 실시되어 온 평가제도는 현재까지 3년 주기로 시행되어 이제 제5기의 사회복지시설 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 2012년의 경우 시설의 숫자가 가장 많은 사회복지관과 노인복지관의 제5기 평가가 있어 사회복지현장에서 현행 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극에 달했고, 이로 인해 평가제도의 변화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설 유형별로 서로 다른 지표를 수립해 서로 다른 시기에 평가를 하는 문제로 인해 현행 평가제도는 평가제도의 궁극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집중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제도임에도 제도의 개선이 임시방편적이고 부분적이어서 이제는 평가제도를 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으로 바꿔보자는 현장의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평가제도의 불신 중에 하나는 평가 인력에 대한 불신도 크다. 특히 사회복지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사회복지학 교수와 공무원의 평가 참여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평가자 간의 편차가 심해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평가 인력에 대한 교육을 보다 심도 있게 진행해야 하지만, 하루 정도의 교육을 통해 그 편차를 줄여내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현재 평가의 대표적인 문제는 평가지표에 대한 불신과 평가 후 시설 서열화를 통한 시설 간 경쟁 심화현상이다. 수십 개의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이를 모두 점수를 매겨 총점화하고 이를 토대로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등으로 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달리 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보통 이런 인센티브는 사업비로 활용하기보다는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직원 워크샵을 가고 있다. 결국 예산 측면으로 보면 크게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는 유인책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지만,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거짓된 평가 결과로 인한 해외 워크샵이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현재는 평가결과가 직접 점수로 공개되지 않지만, 서열화된 등급형식의 통보로 여전히 평가 결과의 공표는 열심히 일한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의 열정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실제로 일을 잘 하고 지역주민의 삶을 변화시켜나가는 데 주춧돌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기관이 평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기관이 의외로 평가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었다. 그 이유는 평가는 소위 페이퍼 웤을 열심히 해서 몇 개월 잘 준비하면 최우수 기관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을 하는 기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과 클라이언트에 대한 애정과 책임의식보다는 평가 결과가 좋게 나와야 하는 부담이 강하게 작용해 존재하지도 않는 사업과 서류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피평가자의 입장에 있는 모든 사회복지시설은 평가 결과가 서열화 되어 발표되기 때문에 기관장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자존심이나 명예에 있어 낙인효과가 있어 시설을 운영하는 동안 계속적으로 따라 다니는 일종의 이력이 된다. 그리고 시설장의 입장에서 법인이나 지자체로부터 질책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더 나아가 시설장의 신분상의 위치에 타격을 줄 수도 있었다. 또한 시설의 재위탁과 관련될 경우 더욱 민감한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재위탁에서 운영법인을 바꾸고 싶을 경우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빌미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단히 민감한 내용이 되고 있다.

 

3) 경쟁 중심의 평가제도의 부작용

평가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 자체가 가져오는 소위 나쁜 경쟁방식이다. 경쟁에는 좋은 경쟁과 나쁜 경쟁이 있다. 좋은 경쟁의 대상은 자신이고, 오로지 자신에게 충실하며 최선의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열정적인 자세와 태도의 경쟁으로 보통 선의의 경쟁이다. 따라서 타인은 이 때 동료이고 동반자이고 거울이다. 반면 나쁜 경쟁의 대상은 타인이다. 사사건건 남을 의식하고 남과 비교하며, 오로지 남을 이기는데 목표를 둔 경쟁이다. 현재의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남보다 더 잘 해서 딛고 올라서겠다는 나쁜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사회복지현장의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이러한 평가의 나쁜 경쟁 속성을 요약해 ‘경쟁평가’로 명명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가 지향하는 좋은 경쟁의 속성을 발전시켜 ‘공생평가’로 명명하고 있다. 공생이라는 용어는 얼마 전 한국에 와서 강연한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강조한 공생발전에서 활용한 용어를 가져온 것인데, 여하튼 현재의 평가는 원래 제도의 취지에서 왜곡되어 경쟁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좋은 사업을 서로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 함께 발전하는 공생평가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의 평가제도는 평가를 통해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최우수평가 시설이 되어야 하고 그래서 더 많은 인센티브와 명예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최우수평가의 기관장은 물론 직원들은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데, 그 중에서 시설의 중요한 프로그램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보다는 방어하는데 더 애를 쓰고 있다. 우리가 그 자리를 넘겨주면 우리는 밀려나기 때문에 우리의 노하우를 비밀로 하고 3년 후를 대비해 마치 신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는 듯이 평가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노력을 하게 된다. 평가라는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노력이 지역주민이나 이용자의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경쟁평가와 관련되어 사회복지사들이 표현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수식어가 입으로 되새겨지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 한다. 제 살 깎아먹는 평가, 남 죽이는 평가, 동료 죽이는 평가,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평가, 비생산적인 평가, 국민을 외면하는 평가, 국민을 기만하는 평가, 지역주민을 외면하는 평가 등이 현장의 실무자의 입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들이다.

 

5) 시설 종사자들의 인권 침해 및 갈등 심화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시설 종사자들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주고 있다. 일선의 사회복지사들은 좋은 평가 결과를 위해 수개월 동안 작심하고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야근과 지속적인 긴장감 및 피로감은 평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어 결국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맹장수술로 입원한 중간관리자가 막바지 평가 준비를 위해 병원에서 노트북을 두드려야 하고, 평가 날에 맞춰 퇴원하기 전 외출해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는 에피소드는 평가가 시설 종사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조직 내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도 많다. 대체로 관리자는 평가 결과를 좋게 하기 위한 부담으로 직원들에게 거짓 프로그램이나 실적 부풀리기를 요청하고 서류를 위조하도록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적극적 지시나 명령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알고도 수수방관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들은 리더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갈등의 골은 깊어지게 된다. 평가의 이러한 파행적 준비는 당연히 평가를 전후해서 많은 이들의 갈등과 상처를 낳고 이로 인해 기관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기관의 최고관리자인 시설장도, 중간관리자도 실무자들처럼 비슷하게 이러한 비윤리적인 지시를 통한 평가 준비를 통해 고뇌를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러한 것에 대한 공개적인 반성이나 내부적인 성찰을 하는 기관의 관리자들도 있다고 한다.

 

6) 복지재정 편차에 따른 지역별 운영 수준 편차

시설 평가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점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별로 부각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는 복지재정의 지방이양에 따른 복지예산의 편차로 인해 기본적인 시설 운영 수준이 지역별로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예산의 편차는 결국 인력 및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에 시설 평가 점수의 근본적인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현재의 복지재정의 지역적 편차가 많은 상황에서 예산의 투자가 비교적 낮은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은 평가점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4기 평가까지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경우 시도에 위임되어 자체 평가를 수행했지만, 현재 제5기 평가는 예외 없이 전국적으로 통합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결국 지역별 예산의 편차는 평가 결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가져오게 만드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전국적인 평가가 시행될 경우 복지재정이 열악한 지역의 시설들은 평가에서 항상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족한 예산, 부족한 인력은 시설 운영의 질적 저하를 낳아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항상 평가 결과가 안 좋을 것이다.

 

 

2. 평가제도의 목적 및 법적 근거

1) 평가제도의 목적

사회복지시설의 평가제도와 관련해 합의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일차적으로 운영의 효율성 및 효과성을 높여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제도는 더 나아가 이차적으로는 사회복지시설의 투명성과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한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및 국민의 복지수준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평가제도가 과연 이러한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 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 평가제도의 법적 근거

평가제도와 관련된 현재의 법령 근거는 사회복지사업법과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이다. 우선 2012년 1월에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의2를 보면, 시설평가는 제1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지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설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시설의 감독지원 등에 반영할 수 있으며 시설 거주자를 다른 시설로 보내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이 조항의 경우 구체적 기준과 방법은 보건복지부령, 즉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즉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에 의해서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의 내용도 살펴보면, 우선 제27조 제1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법 제43조2의 규정에 의하여 3년마다 1회이상 시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평가의 주체가 보건복지부장관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장도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2항에서 시설의 평가기준으로 입소정원의 적정성, 종사자의 전문성, 시설의 환경, 시설거주자에 대한 서비스의 만족도, 기타 시설의 운영개선에 필요한 사항 등 5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기준은 입소정원의 적정성과 시설거주자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로 유추해 볼 때 이용시설보다는 생활시설에 초점을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3항에서 ‘평가의 방법 기타 평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다’고 하여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운영방법은 보건복지부 장관, 즉 보건복지부에 그 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요약해보면, 보건복지부가 평가제도와 관련해 많은 권한과 역할 및 책임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평가제도의 현황

사회복지시설의 평가는 서울시가 1996년 사회복지관 평가를 시행함으로써 최초로 도입되었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전국적인 평가의 제도화는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1999년부터 실시되었다. 시설 유형별로 매년 평가가 진행되어 매 3년을 1기로 해 2010년까지 제4기 평가가 마무리되었고, 2011년부터 제5기 평가가 진행되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는 정부의 1년 단위의 연구용역과제로 시행되었고, 이후 2005년부터는 3년 단위의 위탁형태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주관 하에서 진행되었다. 제5기 평가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사회복지평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3. 평가제도의 개선 대안 및 전망

1) 서비스 최저기준을 활용한 지표 구성

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에서 앞으로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2012년 1월에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에 시설의 서비스 최저기준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은 직접적으로 평가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시설의 최저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향후 평가지표와 연관시킬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현재는 시설유형별로 합의된 기준이 없이 모두 다른 형태의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각 유형별 시설에 적용해 평가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일한 지표인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해서도 사회복지관이냐, 아니면 노인종합복지관이냐 등 시설 유형에 따라 구체적인 지표는 서로 다른 내용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체로 많은 지표들이 시설 유형에 따라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향후 평가지표의 공통지표를 만들 때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언급한 시설의 최저기준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법에는 2013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복지부가 빠른 시일 내에 시설 최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의 최저기준 마련은 향후 서로 다른 유형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통지표로서 활용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준이다. 향후 사회복지전산망에 입력된 내용 및 지자체의 주기적 지도점검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지표는 과감하게 평가지표에서 제외해 최저기준 지표 또한 슬림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로 조직전반 운영에 대한 평가는 통합적인 최저 기준 지표로 다루고, 시설 유형별 특성을 다루어야 하는 서비스 평가는 유형별 특성화 지표를 만들어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 최저기준의 지표화는 평가지표의 사전 공개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시설들은 조직 운영의 시스템이나 프로그램 및 서비스 전략을 장기적으로 구축해나감으로써 평가를 위한 준비가 업무를 통해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인증제도의 장점 활용한 평가제도 운영

현행 평가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 결과의 점수화와 등급제를 통한 서열화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인증제도이다. 인증제는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표를 구성하고 이를 토대로 통과(pass)와 미통과(fail) 방식으로 확인하고 통과되지 않는 지표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되는 방식이다. 부족한 지표에 대해서는 자문이나 컨설팅을 받아 다시 인증을 재신청해 시설 운영을 개선해나가는 방식이다. 인증제는 점수화나 서열화가 없기 때문에 현행 평가의 지나친 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현행 평가제도가 반드시 인증제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인증방식에서 활용하는 통과, 미통과를 적용하는 것이다. 만약 현 사회복지사업법 하에서는 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고, 인증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할 것이고 당장 평가제도 안에서 인증제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인증제 방식이 평가제도보다 더 단순하거나 쉬울 것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오히려 평가제도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비용을 수반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여전히 고민해야 할 부분은 많이 있다.

 

3) 서류 중심의 평가보다 현장 중심의 평가

페이퍼 중심의 평가로 인해 실제 주민과 클라이언트가 평가에서 배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실제 사회복지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접점으로 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장 중심의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용자, 즉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4~8시간의 서류 확인으로는 절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최소 3일 정도의 현장 확인을 통해 서류보다는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접점 현장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비스 접점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 서비스 이용자를 랜덤하게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관찰하거나 전체 이용자의 만족도 조사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류로 작성된 자료는 보충자료로 활용되어야지 평가의 유일한 절대적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용자나 지역주민의 의견이 중점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지표들을 보강하고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운영 시스템이 서류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유효성 검증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서류만 잘 준비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시스템에 대한 확인은 사회복지전산망을 통해 확인하거나 지자체의 지도점검에서 확인된 내용은 평가지표에서 과감하게 삭제시켜야 할 것이다.

 

4) 평가 전담기구의 설립 및 평가 전문인력의 육성

현재 평가와 관련되어 가장 큰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평가에 대해 일차적 책임을 갖고 있지만, 현재 민간단체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위탁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의 담당자들의 순환보직 변경에 따라 평가에 대해 보는 관점이 일관되지 못하고 전문성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평가원을 설치해 시설 평가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 인력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이다.

 

평가제도는 민간 사회복지계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국민들의 복지 향상에 대한 책임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제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중요한 목적을 갖고 있는 제도를 다루는 전담 조직이 아직까지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수많은 학자들과 현장 실무자를 통해서, 그리고 연구논문 발표를 통해서 중요하게 지적하는 문제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추진되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평가제도의 혁신은 제도의 틀을 바꾸는 데에만 있지 않다. 시설 평가만을 전문화되어 연구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전담조직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가장 어려운 부분은 큰 규모의 예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복지부의 실무진들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에 장기적으로 예산 확보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평가제도가 실제로 인증제 방식으로 운영되거나 아니면 현재의 문제들을 개선해나가는 방향으로 변화되더라도 그 변화의 매우 중요한 전제는 인증 또는 평가 전문요원의 양성 및 운영이다. 현장 평가위원의 편차가 매우 큰 문제는 결국 제도적 틀을 제대로 현장에 접목해 줄 수 있는 평가 전문요원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평가 전담조직에서 상근인력으로 전문요원을 양성해나가야 하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실무자를 평가위원으로 참여시켜 전문화된 교육훈련을 그 수준과 편차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5) 경쟁평가가 아닌 공생평가의 활성화

현재 필자도 SNS의 ‘평가를 혁신하자’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으며, 이 모임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연계하고 사회복지직능단체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실무진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추진 중에 있다. 그리고 이 모임은 전반적인 혁신 활동에 대해 모니터링하면서 제도 개선이 마무리 될 때까지 활동을 지속하기로 있다.

 

특정 주체가 문제가 있다는 방식보다는 모두가 함께 파트너십을 갖고 협력해서 모두 원하는 평가제도를 만들어보자는 공생방식을 취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활동을 통해 현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을 취합하고 있으며,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해 혁신활동의 동력을 유지시키고 있다. 또한 제도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회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를 함께 준비하고, 복지부 실무자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사회복지 관련 학회에서 해당 주제가 다루어질 수 있도록 협의하고 준비하는 등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공생평가를 지향하는 평가제도 혁신이라는 것은 복지 서비스의 주인인 국민 또는 지역주민들이 평가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 성과를 얘기하고, 타 기관 또는 타 지역의 실무자도 함께 참여해 프로그램의 성과를 축제 방식으로 공유해보자는 것이다. 현행 평가제도에 주민들과 실무자의 참여를 더 강화해보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축제방식의 공생평가 확산되면 이를 공식적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 페스티벌이나 박람회 형식으로 해 정부나 지자체가 민간기관들과 연합으로 함께 진행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타 기관이나 지역의 실무자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잘 벤치마킹해 자신들의 기관이나 지역에 접목할 수 있다면 현재의 경쟁 중심의 평가보다 사회복지기관의 질적 향상에 더욱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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