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1-16   4361

[심층분석5] 2012 장애인권리확보 이것만은 꼭! – 장애인등급제 폐지, 부양의무기준 폐지, 탈시설전환지원체계 마련 –

임소연| (footact.limso@gmail.com,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2012년부터 장애등급, 소득재산에 상관없이 취학전 장애아동양육수당실시,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이 최저생계비 130% 미만에서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구에 한해서는 185% 미만으로 기준완화, 50명 이상 고용 민간기업과 기타공공기관의 장애인의무고용율 2.3%에서 2.5%로 확대된다. 또한 작년 우리사회를 들썩하게 했던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법인의 공익이사제 도입은 법인 이사 중 1/3(소수점절삭)을 외부추천을 받아서 구성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게 등급을 매겨 서비스를 획일화하고 있는 것, 부양의무기준을 두고 장애인지원책임을 여전히 가족에게만 돌리고 있는 것, 말로만 탈시설자립생활 패러다임을 수용 구체적인 탈시설자립지원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있는 것 등 근본적인 장애인정책 전환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장애인등급제 폐지 – 개인의 서비스 필요에 따른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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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장애등급심사센터 앞 집회 (사진출처:비마이너)

 

정부는 현재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정부에 장애를 등록하고 등록한 장애인을 6개의 등급으로 구분하여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차원과 각도에서 장애등급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존재하고 있다. 첫째,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겨 ‘낙인화’하는 것, 둘째, 사회적 관계를 은폐하고 개인의 몸만을 문제시하는 차별의식을 재생산 하는 것, 셋째, 개인의 삶의 환경과 역사와 욕구가 고려되지 않은 의료적 기준만으로 획일적 측정이 이루어지는 것, 넷째, 장애등급심사 등 등급제를 유지하기 위해 작동되는 시스템에 의해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하는 측면 등이다. 반면, 장애등급제를 옹호하는 논리는 매우 선명하게 한 가지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며, 바로 그것이 장애등급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최대 과제는 다양한 장애유형에 걸친 ‘의학적 형평성’의 확보에 있을 것이다.

 

장애등급 1급만 신청자격이 주어지는 활동보조서비스 경우, 활동보조가 필요한 사람이라도 2급 판정을 받게 되면 활동보조를 신청조차 금지하는 것이 장애등급제이며, 보행이 불편한 사람도 3급 판정을 받게 되면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등)을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장애등급제이다.

 

장애인 각 개인의 서비스 필요도가 아닌 ‘장애인’이라는 범주, ‘장애등급’이라는 행정적 범주 규정이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규정한다면, 개인의 권리는 철저하게 예산의 논리에 잠식당하게 될 것이며, 예산에 의한 서비스 제한과 예산에 의한 권리제한이 정당하다는 환상을 생산한다. 장애인의 수를 줄이거나 장애등급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예산절감이 손쉽게 가능하며, 장애인의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장애등급, 그리고 몸의 기능평가만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 사정(assessment)은 장애인의 환경과 역사와 욕구를 무시한 폭력적 행정이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과 자립생활패러다임이 확산되고 장애인권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그에 걸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구시대적 장애등급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예산절감을 위한 장애등급제가 아니라면, 장애등급과 무관하게 서비스필요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될 일이다.

 

장애인연금과 각종 감면제도와 같은 직간접적 소득지원제도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들이 크게 1-3급 정도를 중증, 4-6급 정도를 경증으로 크게 구분하여 지원을 다르게 하고 있으므로, 크게 중증과 경증으로만 구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한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장애등급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장애등급과 무관한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어떻게 파악하고 실현할 것인가이다.

 

부양의무기준 완전 폐지 – 본인 소득․재산만으로 수급자 선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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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부양의무기준 폐지를 위한 집회 (사진출처:비마이너)

노동시장에 편입하여 노동을 통한 소득확보가 되지 않는 장애인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한 소득보장은 생계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 하지만 이 또한 부양의무기준이라는 제한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양의무기준은 나를 기준으로 위로는 부모, 아래로는 자식의 소득․재산을 조사하여 수급비를 주는 형태로, 내가 가난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양의무제가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효사상이나 부모자식이라는 가족공동체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부모가, 가난한 자식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현대판 고려장과 같은 사건은 오히려 부양의무제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가난한’ 가족은 결국 ‘짐’밖에 되지 않는 사회, 이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수십년을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았다가 지역사회로 자립생활을 하려고 하는 시설장애인에게 부양의무기준은 탈시설의 직접적인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시설에 있는 동안 시설수급으로 살아왔는데, 막상 나오려고 보니 주소지를 이전하면서 수급재심사에 들어가 부모와 자식의 소득․재산을 조사하면서 수급권이 탈락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시설보호를 통해, 장애인을 부양해왔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이 수급권이 탈락된 장애인을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2011년 장애계 가장 치열한 운동은 부양의무기준 폐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쉽게도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이 최저생계비 130% 미만에서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구에 한해서는 185% 미만으로 기준완화 정도로만 개정되었다. 2012년 기초생활보장복지예산을 보면, 5.1% 2012년 기초생활보장분야의 전체 예산은 약 5.1% 증가한 것으로 보이나, 대부분이 의료급여 예산이고 의료급여예산의 증가는 의료비 상승으로 인한 자연 증가분으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수급자 축소(지원 대상을 전년대비 5만5천명이나 감소된 155만명으로 추계), 긴급복지지원 예산이 동결, 기초수급자 양곡할인 지원,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에 대한 생계비 융자 지원 등도 대폭 삭감 등 말만 복지대상자 확대라고 할뿐, 실제로는 지원대상자 수를 축소함으로써 정부의 빈곤 해결 의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장애인이 더 이상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소득보장을 위해 부양의무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탈시설전환체계 마련 – 중앙정부 차원의 확실한 예산 투여 필요

“하루 세끼 밥만 먹던 나는 짐승과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지 않는 나를 보면, 익숙해져가는 그런 내가 무서웠어요. 나는 살고 있는 것인가? 그 시설에서는 아무도 나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죠. “ 

“나는 시설에서 12년 동안 살았습니다. 시설에 있는 동안 미역국만 먹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미역국이 싫습니다.”
– 어느 시설장애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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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탈시설권리확보를 위한 거리서명전 – 시설경험 탈시설장애인이 대시민홍보전을 하고 있다.

‘장애인은 시설에서 사는 것이 왜 당연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탈시설운동은 최근 2-3년 장애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여전히 시설에서는 도가니와 같은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어 시설 내 인권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착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이 탈시설운동이다. 이는 그동안 시설정책으로 일관한 장애인정책을 탈시설자립생활로 전환해야하고 그에 맞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설이라는 공간을 통해 장애인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었던 우리 사회가, 국가의 책임있는 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어떻게 함께하는 삶을 할 수 있는 가이다.

 

2009년 이후 서울시(2009), 부산시(2009), 광주시(2010) 는 관내 생활시설거주 장애인실태 및 욕구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들 조사결과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 욕구는 서울시(57%, 주거 및 서비스 지원시 70.3% 자립희망), 광주(42.3%, 주거 및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시 42.3% 자립희망), 부산(57.6% 자립희망) 약 50%이상이 자립생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소득, 주거, 활동보조 3가지를 꼽았다. 그동안 장애계는 ① 탈시설전환국설치, 탈시설5개년 계획 수립 ② 시설거주인 탈시설을 위한 주거지원 정책 마련 ③ 탈시설정착금 지원 등을 요구하며, 탈시설운동을 전개해왔으나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예산문제를 거론하며, 아니면 서로 책임을 핑퐁하면서 예산을 반영한 구체적인 탈시설지원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만 2010년부터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마련하여 탈시설장애인에게 주거지원을 하고 있으며, 서울, 대구, 경남, 전북, 인천 등에서 탈시설장애인에게 500만원 탈시설정착금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2012년에는 탈시설전환체계 마련을 위해, 구체적 지원을 명문화하기 위한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등 법적 근거를 만드는 투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전 브라질 대통령 룰라는 “왜 국가가 부자들을 돕는 건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건 ‘비용’이라고 하는가?” 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국가의 태도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2012년, 장애계는 등급제폐지, 부양의무기준폐지, 탈시설자립생활전환체계마련 뿐만 아니라, 권리확보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 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한 예산확보 투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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