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7-10-01   533

[칼럼] 2007년 사회복지인의 추석 민심읽기와 자기반성


 
 
                                               류만희(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 야당은 이미 후보를 선출하였고, 당명도 헷갈리는 또 하나의 정당은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를 계속하고 있다. 늘 선거 시기에만 거론되는 단어가 바로 ‘민심읽기’이다. 이번 추석에도 예외가 아니다. 연일 방송에서는 추석민심을 들먹이면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와 경선과정을 무사히 마친 야당 후보의 민생탐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추석민심 읽기는 ‘신정아’, ‘변양균’ 건으로 인하여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하다.


 정치인들의 민심읽기는 명절 마다 되풀이 되어, 일종의 명절맞이 행사인냥 비춰질 정도이다. 정치인들의 민심읽기 방식이 대개가 의정활동 보고, 초·중·고 동문회 체육대회 참가, 종친회 행사, 성묫길 지역주민 만나기, 이밖에도 지역구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 참가, 사회복시설 방문(이 행사는 빠지지 않는다) 등이 일반적이다. 소위 얼굴 내보이기를 통해 유권자(국민)들의 속내를 읽고 있다. 정치들의 민심읽기는 일종의 여론조사 성격을 갖는다. 모름지기 여론조사의 생명력은 조사과정(예를 들어, 표본선정과 문항구성)이 얼마나 철저히 과학적인가에 달려있다. 여론조사의 과학성에 비추어 볼 때 정치인들의 추석 민심읽기는 조사의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비과학적일 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민심읽기, 특히 대통령 선거가 있는 그 해 추석민심 읽기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들 한다. 심지어는 지역구에서 귀동냥해온 민심들을 기반으로 선거 전략의 수정을 가한다고들 한다.


 이번 추석명절 때, 사회복지인으로서 우연찮게 확인할 수 있었던 추석민심 읽기 한토막을 전한다. 추석 전날 저녁상을 물리고 난 후 우리 가족 모임에서는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누구도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읽을 수 있었던 하나의 사실은 ‘무관심’일 뿐이다. 대신에 우리 집안에서는 정치인들의 민심읽기에 버금갈 정도의 사회복지 전문가의 민심읽기 장면이 연출되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집안 어른 중 한분이 슬며시 꺼낸 이야기가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애를 안 낳는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이렇게 애를 낳지 않으면 나중에 늙어서 누가 너희를 부양하겠냐 그리고 국가차원에서도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소위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느닷없이 화제로 떠올랐다.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며느리에 대한 서운한 감정적 질타가 짙게 배어있는 한마디였다. 이에 질세라 나이 든(?) 며느리들의 근거있는 항변이 이어졌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어른들의 감정적 불만이 다소 우세한 상황으로 마무리 되어가는 듯 하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며느리와 시부모들의 의견일치를 보게 되었다. 독자들이 예상하듯 며느리들이 애를 더 이상 낳지 않는 이유가 며느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양자가 동의하면서, 동시에 결국 나라님의 정치를 잘 못해서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차제에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면 며느리들이 애를 낳겠냐는 어른들의 무거운 한마디에 뒤 이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것이 정밀한 정책점검을 거치게 되면 정책적 유용성을 찾기 어려운 것이었다. 다만,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족들 마저도(국민들은) 이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심각한 자기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일 언급된 내용들은, 가족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표본의 한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구조화된 설문도 없었고, 돌발적으로 표출된 의견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추석맞이 사회복지인의 민심읽기에 그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좀 달리 보자면, 우리 가족의 사회복지 민심읽기는 또 다른 형태의 정책대상자의 복지수요 확인인 셈이다. 당일 언급된 아이디어를 그저 사회복지정책을 연구하는 학자의 소신과 철학에 반한다고 해서, 그리고 정책으로서 과학성, 실현가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외면할 문제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더불어 저출산·고령화 문제뿐만 아니라 필자가 그동안 관심을 보여왔던 분야에서 나의 민심읽기가 혹시 형식적이었거나, 연구대상으로만 다루어져 무엇보다도 소중한 삶의 문제를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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