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10-15   3098

[기획주제1] 2013 기초연금 개혁: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정치

2013 기초연금 개혁: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정치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서론 

 

난항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대선 당시 공약과는 달랐다. 노인 30%를 계속 급여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하여 현제도의 70 대 30의 분할을 유지하였다. 또한 기초연금 인상이란 표면적 약속을 이행하되 그 안에 급여액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장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과의 연계, 다시 말하면 국민연금제도를 고려한 기초연금급여의 차등성 강화라는 요소 역시 그 연계의 방식은 다를지언정 인수위안 발표 당시에 한 번 언급된 것이었다. 

2013년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복지정치의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논리를 담고 있다. 정부 기초연금안은 최근 언론에서는 ‘내년 노인 70%에게 기초연금 두 배 인상’으로 간단하게 정리되어 나오지만 여러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노인 절반 가량에 대한 기초연금 급여 인상만큼이나 정부안으로 인해 미래에 강화될 수 있는 기초연금 급여의 불공평성과 기초연금급여의 점진적 감소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전자로 후자를 포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찌보면 익숙한 방식이다. 제도를 장기적으로 축소시키되 일단은 지금 당장 수익을 보는 집단을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제도 변화에 대한지지 집단을 만들고, 축소보다는 현재의 확대를 부각시키게 만드는 것, 이는 복지정책 변화에서 대중의 반발을 무마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제도를 이해하기 어렵도록 복잡하게 만들되,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이익을 주고, 차후에(미래에) 손해를 보도록 만드는 것 조삼모사의 전략이 2013년 기초연금의 정치전략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글에서는 2013년 정부 기초연금안이 의도하는 바와 그 의미를 주로 복지정치의 측면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 내용과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로 논의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2013년 정부 기초연금안의 정치전략을 왜 조삼모사의 정치로 바라보는지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2. 2013 정부 기초연금안의 핵심 내용

 

2013년 정부 기초연금안은 기초연금의 선별 및 차등화안의 변형이다. 소득이 아닌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저보장연금과 유사하다. 정부 기초연금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기초노령연금제도에서 예정하는 것(2028년까지 점진적 인상)보다 빠르게 A값의 10% 수준인 20만원으로 당장 2014년에 기초연금 최고액을 인상한다. 둘째, 수급자를 노인의 70%로 제한하고, 다시 70% 내에서 기초연금 급여의 차등성을 강화한다. 셋째, 기초연금 급여액의 차등화 기준은 ‘국민연금급여 중 균등부분이 반영된 액수, 즉 균등값’이다. 기초연금 급여와 균등값, 결국 가입기간은 역(-)관계를 갖는다. 구체적인 기초연금 급여 산식은 다음과 같다. ‘기초연금액 = (20-2/3A)+10’. 균등값은 결국 소득액, 가입기간을 반영하는데, 소득수준은 균등값에 절대적 급여액을 높여 (+) 효과를 갖는 동시에 전체 연금 급여에서 균등값 비율을 낮추는 (-) 효과를 갖기 때문에, 결국 가입기간이 중요해진다. 즉 소득계층을 불문하고 가입기간이 길면 국민연금 급여액이 높아져서 기초노령연금 수급에 불리하다. 이러한 정부 개혁안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유추해 보자면 저소득층일수록 장기가입자가 적고, 이들이 받는 공적연금 수익 부분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선 실질적으로 저소득 장기가입자 규모가 어떠할지에 대한 예측에 기반하여 판단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액과 가입기간의 연동은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데, 정부 기초연금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불균등함을 내포한다. 하나는 동일 세대 내에서의 격차이다. 2013년 정부 기초연금안은 스웨덴, 핀란드 등의 최저보장연금이 연금 급여액과 연동되어 소득비례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높은 소득으로 단기가입한 자와 저소득 장기가입자가 같은

연금액을 받게 되는 경우에, 기초노령연금액은 후자에게 더 높다. 일례로, 2028년 이후 소득대체율 인하가 완성된 국민연금 제도에서 400만원 소득자가 20년 가입했을 때 국민연금 급여는 60만원인데, 정부안에 따르면 기초연금액은 16.7만원이 된다. 한편 200만원 소득자가 30년 가입한 경우 국민연금 급여는 마찬가지로 60만원이 되는데, 이 경우 정부안의 기초연금액은 10만원이다. 가입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결국 저소득 장기가입자가 새 제도에서는 단기가입자에 비해 기초연금을 덜 받게 된다. 이것이 정부 기초연금안이 성실한 장기가입자에게 불리하다고 언급되는 이유이다. 기초노령연금의 이런 역전현상은 기존의 공적연금제도 운영원칙(성실한 장기가입자에 대한 보호와 수익 제공)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당장의 기초연금 급여인상에 뒷전에 가려질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 국민연금 수급자 규모가 전체 노인의 30% 미만이어서 이러한 가입기간의 영향을 받을 사람 규모는 당장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점점 많아지는 향후에 발생하게 된다. 

 

다른 또 한 측면에서의 불균등함은 현노인세대와 미래 노인세대 사이의 기초노령연금 급여 혜택의 불균등함이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제도에서는 노인 70%에 대해 2028년까지 기초연금액이 A(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 데 비해, 정부 기초연금안은 이를 앞당기고 있어 현 노인세대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미래 노인세대는 국민연금제도 정착 이후에 가입하여 현재 노인에 비해 장기가입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 미래 노인세대의 기초연금액은 현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비해 더 낮아지게 된다. 현 기초노령연금이 유지된다면 2028년 이후에는 어쨌든 하위 70%에 속한다면 A값의 10%(현 20만원)을 정액의 기초연금으로 받게 되지만, 정부 개혁안에 통과된다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A값의 10%에서 삭감되는 기초연금 급여를 받는다.  

 

또한 아직 크게 주목 받지 않았지만 정부 기초연금안에서 기초연금의 최대, 최소 급여를 결정하는 기준인 20만원은 현재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약 200만원)의 10%에 해당하지만, 이 기준값의 실질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새 기초연금 도입 이후 5년 동안 이를 소득이 아닌 물가에 연동하고 5년 후인 2018년에 이를 재정소요액을 고려하여 재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지금 노인에게 20만원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 실질가치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며, 5년 후에는 또 10년 후에는 어찌될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기초연금안에 따르면 기초연금 20만원(A값의 10%)의 가치가 향후에는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이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동하여 초기에는 정부 기초연금안의 재정소요액이 현 기초노령연금제도(2028년부터 A값의 10% 제공)의 재정소요액을 훨씬 넘지만, 2023년부터는 노인인구 수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에도 정부 기초연금안의 재정소요액이 현 기초노령연금제도보다 적어진다. 달리 말하면 정부 기초연금안이 현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비해 미래 노인에게 제공하는 1인당 기초연금액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2013년 정부 기초연금안과 분할의 정치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복지정치의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특성을 갖는다. 하나는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 재정 축소 전략을 취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질적인 확충을 통해 수급자들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안은 2028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초연금액을 지금 당장 올린다는 점에서 현세대 노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바가 있다. 동시에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적어도 2018년부터 작동하는, 기초연금 급여산식의 기준값(20만원)을 조정하는 등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에 어느 정도 이상 가입한 사람들의 비중이 커질수록, 현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비해 은퇴시 기초연금 급여삭감을 영구적으로 적용받는 사람의 비중은 커지게 된다. 즉, 현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비해 훨씬 불리한 규정을 적용받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도록 되어 있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기초연금의 보상을 초기에 집중시키되, 현 정부 집권기가 끝나는 2018년부터 뚜렷하게 급여 실질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제도가 현 정부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 정부 기초연금안은 초기의 높은 보상으로 장기적인 삭감을 가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조삼모사의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 재정 절감 효과와 단기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또 하나 정부 기초연금안의 복지정치적 특성은 연금을 둘러싼 이해관계에 따른 다양한 집단간 분할을 의도한다는 것이다. 노인 내부의 소위 상층과 하층의 30 대 70의 분할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수급자와 비수급자, 장기가입자와 단기가입자, 그리고 현재 노인세대와 미래 노인세대 사이의 분할이 그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분할은 제도 내적 논리에 의한 것으로서 소위 사회통합과는 거꾸로 가는 개혁안이다. 

 

먼저 노인 내부의 분할을 보자. 정부 기초연금안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노인세대에서 70대 30의 분할을 유지하되, 현재 노인세대 중 약 60%에게는 두 배의 급여인상이란 이익을 가져다 준다. 다만 이 경우에는 2018년 이후 급여의 실질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단순화시키면 노인 약 350- 400만 명에게 큰 수익을 제공하되 이 수익은 약 5-10년 정도 지속된다. 또한 여전히 약 200만 명의 노인은 급여 대상에서 배제된다. 현 노인세대에게 이러한 분할적이며, 임시적인 혜택은 이성적으로는 최선의 것이 아니지만 당장의 급여액 인상은 노인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에 대해 현세대 노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부 기초연금안은 장기적으로 청년층 (미래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삭감 폭 크다. 요컨대 현재 노인에게는 관대한 급여를, 미래 노인에게는 급여 삭감을 야기하는 것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이다. 이는 최근 심화될 조짐이 보이는 세대간 대립 구도를 강화시킬 수 있다. 특히 문제는 미래세대가 2028년에 완성되는 국민연금 인하의 효과를 전면화시킨 세대로서 국민연금의 저연금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역시 현세대 노인만큼 기초연금을 통한 국민연금 급여액 보완이 절실한 세대일 수 있다. 즉, 미래 노인세대 역시 공적연금을 통한 소득이전의 총량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노후빈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기초연금안의 현 노동세대 및 청년세대의 기초연금 급여액 하락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민연금 저연금을 기초연금을 통해 보완하기보다는 사적연금을 통해 보완하라는 것이다. 복지정치의 관점에서 뚜렷한 세대 간 갈등의 소지를 갖고 있는 기초연금안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재정동원에 부정적인 함의를 갖는다. 공적연금, 특히 전형적으로 부과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초연금은 재정조달을 하는 노동세대와 노인세대의 연대가 중요한데 현 정부안은 미래세대의 수익에 뚜렷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안은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 삭감안, 특히 장기가입자에게 연동된 급여액 삭감안인데 이는 국민연금 가입을 둘러싼 분할을 야기한다. 이번 개혁안이 장기가입자에게 불리한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 의무가입이 불가피한 노동자들과 가입회피 통로가 열려있는 여타 집단들 사이의 분할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기가입 저임금 노동자들은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를 반드시 충분한 기초연금으로 보완해야 하는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기초노령연금 급여 삭감을 겪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가입회피 문제, 소득 하향신고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제도는 스스로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키고, 스스로에게 굴레를 씌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과 몇 달 전에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국민연금제도의 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식 논의를 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같은 시기에 같은 정부에서 상반된 정책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 것은 혼란스럽다. 

 

4. 의미와 전망 

 

기초연금은 현세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가 지속성을 가진다는 예상 하에 미래세대 노인의 복지와도 밀접한 문제이다. 현재의 노인빈곤과, 현재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조건으로 미뤄볼 때 미래의 노인빈곤 문제 역시 피하기 어렵다. 더 많은 사람이 국민연금에 기여하고, 수급권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노인빈곤 문제 해소에 필요한 대책이며, 또한 국민연금 저급여를 보완하는 기초연금의 역할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3년 정부 기초연금안은 당장의 급여 인상과 2018년까지의 급여 가치 유지를 통해 현 노인빈곤 문제에 임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인 반면에 현 근로세대 즉 미래 노인의 저연금 문제 및 빈곤문제 대응에는 불충분한 안이다. 지금 당장의 급여 인상으로 장기적 삭감을 포장하는 정부 기초연금안의 조삼모사 정치 전략은 초기에는 잘 통용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안 관철 의지를 표명한 대통령 사과까지 이루어진 

 

마당에 정부 입장에서 남은 것은 이 방안을 정당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즉, 정부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연계 기초연금 삭감안’이 아니라 계속 ‘2014년 기초연금 두 배 인상안’으로 불리어지고 규정된다면 조삼모사 전략의 성공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제 정부 법안이 제출되고 기초연금 정치는 원내정치라는 2라운드로 들어섰다. 국회에서는 다른 차원의 복지정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기초연금 개혁 논의는 한국 복지국가가 추구하여야 할 분배 원칙, 실현 방법, 그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다. 특히 공정하며 보편적인 사회복지 재원 확충을 함께 모색하는 데 있다. 기초연금 정치의 2라운드에서는 조삼모사의 전략에 정치력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약 실현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국민들에게 보여지고, 기초연금 확대 및 재정조달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정치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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