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4-10   6426

[포커스 1] 최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내용과 의미

1. 서론

지난 2003년 7월 30일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됨으로써 사회복지사업법은 제정 이후 모두 여덟 번의 개정을 보게 되었다1). 각각의 개정은 모두 나름의 근거와 지향성을 가진 것이었는데, 예컨대 사회복지사 자격증제도에 관련된 개정들이나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과 복지사무전담기구의 설치에 관한 규정의 도입, 재가복지의 도입, 시설평가제와 국가고시의 도입, 기타 시설운영과 관련된 수차의 개정 등은 전체적으로 사회복지사업의 공정성과 적정성, 투명성, 전문성을 제고하는 지향성을 가진 것으로 법개정이 시도되던 당시의 제도 발전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법개정이 가져온 사회복지사업의 변화보다 더욱 큰 변화를 예고하는 내용이 지난 2003년 7월 30일의 개정(이하 “7・30 개정”)에 담겨 있다. 더욱이 7・30 개정의 내용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된 혹은 사회복지서비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시책추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 개정내용이 현실화할 경우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7・30 개정 당시에는 그 개정내용의 일부를 둘러싼 논의는 있었지만 정작 개정의 본질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별 다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사회복지사업의 변화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던 과거의 법 개정시 그 내용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과 비교할 때 매우 기이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서는 7・30 개정의 본질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된 일련의 정부시책을 함께 고찰함으로써 7・30 개정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2. 주요 개정내용과 평가

7・30 개정은 일부개정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사실상 그 내용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의 개념과 위상, 전달체계 및 제공구조 등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만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그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사회복지사업법의 목적(법 제1조)에 지역사회복지 체계의 구축이 포함되는 변화가 이루어졌다.

② 법 제2조 정의에서 사회복지사업의 정의 외에 사회복지서비스의 정의(제4호)와 보건의료서비스의 정의(제5호)가 추가되었다.

③ 사회복지서비스와 보건의료서비스의 연계 제공, 즉 이른 바 보건복지연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법 제4조 제2항).

④ 해당 지역의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중요 사항과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심의・건의하며 보건복지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시・군・구에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두도록 하였고(법 제7조의2) 이에 따라 시・군・구에 설치된 사회복지위원회를 폐지하고 이를 시・도에 설치하도록 하였다(법 제7조).

⑤ 시・군・구와 시・도 차원의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을 명시하고 이는 지역보건의료계획과 연계되어 수립되도록 규정하였다(법 제15조의3부터 제15조의6).

⑥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라는 장(법 제2장의2)을 신설하여 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과 복지요구조사, 서비스 제공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였으며, 사회복지서비스의 현물급여원칙을 규정하고 이용권(voucher) 제도도 규정하였다.

⑦ 위의 ⑥에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시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에 맞는 보호대상자별 보호계획의 수립을 규정하였다(법 제33조의5).

⑧ “재가복지”라는 장(법 제3장의2)을 신설하여 가정봉사서비스와 주간・단기보호서비스 등의 재가복지서비스 제공 및 가정봉사원 양성을 규정하고 재가복지 우선원칙을 규정하였다.

이 외에도 개정된 조항이 더 있으나 여기서는 주로 7・30 개정시 신설된 조항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는데 이들 중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설치 규정(④)과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 규정(⑤), 그리고 보호대상자별 보호계획 수립 규정(⑦)은 시행일이 2005년 7월 31일부터이며 나머지는 2004년 7월 31일부터이다(부칙 제1항).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관련해서는 7・30 개정 당시 논의가 있었으므로 여기서는 용어의 정의와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 재가복지에 중점을 두어 논의하기로 한다.

(1) 용어 정의의 개정

7・30 개정법에는 사회복지서비스와 보건의료서비스에 관한 정의가 추가되어 있는데, 사회복지서비스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에게 상담・재활・직업소개 및 지도, 사회복지시설의 이용 등을 제공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 보건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보건의료인이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중 사회복지서비스에 관한 정의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4호에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의 정의를 그대로 옮겨온 것인데 다만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사회복지서비스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에게 상담・재활・직업소개 및 지도, 사회복지시설의 이용 등을 제공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라고 되어 있는 것이 7・30 개정법에는 “ ・・・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여 후단부가 약간 수정되어 있다.

주지하다시피 사회보장기본법은 우리나라 사회복지관련법의 총칙의 역할을 하는 기본법에 해당하며(윤찬영, 2001, p. 370) 이 법에서 말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관련복지제도와 함께 사회보장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따라서 사회보장기본법에서 말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체계의 한 요소로서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 등의 소득보장체계와 구별되는 것으로서의 서비스체계전반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복지서비스는 현행 법체계로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그 법률적 표현을 얻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보장기본법의 하위법률이지만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의 기본법에 해당하는 것이다(윤찬영, 2001, p. 399). 또한 일반적인 용법에 비추어 볼 때 사회복지사업은 영어의 social welfare service를 번역한 것이고 또 social welfare service는 사회복지서비스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 규정된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정의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를 좀 더 구체화하여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 사회복지서비스와 사회복지사업은 구체성의 정도를 달리 할 뿐 내용상 동일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7・30 개정법에 새롭게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는 기존 법률에 규정된 용어와의 관계에서 그 위상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지 매우 곤란한 문제를 야기한다. 사회복지사업법에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는 “사회복지사업”의 상위개념인가 아니면 하위개념인가? 또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와 7・30 개정법에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의 상대적 위상은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7・30 개정법의 사회복지서비스를 규정한 조항에는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여 지원활동 내지 지원과정이라는 의미가 좀 더 강하며 이는 사회보장기본법에 제도 내지 규칙이라는 의미가 강한 “지원하는 제도”라는 규정과 약간 차이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사회복지서비스”와 “사회복지사업법상의 사회복지사업”,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상의 사회복지서비스” 간의 관계문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7・30 개정법의 사회복지서비스에 관한 정의 중 사회복지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은 지원활동 내지 지원과정의 항상성이나 상시성을 표현키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런 점에서 신설된 사회복지서비스의 정의는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개념적 혼란은 그러한 장점을 퇴색시킬 수 있는 문제이다. 이와 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사회복지서비스를 사회복지사업이라는 용어로 바꾸고 또 그 규정내용도 사회보험・공공부조 등의 소득보장 및 관련제도와 구별되는 원리에 의해 사회복지체계 전반을 구성하는 하나의 독자적인 구성요소로서의 의미를 갖도록 수정하고2), 이에 비추어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정의는 제도 내지 사업으로서의 의미를 갖도록 규정하고, 사회복지서비스는 그러한 제도 내지 사업의 틀 내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활동이나 과정으로 규정하는 등 일련의 개정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2)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

아마 7・30 개정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과 제공에 관한 별도의 장을 신설한 부분일 것이다(법 제2장의2 제33조의2부터 제33조의7). 개정법에 의하면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와 그 친족 및 그 외 관계인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3), 보호대상자로부터 보호의 신청을 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은 복지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복지요구조사를 하도록 하고 그 조사내용은 신청인의 복지요구와 관련된 사항, 보호대상자 및 그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근로능력 및 취업상태, 기타 보호실시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요구조사결과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은 보호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보호실시가 결정된 경우 보호대상자별 보호계획을 수립하여 이 계획에 따라 보호를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4). 또한, 보호의 방법은 현물급여를 원칙으로 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국가・지방자치단체 이외의 자에게 보호를 실시하게 하는 경우에는 보호대상자에게 사회복지서비스 이용권(voucher)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개정내용은 우선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책임이 지방정부(기초자치단체)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사회복지사업법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복지증진의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지만 7・30 개정법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책임이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아직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므로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개정법의 내용만으로 볼 때에도 이는 영국의 시봄 보고서(Seebohm Report)에서 제안한 것과 같은 지방정부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LASS; local authority social services) 확립과 유사한 기조인 것으로 보인다5). 그렇다면 이러한 개정내용은 길버트와 트렐(Gilbert and Terrell, 1998, 6장)이 말하는 전달체계 개선전략 중 조정전략의 중앙화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서비스 전달체계에 있어서 매우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또한, 이 개정에서는 경제적 지원이 아닌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과 관련하여 신청과 조사, 제공여부의 결정, 제공계획의 수립을 규정하여 향후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급 및 수요와 관련하여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지원을 신청하고 그와 관련하여 조사를 받는 것은 비교적 익숙한 절차이지만, 현금이 아닌 상담 등의 서비스를 신청하고 그에 따라 진행될 인테이크와 조사・진단, 개입의 절차는 아직은 생소한 편이다6).

개정내용 중 이용권 제도는 그것의 실시와 관련하여 매우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책임을 지방정부에 두도록 규정한 것이 전달체계 개선전략으로 중앙화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이용권제도는 전달체계 개선전략과 관련해 볼 때 의도적 중복(purposive duplication)에 해당하는 것으로 서비스 공급자들 간의 경쟁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갖는다(Gilbert and Terrell, 1998, 6장). 일반적으로 중앙화 전략과 의도적 중복 전략의 지향성은 상충한다. 즉, 중앙화는 서비스 전달과 관련된 제반결정권한을 서비스 공급자에게 집중시키는 것으로 서비스 향상의 소재가 공급자에게 있다고 보는 전략이며, 의도적 중복 전략은 공급자 간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서비스 전달과 관련된 권한이 공급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서비스 향상의 소재가 권한집중이 아니라 경쟁에 있다고 보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서 중앙화 전략은 서비스공급자를 신뢰하는 기조를 가진 것인 반면 의도적 중복 전략은 그런 기조를 갖지 않는 것이다. 결국 7・30 개정법의 사회복지서비스 실시에 규정된 서비스전달체계 개선전략은 공공부문의 공급자에게는 그들이 가질 권한을 강화하는 반면 민간부문의 공급자에게는 그들이 가질 권한을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개정법에서 의도하고 있는 보건복지연계 등을 강화하는 데에는 분명히 공공부문 공급자의 권한 강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중앙화 전략에 입각한 전달체계 개선은 일정부분 의의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전달체계 개선전략이 반드시 한 가지로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현재 7・30 개정법에 규정된 전달체계 개선전략은 전제 자체가 상충하는 전략이 혼합된 데다 우리나라와 같이 공무원과 민간복지기관 간의 관계가 위계화된 상태에서 공공부문 공급자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고 민간부문 공급자의 권한은 경쟁을 통해 제한하는 전략이 취해지게 되면 공사관계의 위계화가 더욱 심화될 소지도 있다. 게다가 이용권의 활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비물질적 서비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관련된 이해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또한, 개정법에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방법 원칙을 현물급여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행 사회복지사업에 포함되는 하위법률들에 규정된 각종 현금급여제도(각종 수당들)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조정 작업이 시도된다면 이는 그 조정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더라도 곧 바로 공공부조 및 기타 현금지원제도와 사회복지서비스 제도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사회복지서비스의 성격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의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라는 최종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 그리고 관련 복지제도 간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그러한 각종 복지제도에 관계된 공공부문 및 민간부문의 제공주체들 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제공주체와 시민들 간의 복지혜택을 둘러싼 관계는 권리 의무관계는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와 같은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며, 이 과정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재가복지

재가복지와 관련해서 7・30 개정법에는 이에 관한 장을 신설하여(법 제3장의2 제41조의2부터 제41조의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보호대상자에게 가정봉사서비스와 주간・단기보호서비스 등의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은 보호대상자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시설입소에 앞서 재가복지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가 결정된 보호대상자를 자신의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는 자에게 보호자의 부담경감을 위한 상담 또는 금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재가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가정봉사원을 양성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였다.

재가복지는 1992년 개정 때 사회복지사업의 정의에 추가되었는데 7・30 개정에서 이것이 별도의 장으로 규정됨으로써 강화되었으며,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설치나 지방정부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책임의 부여 등과 함께 지역사회중심의 서비스 체계 구축을 의도한 것이다. 지역사회중심의 서비스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의를 가질 수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입소의 욕구는 존재하므로 복지시설이 현 상태로 충분한 정도인지, 그리고 재가복지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려 할 경우 그것을 뒷받침 할만 인력 등의 인프라가 정비되어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호실시가 결정된 보호대상자를 가정에서 보호하는 사람에게 상담 및 금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예컨대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고 있는 사람이 만일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하였을 경우 그 당시 돌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나 고려하여 보호실시 여부를 결정할 지(금전적 지원 등을 통해 해당 보호자의 가정에서의 보호를 계속 유지토록 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정부의 책임 하에 보호를 제공키로 결정할 지) 또 보호실시가 결정된 경우 해당 보호자가 자신이 가정에서 제공하던 보호를 중단케 유인할 만한 수준의 보호를 정부가 제공해야 할 것인지 등과 관련해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재가복지의 제공인력으로 가정봉사원을 양성할 경우 그 양성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지, 가정봉사원의 자격요건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정부가 2007년부터 도입하려 하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의 재가요양인력과의 역할조정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7・30 개정법에 신설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아직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보아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만 보더라도 그 내용은 기존의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와 서비스 제공구조에 일대 변혁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일 뿐만 아니라 변혁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청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7・30 개정법에 신설된 내용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무소 사업이나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들이어서 그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3.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과 공적노인요양제도

현재 정부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2년간 6∼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 시범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사회복지사무소 확대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보건복지부, 2004). 현재 사회복지사무소의 모형은 대도시형, 일반도시형, 농어촌형의 3가지로 분류되어 있고 각 모형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공공부조업무와 서비스업무, 그리고 지원업무가 사회복지사무소의 기능 내로 포괄되는 것은 모형에 관계없이 동일하다.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에 관한 정부의 기본계획은, 사회복지사무소를 복지에 관련된 기존의 기관들, 즉 지역사회복지관, 사회복지시설, 보건소・의료기관, 시민단체, 자원봉사센터, 자활후견기관 등을 연결하는 중심기관으로 자리 매김하고,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통해 복지 관련기관들과 사회복지사무소 간의 연계를 보다 원활히 하겠다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사무전담기구 설치에 관한 법률적 근거는 1992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때 마련되었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이 실시된 바도 있어서 사회복지사무소 안은 1990년대 초부터 진행되었던 시도들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무소 안은 7・30 개정법에 신설된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나 재가복지의 제공과 같은 규정들에 의해 서비스의 실제 전달에 관련된 구조적 변화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건복지사무소 안보다 향후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에 더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사무소가 설치된다면 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과 서비스 제공여부의 결정을 위한 복지요구조사, 복지대상자별 복지계획의 수립과 그에 따른 서비스의 제공은 모두 사회복지사무소의 실질적 책임 하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무소가 실제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경우 이는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의 연계를 크게 강화할 것이다. 즉, 공공부조대상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들에게 제공되던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가 서로 밀접히 연계되면서 제공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방향이라 생각된다. 민간복지기관, 특히 사회복지관은 그간 정부가 당연히 담당했어야 할 공공부조대상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기능을 수행하여 왔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서비스는 말로는 보편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 대상이 공공부조수혜자에게 한정되어 있어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온전한 발달이 저해되어 왔기 때문이다(이현주 외, 2003).

하지만, 사회복지사무소가 공공부조기능과 서비스기능을 연계하여 제공할 경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크게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7). 정부의 계획대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사회복지사무소가 맡는다고 할 경우라도 전담공무원이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 서비스 제공을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며, 아마도 실제 서비스 제공은 가정봉사원이나 자원봉사자 등 다른 인력이 수행해야 할 것이고 전담공무원은 이들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업무는 현재 사회복지관의 복지사들이 주로 하는 업무와 그 대상이나 내용 면에서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향후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사무소가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기능을 맡게 될 경우 지역의 자원봉사인력 등 각종 자원이 사회복지사무소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렇게 되면 자원봉사자 풀이 그렇게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할 때 사회복지관은 어떤 방향으로든 그 사업과 기능을 조정해야 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사회복지서비스 이용권 제도도 사회복지사무소와 사회복지관의 역할분담문제와 관련해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관이 비교적 많이 분포하고 있는 대도시지역과 민간의 사회복지관이 거의 없는 농어촌 지역의 실정은 상이하므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분담조정문제는 이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2007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의 연구를 위한 제1기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추진기획단의 활동이 지난 2월로 종료되었는데 제1기 추진기획단에서는 재정방식을 사회보험으로 하고 대상은 65세 이상 최중증 노인으로 정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제도도입에 필요한 시설이나 인력 등의 인프라에 관해서는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현재 정부는 제도도입에 관한 방안만 가지고 있고 시설과 인력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7・30 개정법에 신설된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나 재가복지에 관한 규정, 그리고 사회복지사무소 안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매우 중요한 쟁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7・30 개정법에 규정된 재가복지와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에 의한 재가요양은 어떻게 다르며 어떤 인력이 담당해야 할 것인지, 사회복지사무소를 통해 시도하려는 보건복지연계와 공적노인요양보장 서비스의 제공은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지, 기존의 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가복지와 이들 서비스 간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논의와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4. 결론

현재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사업에 포함되는 법률은 14가지로 이는 단순히 수치로만 볼 때 1970년 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사회복지사업에 포함된다고 규정된 법률 3가지에 비하면 다섯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8). 이러한 법률 수의 증가는 그간 우리 사회에 일어난 변화를 일정부분 반영한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최근에 와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출산율의 저하, 여성경제활동의 증가, 비정규직 증가, 빈곤의 심화 등이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존재방식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에 대한 대처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직의 협력적 대응을 필요로 한다. 사회복지사업에 포함되는 14가지에 이르는 법률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각 법률에 의한 서비스 제공은 사회복지사와 그 외 다양한 전문직의 참여가 필요한 것들이 많고 또 현실적으로도 다양한 전문직의 참여(협력까지는 아닐지 몰라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7・30 개정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더 나아가 7・30 개정과 연계되어 혹은 그것과 별도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복지사무소 안이나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과 맞물려 인간봉사서비스 전반에 매우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변화가 어떻게 다가올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사회보험중심으로 발달한 우리나라 복지국가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함께 매우 진지하고도 광범위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것은 서론에서 언급한 것 즉 이토록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2003년 7월 당시에는 이에 관한 본격적인 토론이 없었던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 당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설치를 둘러싸고 사회복지협의회와의 관계문제는 논의되었지만 이글에서 본 것과 같은 사회복지서비스의 개념규정이나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 재가복지 등과 관련해서는 별 다른 논의가 없었다. 이는 사회복지학계나 실천계가 사회복지서비스 혹은 사회복지사업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자세에 대해 반성할 것을 요구하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7・30 개정의 본질은 사회복지사, 그리고 사회복지사와 함께 시민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일에 종사하는 다른 전문직이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자신들을 규제하는 제도적 규칙의 근본을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사는 홀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활동을 틀 짓는 제도적 규칙 내에서 활동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역시 사회복지사의 활동을 틀 짓는 제도적 규칙의 일부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은 7・30 개정법에 신설된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나 재가복지의 제공, 그리고 이에 의해 의도된 지역복지중심 체계의 구축이나 보건복지연계와 같은 내용과 연관될 때 의미를 갖는 것이지 그 자체만으로는 또 하나의 기구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7・30 개정법의 구체화를 위해서는 시행령 등이 마련되어야 하고 본문에서 논의한 것처럼 많은 논의가 필요하므로 이 과정에서 개정법과 개정법 출현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변화가 의미하는 본질을 놓치지 않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참고문헌

보건복지부. 2004. ꡔ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 기본계획ꡕ.

윤찬영. 2001. ꡔ사회복지법제론ꡕ (개정증보판). 나남.

이현주 외. 2003. ꡔ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의 체계분석 및 재편방안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Gibert, N. and Terrell, P. 1998. Dimensions of Social Welfare Policy, 4th ed. Allyn & B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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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3년 7월 30일 개정 이전의 일곱 차례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시기는 다음과 같다: 제1차 개정 1983년 5월 21일, 제2차 개정 1992년 12월 8일(전문(全文)개정), 제3차 개정 1995년 12월 30일, 제4차 개정 1997년 8월 22일(전문개정), 제5차 개정 1999년 4월 30일, 제6차 개정 2000년 1월 12일, 제7차 개정 2002년 12월 11일.

2) 또한 사회보장기본법이라는 법 명칭도 사회복지기본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3) 개정법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를 “보호대상자”로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호”로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신청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되어 있다.

4) 보호대상자별 보호계획에는 ① 사회복지서비스의 유형・방법・수량・제공기간, ②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및 단체, ③ 기타 보호에 필요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되어 있는데, 보호대상자별 보호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되어 있다.

5) 영국의 대인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해서는 이현주 외, 2003, pp. 119∼120, 134 이하 참조.

6) 그런데, 7・30 개정법의 부칙에 따르면 보호대상자별 보호계획의 작성은 시행일이 2005년 7월 31일이고 보호계획에 따른 보호의 실시는 2004년 7월 31일이어서 개정된 내용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적어도 1년 동안은 보호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보호를 실시해야 하도록 되어 있어, 개정된 규정 자체가 모순을 안고 있다.

7) 아마도 사회복지사무소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복지관 등의 민간부문은 그 이상의 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조정이 일어나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과정은 장기간에 걸친 과정일 것이며 많은 진통이 따를 것이다.

8)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된 당시 사회복지사업에 포함된 법률은 생활보호법, 아동복리법, 윤락행위등방지법의 3가지였는데 이것이 1983년에 5가지로 증가되었고 1992년에 7가지, 1997년에 13가지, 1999년에 14가지로 증가하였다.

남찬섭/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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