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1-02   665

[심층분석 3] 서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예산증가가 없다


 


서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예산증가가 없다

 


이원영
중앙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보건복지가족부의 2009년 예산편성의 기본방향 중 보건의료와 관련된 키워드는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저소득층의 건강권확보을 위한 의료비 지원’, ‘보건산업육성’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교육양극화와 더불어 건강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내년도 서민경제가 매우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이 키워드들이 적당한지 알 수 없으나 다행인 점은 정부가 ‘저소득층의 건강권 확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건의료예산이 숫자상으로 많이 증가하였다.

2009년도 보건의료의 정부회계예산은 보건의료분야와 건강보험운영지원에서 각각 30.2%와 18.4% 증가하였으며 전체적으로 20.1%가 증가하였고 담배가격에 부과하는 건강증진부담금(한 갑당 300원)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예산은 3.8% 증가하였다(표 1). 그러나 세부지출 내역의 증감현황을 분석해보면 서민건강을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한 현정부의 재량적 판단의 예산증가는 거의 없었으며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보건의료산업화나 법적인 의무지출에 해당하는 예산항목이 전체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표 2>에서 보듯이 정부회계예산 중 보건의료분야가 1,871억원으로 전년대비 증가하였으나 세부내역을 보면 보건산업육성 129억원, 생명과학연구지원 359억원, 한의약연구 및 정책개발(한의약의 산업화와 관련된 항목) 121억 증가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한편 취약계층의료지원이 신규로  1,586억원을 설정하여 마치 정부가 큰 선심을 쓴 것 처럼 보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또한 건강보험운영지원 역시 6,479억원이 증가하였나 이는 건강보험법상 보험료예상수입의 14%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되어 있어 법정의무지출 증가의 성격이 강하다.


둘째, 공공보건의료의 확충과 기능강화에 대한 예산이 대폭 감소하였다. 정부회계의 보건의료부문에서 공공보건의료확충예산이 전년대비 650억이 감소하였고 국민건강증진기금 보건의료분야에서 혈액안전관리와 공공보건의료기반구축, 그리고 지역거점공공병원기능강화 예산이 전년대비 153억이 줄었다(표 2). 공공보건의료 30% 확충이 참여정부의 공약이었으나 임기 내내 지지부진하다가 2005년 말에 향후 5년간 4조 3천억원을 공공보건의료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공공보건의료 기능강화 및 확충을 정부중기예산에 반영하여 추진해왔으나 현 정부들어 그 기조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논외로 하더라도 공공의료확충 예산을 줄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저소득계층의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기관의 공공부문의 비중은 7%내외이다. 대개 도시지역 공공병원은 의료취약계층(노숙자 등) 및 저소득계층에게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며 의료취약지역인 농어촌지역에는 지역거점병원 기능을 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 실물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의료안전망강화가 더욱 시급한 시점에서 관련예산을 오히려 대폭 줄였다. 정부가 상기해야 할 점은 1997년말 IMF 경제위기 때 서민들은 의료비가 비싼 종합병원의 의료이용을 줄이고 비교적 저렴한 중소병원과 보건소와 같은 보건기관의 의료이용이 대폭 늘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셋째, 담배가격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쓰임새의 문제이다. 먼저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보건의료분야 예산의 26.8%(1.8조/6.8조, 표 1 참조)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 때 건강증진부담금 300원을 부과하면서 늘어난 기금의 상당부분을 건강보험지원에 쓰였고 정부회계에서 지출했던  예산항목들을 기금으로 충당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높은 기금의존도는 담배가격을 올리지 않은 한 보건의료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표 2>에서 보듯이 늘어난 362억 중 암 관련사업비는 오히려 95억을 줄이고 국가예방접종사업비가 186억으로 늘었다. 이 예방접종사업비의 상당부분은 무료로기본예방접종을 민간의원에서 받도록 하며 이를 지원하는 예산이다.

전염병예방 관련 사업은 명백한 공공재이다. 따라서 기금으로 쓸 것이 아니라 정부회계에서  지출하는 것이 옳다. 오늘날 세계화 등으로 국경간 인적, 물적교류의 활발하여 신종 및 재출현 전염병이 창궐하여 사전예방적 투자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담배값이 오르지 않으면 이 부분에 대한 투자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또 방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국가이미지나 경제에 엄청난 손실이 난 후 투자할 것인가? 아울러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반드시 수혜자부담원칙이 적용될 필요는 없지만 암관련사업비를 줄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조성과 쓰임새에 대한 기본원칙을 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무원칙하게 쓰다가 나중에 보건의료예산이 필요하면 약방의 감초처럼 ‘담배가격인상카드’를 제시하는 무원칙한 행정은 곤란하다. 


넷째, 향후 실물경제위기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서민들의 불건강한 삶을 미연에 예방하고 건강향상을 위한 예산대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1997년 말 IMF 경제위기 전후로 자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등 중증질병이 고소득계층보다 저소득계층에 집중되어 나타났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OECD 선진국 중 가장 자살율이 높은 자살공화국이다. 내년에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불안과 실업 등은 이러한 자살의 도미노적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그러나 정신보건예산 항목에 이와 관련한 예산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국민의견 수렴차 추진 중인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방안은 이게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수립한 안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7일 ….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환자 부담 비율을 기존 10%에서 5%로,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기존 20%에서 10%로 낮추는 등 일부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 이 안에는 소득 수준별로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차등 적용하고, 고도비만 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를 시행하려면 암 환자 진료비 1300억원, 고도비만 치료비 1천억원 등 모두 55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돼, 보험료를 2.4%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복지부는 추계했다.
….(중략)
복지부는 또 초음파, 척추질환 엠아르아이(자기공명 영상촬영), 치석 제거, 노인 의치 등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그 재원을 마련하려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14.5% 올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의료계 요구로 의료수가 인상분을 반영하면 내년 보험료는 더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중략)
건강보험 재정 절감 방안으로 동네의원을 찾는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현재 30%에서 35%로, 병원은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서민들의 병원 문턱을 높여 의료 이용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양중 기자. 2008.10.27일자 한겨레신문 기사에 일부 발췌)


결국 보장범위에 따라 보험료를 2.4%-14.5%를 올리겠다는 것이며 재정절감안으로 내놓은 안이 동네의원과 병원에 외래진료시 본인부담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결국 보험료를 내기 어렵고 동네병의원 방문시 몇 천원이 아까워 의료이용을 꺼리는 서민들에게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안이다. 특히 향후 실물 경제위기가 불어닥칠 경우 이 안은 서민들의 의료보장성을 더 해칠 수 도 있다. 한편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은 차기년도 보험료 예상수입의 14%로 되어 있다. 이마저도 매년 예상수입을 보수적으로 잡아 실질수입에 못미치는 국고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서민들의 건강을 진정으로 돌볼 생각이 있다면 건설사나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공적지원 중의 일부라도 전환하여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대한 법적의무지출 이상으로 대폭 국고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1997년 말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사회는 10년동안 급속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사회구조로 변화하였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복지예산을 늘렸다고 하지만 사회경제부분의 급속한 신자유주의화는 결국 사회양극화, 건강양극화를 양산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인 재벌과 금융사들에게 100조에 달하는 국민혈세를 지원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경제위기 극복의 명분으로 금융사들과 건설사들에게 국민혈세로 공적지원을 하려한다. 이러한 정책이 서민들에게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지난 경험은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으로 나타났음), 서민들의 건강한 삶은 이 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기초재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보건,복지에 대한 투자를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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