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4-10   45021

현대사회와 가족의 변화

무엇을 가족으로 볼 것인가?

전통적 가족은 가족성원들에 대해 재생산과 사회화기능, 경제기능과 유대기능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생활주기, 부부관계 및 부모자녀관계 그리고 가족가치관이 변화되면서 가족규모는 축소되고, 생활양식도 산업적응적 모델로 바뀌어 오늘날에는 가족이 독자적으로 담당했던 전통적 기능들이 사회로 많이 이전되었다. 그런 결과 한편으로는 가족의 부담이 감소되는 측면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만큼 가족성원간의 연대감과 결합력이 약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가족의 변화동인으로는 여성들의 교육기회 확산과 취업모의 증가, 피임약과 피임기술의 보급증대, 산아제한정책의 성과, 그리고 성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언급할 수 있다. 여성들의 취업 확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취학전의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의 취업률 증가는 기존의 전통적 가족 내의 분업구조가 흔들리게 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로 인한 변화양상들은 후기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더욱 심화되어, 내적으로는 성역할이나 가족관계, 가족가치관의 변화를 보이게 되었고, 외형적으로는 전통적 확대가족의 감소, 부부와 자녀중심의 핵가족에서 파생된 한부모가족, 동거가족, 독신가구 등의 다양한 가족의 확산으로 나타났다. 이제 혼인과 가족이라는 삶의 영역을 독점해왔던 ‘정상가족(‘The Family’)’이라 불리는 전통적 핵가족유형은 이제 그 지배력을 잃고, 전근대적 사회에서는 금기시되어 왔던 결혼과 가족형태들이 차츰 사회적으로 묵인 또는 공인되고 있다. 그래서 이혼이라든가 재혼 또는 동거, 독신생활 그리고 한부모, 비동거 가족유형등 가족생활적 변수들에 대한 관용의 폭이 확대되어 정상가족이라는 가족적 이상형 이외에도 ‘다양한 가족들 (’Families’)’이 병립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아서 근대가족의 특성이라 여겨지는 가족의 다양성이 근대이후에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정상가족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가족유형들(Shorter, 1977)도 형태상으로는 전근대시기에도 이미 존재했었던 형태들이다. 이러한 가족유형들은 전근대에는 일탈적 가족으로 규정되었고, 근대에는 핵가족이 이상적인 가족유형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더욱 주변적인 위치로 배척되었었다. 오늘날의 ‘다양한 가족들’과 전근대의 ‘가족유형들’ 간에 차이가 있다면, 전근대기에 다양한 형태로 가족들을 이루고 살았던 구성원들은 수적으로 매우 미미한 정도였으나, 근대이후에 이르러서는 그 수가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관찰할 수 있는 가족유형의 다원성도 근대성으로 포괄가능한 현상적 특징들일 뿐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학자들은 가족제도와 연관된 다원성을 ‘전산업사회적 관계들로의 복귀(Chopra & Scheller, 1992: p. 66)’로 규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제는 가족에 대해 접근할 때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고 있는 생활양식으로서의 가족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가족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보다는 ‘무엇을 가족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족변화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가족이 재생산, 경제, 사회화, 유대기능 등 사회적 기능들을 자체적으로 전담하여 왔다. 그리고 철저한 봉건적 가부장제의 이념에 따라 남성은 부(夫)나 부(父)로서 가장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누려 왔다. 그러나 특히 1960년대 이후부터 산업화와 서구의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유입과정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엄밀히 구분되는 사회체제의 이분법적 구조 그리고 지배와 복종의 위계질서에 근거한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 일게 되면서 가족제도는 그 구조와 기능면에서 크게 축소되고 변화되었다. 그리고 사회와 경제구조가 변화되면서 여성도 생산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사회활동을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자율성이 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부상됨에 따라 여성과 자녀도 인격적인 주체로 인정되어 부부관계와 친자관계가 평등을 지향하는 관계로 변모되었다. 그런 결과, 오늘날엔 외적 형태보다는 애정을 기초로 하여 내적 유대로 형성된 가족이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가족적 이상상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서구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가족제도에는 아직도 가부장성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음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형태상으로는 서구의 핵가족구조와 동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나, 권력구조의 측면에서는 가장이라는 명목이 아버지와 남편에게 부여되고 그 권한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가장이 권위적, 명령적인 행동을 하면 근대적 자유와 평등의식을 지닌 가족원은 이를 비판하며 심리적으로 저항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가부장의 봉건적 의식이 강할수록 가족성원들 간의 긴장도 강하게 되었다.

가족의 변화는 초혼연령, 생활주기, 가구구성, 평균자녀수, 이혼율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도 평균초혼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한 가족의 평균자녀수는 감소하여 자녀들이 성장하여 분가한 뒤 노부부만 남게 되는 빈둥지기간이 길어지는 추세이다(전체가구중 1세대가구의 비율: 13.0%). 이는 결혼은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자녀가 없이 살거나, 자녀들이 성장하여 분가한 뒤 노부부끼리만 사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결혼의 전단계로서 오늘날 사실혼, 즉 동거가 늘고 있고, 혼인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이혼율의 증가(조이혼율- 1995: 1.5, 2003; 3.5. 통계청,「인구동태통계」, 각년도)로 인한 한부모와 재혼가족의 증가도 괄목할만한 변화이다.

가족변화로 인한 파생현상중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문제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한국은 최저출산국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전체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한 노년부양비는 중가(2005년: 12.6%. 통계청, 2005)되나 가족의 규모는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개인중심적 가치관이 부상함에 따라 가족구성원간의 결속력이 약해져 노인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래에는 저출산과 인구의 고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므로 노인부양문제와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의 확충, 그리고 가족을 위한 사회보장체계의 새로운 정비와 복지서비스의 확대는 앞으로 국가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은 더 이상 사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 규정되어서는 안되며 이제는 가족의 불안정성을 국가사회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가족문제는 근원적으로 가족관련 가치관의 변화가 사회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가치지체(value lag)현상과 사회의 가족문제에 대한 대응이 지체된 데에서 발생하게 되는 사회지체적 성격이 강한 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가족제도는 사회의 변동과 더불어 현상적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가족이후에 무엇이 올 것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진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가족’이라고 응답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가족과 개인 그리고 사회와 가족 간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족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즉 다시 말해서 가족과 가족구성원들 그리고 가족과 사회가 얼마만큼 협동적인 연대관계를 형성하는가가 가족정책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가족 내에서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증진과 다양한 가족적 생활형태들의 포괄행위 속에서 다양한 가족구성원들과 다양한 형태로 병존하는 가족들이 복지정책을 통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지원되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미래에도 사회의 가장 근간이 되고 토대가 되는 위치를 상실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가족과 관련된 변화와 문제에 대해 올바른 진단을 내리고, 가족의 위기에 대해 유연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참고문헌

이진숙 (1997): ‘포스트모던’ 사회로의 이행과 핵가족 – 독일의 결혼과 가족제도 변화를 중심으로, 「가족과 문화」1997 제2집 여름호, pp. 91-114.

통계청 (2005): 「장래인구추계결과」.

Beck, Ulrich (1986): Risikogesellschaft: Auf dem Weg in eine andere Moderne, Frankfurt a. M.

Beck, Ulrich (1991): Der Konflikt der zwei Modernen, 「Die Modernissierung moderner Gesellschat」, Zapf et al. (eds.), Frankfurt a. M./New York. pp. 40-53

Chopra, Ingrid & Scheller, Gitta (1992): Die neue Unbestaendigkeit. Ehe und Familie in der postmodernen Gesellschaft, 「Soziale Welt」43, pp. 48-69

Shorter, Edward (1977): Die Geburt der Modernen Familie, Hamburg

이진숙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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