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8-15   4884

[심층분석1]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 

 

백선희 |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서론

보육정책에서 ‘공공성’이라는 용어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2000년대 이후로 자주 거론되었다. 그리고 공공성이란 용어를 사용할 때마다 연구자, 현장, 정부가 관련 정책으로 제시하였던 것은 보육예산 증액,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보육료 지원이다. 여기에 경우에 따라 민간보육시설 지원이 포함된다. 

현재 시점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수의 국공립보육시설이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보육료 지원이 있다. 또한 보육시설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도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다. 그렇다면 지금을 보육의 공공적 성격이 가장 강한 때라고 할 수 있는가? 각자의 관점에 따라, 입장에 따라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필자의 입장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왜 지금은 보육의 공공성이 약하다고 하는가? 그렇다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것이 이 글의 관심이다. 

 

2. 보육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보육의 공공성이란 말은 많이 사용하지만, 실제로 보육의 공공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혹자는 정부 예산을 늘리는 것을 공공성으로, 혹자는 국공립보육시설을 많이 짓는 것을 공공성으로, 혹자는 보육료 지원을 많이 하는 것을 공공성으로 본다. 또 혹자는 민간시설에 대해서도 지원하는 것을 공공성으로 보며, 혹자는 이 모든 것의 총합으로 보기도 한다. 

 

정부가 ‘공공성’의 이름으로 정책을 할 때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1년의 ‘보육사업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시한 4대 정책 과제 중 하나는 ‘질 높은 공보육 기반 구축’이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보육료 지원 수준 및 지원 아동 수의 단계적 확대, 만 5세아 무상보육 단계적 확대, 영아보육시설 확충, 장애아보육시설 확충과 내실화, 방과후 보육시설 확충, 직장보육시설 확충이 제시되었었다. 2006년의 ‘제1차 보육중장기보육계획(2006~2010, 새싹플랜)’의 정책 목표는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이었다. 공보육 기반조성을 위한 정책방안으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기본보조금제도를 제시하였다. 기본보조금은 민간시설에 대한 최초의 운영비 보조라고 할 수 있다. 2009년의 ‘아이사랑플랜(2009-2010)’에서는 공공성이란 용어를 대신하여 ‘국가책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국가책임의 핵심은 보육료 지원 대상을 소득계층 80%이하로 확대하고,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에게는 양육수당을 지원한다는 것이었으며, 이 때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은 주요 정책에서 제외되었다. 기존의 보육의 공공성을 위한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보육의 공공성은 무엇을 말하는가? 보육의 공공성의 개념에 대해 처음으로 분석적 연구를 한 필자의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 (백선희, 2011)에서, 필자는 정책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와 ‘정부 관련성’ 즉 정책의 공적체계와 ‘거버넌스’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보육의 공공성의 3대 영역으로 보고, 각 영역 당 3가지씩의 구성요소를 제시하였는데, 공동선, 권리성, 평등성, 공적 급여체계, 공적 재정체계, 공적 전달체계, 공개성, 투명성, 참여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9가지 구성요소를 고려하여 보육의 공공성을 ‘아동의 발달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육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아동과 가족들에게 국가와 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그것을 권리로서 보장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백선희, 2011)’으로 정의하였다. 보육의 공공성의 강화는 제반 구성요소들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능해 질 수 있다. 

 

3. 우리나라 보육의 공공성의 수준

우리나라 보육의 공공성 수준은 높지 않다. 전달체계, 재정체계, 급여체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전달체계는 다시 공급체계와 관리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공급체계를 보면,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민간보육시설은 비영리성보다 점차 시장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민간시설이 매매될 때 거액의 권리금까지 오고가는데, 보육시설은 정상적인 운영 하에서는 권리금에 해당하는 이윤을 얻기 힘든 구조이다. 상업적 성격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공립과 법인보육시설의 보육교사는 정해진 호봉표에 의해 임금을 받지만, 민간보육시설은 원장과의 개별 계약에 의해 임금을 받는데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취약하다. 

 

관리체계를 보면, 약 4만 여개 보육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도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공공행정력이 너무 취약하다. 그마나 서비스 질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평가인증제도가 있지만 이 역시 의무가 아닌, 보육시설의 신청에 의한 것이어서 공공관리의 기능을 잘 하지 못한다. 

 

급여체계를 보면, 전체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과 영아 미이용자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종일제 기준의 무상보육·교육에 대해서는 일부 과도한 국가급여라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고, 양육수당은 가족에 육아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OECD 보육선진국의 보육·교육정책을 보면 만3~5세는 무상 유아교육(1일 약 3시간)을 제공하며, 영아보육은 취업모 자녀를 중심으로 하고 그 비용도 일부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양육수당을 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정체계를 보면 우리나라 영유아보육·교육에 투자되는 비용은 이미 OECD 평균(GDP대비 0.6%)을 넘어섰으며, OECD 권고 수준인 GDP대비 1.0%에 근접하고 있다. 즉 재정의 크기만을 봤을 때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재정지출방식과 관련해서는 공급자 지원(시설운영비 지원)이 아닌 수요자 지원(보육료, 양육수당)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불균형이 심하다. 일반적으로 무상보육·교육체계인 경우 수요자 지원보다는 공급자 지원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민간시설이 주도하는 보육시설 공급구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상기와 같은 공급, 관리, 급여, 재정체계의 보육정책 과정과 결과에서 공공성은 상당한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보육정책과 관련된 공동선(이익)은 일-가정양립 지원, 출산과 육아지원, 아동발달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정책은 이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다. 보육서비스는 똑같이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동과 가족의 욕구를 고려해 분배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측면에서 아동권리보장이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정책의 평등성(형평성)이 있어야 하지만 지역별 국공립보육시설의 분포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투입 측면에서 그렇지 못하다. 보육시설 운영비 대부분이 직간접적인 정부지원으로 충당되지만 보육시설 운영, 예산, 서비스 질에 대한 공개는 미흡하다. 또한 예산과 운영의 투명성이 있어야 하지만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예산의 투명성을 위해 재무회계규칙을 도입하였으나 이 또한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보육정책과 보육시설운영에 대한 수요자와 이용자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이 또한 미흡하다. 결과적으로 보육예산과 정책의 규모는 커졌지만 그것으로 곧 공공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므로, 보육의 공공성과 관련하여서는 많은 정책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4.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하여

공공성에 대해 흔히들 쉽게 정부 예산의 투입으로 평가하려 하는데, 공공성은 정부 예산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 곳에서도 요구받는다. 가령 민영방송은 정부 지원이 없지만 끊임없이 대중으로부터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그것이 전체 국민,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하물며 정부가 대부분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보육에 대해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부지원이 많은 만큼 더 많은 공공성이 요구되어야 한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있겠지만 국가의 소극적 지원이 아닌 국가의 ‘적극적 관리’의 전략을 강조하고자 한다. 주요한 몇 가지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선, 보육시설 공급에서 민간시설 인가제나 일부 민간시설에 대해 공공형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것 대신 국공립보육시설을 적극적으로 확충하여야 하고 최소한 그 양은 30%이상이 되어야 한다. 둘째, 보육사업에 대한 국가의 관리기능은 보육시설의 신청에 의한 평가인증제도라는 소극적 방법보다는 평가인증제도 의무화, 평가인증제도 결과의 행·재정적 연계와 같은 적극적 조치여야 한다. 셋째, 보육서비스라는 사회급여를 보육바우처(아이사랑카드)라는 형식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 아닌 아동과 가족의 보육욕구를 고려하여 급여의 양을 결정되도록 하여야 한다. 동일한 급여의 양일지라도 누구에게는 과도한 지원이 되며, 빈곤아동, 장애아동 등에 대해서는 과소지원이 될 수 있다. 넷째, 재정정책을 국가 예산을 늘리고 지원 대상을 확대해가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소극적 정책이다. 예산 투입이 긍정적인 정책 효과로 이어지도록 지원 방법, 지원 내용 등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또한 보육시설운영의 기타 비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개입을 하여야 하는데, 무상보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들이 적지 않은 기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정책 실패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지금까지 관심 갖지 않았던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관련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공개성, 투명성, 참여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실천되어야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육아에 대한 국가개입의 철학과 방향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정책 방향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보육의 공공성’을 그 중심에 두고 논의를 확대해 가야 한다. 

보육정책. 지금은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더 중요한 때이다.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공론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참고문헌> 

 백선희(2011),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