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9-15   3713

[동향2] 사회보험료 지원을 통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안

이병희│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5대 사회보험과 1개의 공적 부조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사회보험의 적용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립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광범하다. 특히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1인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의 근로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에게만 보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넓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은 비자발적 실직에 놓였을 때 소득 상실, 고용정책 접근의 제한, 노후 소득의 불안정에 직면할 위험이 높다. 또한 사회보험 사각지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주요한 제도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법적으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이다. 고용보험에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가사노동자, 월 60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가 해당한다. 둘째, 법적인 적용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의무 불이행 또는 보험료 부담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이다. 국민연금에서 납부 예외자, 장기 체납자, 고용보험에서 미가입자가 해당한다. 셋째, 수급요건이 엄격하여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이다. 고용보험에서 피보험단위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자발적으로 이직한 피보험자, 국민연금에서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한 계층이 해당한다. 넷째, 수급하더라도 급여수준이 낮거나 수급기간이 짧아서 보장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이다. 국민연금에서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였으나 연금액이 적어 노후 빈곤에 노출되는 계층이나 실업급여에서 수급기간이 3개월인 자가 이에 해당한다.

그 동안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논의는 법적인 적용대상을 축소하려는 입법적인 노력과 적정한 보장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에 치중하여 왔다. 이러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겠지만, 법적인 적용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논의는 미약했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회보험료 지원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낳는 가장 큰 유형은 적용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가입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병희(2011)에 따르면, 실직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수급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절반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가입자의 기여에 의존한 사회보험료 재정 운영은 정규직 중심의 사회보험 운영으로 귀결되고 취약계층을 배제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근로소득세가 면세점이 있고 누진 세율을 가진 것과는 달리 임금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현행 방식은 저소득 가구에게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주어, 취약계층이 비공식 근로에 머무르는 원인이 된다.

셋째, 적용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보험료 부담과 고용 불안 때문에 사용자와 근로자가 결탁하여 기여를 기피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사회보험 가입은 사용자에게는 의무이지만 노동자에게는 권리이다. 여기에서 권리란 자발적 의사에 따른 계약적 경제적 권리가 아니라 종속이 있으면 보호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노동권이다. … 때문에 사회보험은 헌법과 하위법에 기초한 보편적 권리이고 강제 가입이며 의무 불이행에 따른 페널티가 있는 것이다”(은수미, 2011).

넷째,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차적인 방안은 사회보험 징수 당국의 적발과 제재라는 행정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취업 및 임금에 대한 공적 자료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징수 당국의 조사인력을 대폭 늘리거나 가입자 정보 공유를 확대하더라도 가입 누락 사업장 및 근로자를 발굴하는데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보험료 지원정책은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사회보험의 가입 유인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보험료 지원이 사회보험 재정 원리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의 부담에만 의존하는 사보험과는 달리 사회보험에 정부가 재원의 일부를 부담하는 나라가 많으며, OECD 고용전략과 유럽 고용정책 가이드라인에서 공식적으로 권고하는 고용정책 패키지 중의 하나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농어업인에게 연금 및 건강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가입대상임에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는 대부분 사회보험 모두에 가입하지 않은 형태를 띤다. 고용보험을 내지 못하는 근로자가 국민연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보험 징수당국간에는 가입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하나의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다른 사회보험에 대한 가입 조치가 곧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모색할 때 사회보험료 전체 부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얼마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통해 추정하면, 직장 가입 기준으로 임금근로자는 2010년 8월 현재 1,705만명 가운데 미가입자가 477만명(28.0%)이고 적용 제외자가 276만명(16.2%)에 이른다. 비임금 근로자는 696만명 가운제 적용제외자가 256만명(36.8%)으로 미가입자 194만명(27.9%)에 비해 많다.

금전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미가입자가 671만명으로 지나치게 많다. 영세 자영업 부문에서 일자리와 소득의 동반 감소가 심각한 현실이긴 하지만, 소득 파악률이 낮은 상태에서 가입자의 신고 소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행정적인 여건 때문에 당장 지원하기는 어렵다.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전제 아래,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저임금 근로자를 우선적인 지원대상으로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지원대상 규모가 작더라도 사회보장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마중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회보험 가입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사회보험료를 함께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근로자 부담분만 지원할 경우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 유인은 높아지겠지만, 사업주의 신고에 의해 피보험자격 취득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는 사업주의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병희(2011)는 구체적으로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최저임금의 1.3배이고, 주당 36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회보험료를 최대 80%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 때 법정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원 대상으로 배제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2010년 8월 기준으로 85만명이며, 모든 지원대상이 신청할 경우 소요 재정액은 연간 7,492억원으로 추정된다.

사회보험료 지원정책의 일차적인 효과는 당연히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이다. 재정적인 부담이 작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업과 노령에 따른 미래의 재정 부담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보호의 확충와 함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서면 근로계약 체결 관행의 확산, 법정 최저임금의 준수율 제고 등 고용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이 보장되는 공식 일자리로의 전환은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와 영세 자영업자의 임금근로 전환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이병희(2011), 「사회보험료 지원을 통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안」, 『동향과 전망』통권 82호, pp. 185-211.
은수미(2011),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기여 기피인가, 규제회피인가」, 미발표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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