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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1
  • 2011.12.19
  • 5535

조명래│단국대학교 도시계획ㆍ부동산학부 교수, 한국NGO학회장

 

 

1. 공간과 격차

 

인간의 존재(being)적 삶은 시간과 공간의 교직 속에서 설정된다. 그 중 현존의 삶은 시간 보다 공간에 의해 더 의미 있게 규정된다. 공간적으로 이해될 때 인간 삶은 그 ‘존재론적 깊이를 회복(recovery of ontological depth)’해 낼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간은 공간적 동물이라 부를 수 있다. 터(place)를 만들고 영역(region)을 형성하며 영토(territory)를 만든 뒤, 각 공간 단위의 안과 밖으로 삶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구축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간의 삶인 것이다.-
 

 

다양한 삶의 공간적 단위는 각각의 삶의 방식과 관계를 담고 있다. 그 공간적 단위는 ‘내(주체)’가 사회적 관계를 통해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사회(구조)’가 제도나 관계망 등을 통해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만큼 각 단위 공간 사이에는 연결과 결합만 아니라 대립과 배척의 역학관계가 놓여진다. 가령 ‘잘 사는 지역’이 있는 반면, ‘못 사는 지역’이 있는 것인 데, 이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사회적 (역학)관계가 공간적으로 구획되어 드러난 것이다.
 

 

인간 사회의 다양한 차이는 살아가는 공간에 그대로 투영된다. 차이를 받아내는 공간은 거꾸로 인간 사회의 다양한 차이를 지속시키면서 동시에 바꾸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가 어떠한 기준에 의해 차등으로 이해될 때, 이는 곧 격차로 읽혀진다. 공간격차의 대표적인 예가 지역격차다. 집단간, 부문간, 계층간 불평등이 있듯이 지역간 격차는 늘 존재한다. 즉, 지역격차는 불평등의 공간적 표현 혹은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지역격차는 일반적으로 지역 불균형으로 표현된다. ‘사회적 불평등(social inequality)’은 집단간, 계층간, 부문간 사회적 기회, 자원, 권력이 불공평하게(unequal) 배분된 상태를 지칭한다면, ‘지역 격차’는 사회적 기회, 자원, 권력이 지역 간에 골고루(evenly) 분포하지 못해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상태를 지칭한다. 지역격차는, 사회적 불평등을 포함하여, 지역이란 공간범주를 기준으로 해서 나타나는 포괄적인 차이 혹은 불균형을 의미한다.
 지역격차가 문제시 되는 것은 기회, 자원, 권력의 지역간 불균등 분포로 지역을 범주로 하는 집단, 그리고 그 구성원이 ‘불필요하고 부당하게’ 삶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을 겪기 때문이다. 또한 심각한 지역격차는 지역간 갈등을 유발해 사회적 자원의 적정 활용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사회적 통합을 가로막아,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방해한다.

 

 

2. 근대 국가형성과 지역격차: 구지역주의와 구지역불균형

 

우리나라에서 지역격차라 함은 영호남 격차,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강남북 간 격차, 압구정동과 구로동 간 격차 등을 대표적으로 예거할 수 있다.  지역격차는 어떠한 한 요인에 의해서라기보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고, 그러면서 역사적 관성을 가진 채 시대 상황에 따라 양상과 특성을 달리하면서 나타난다. 지역격차는 이렇게 해서 각 시대의 지배적인 사회체제가 갖는 규정력에 의해 재정의 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재생산된다. 현대에 와서 우리가 목격하는 한국사회의 지역격차는 한국 근대화의 과정에 의해 생산된 것으로, 그 내포적 깊이와 성질은 역사적으로 누적된 요인들이 근대의 구조적 조건들과 맞물러 새롭게 규정된 것이다. 사회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란 점에서 지역격차는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의 지역격차는 1960대 이후 국가 주도적 산업화 과정에 의해 규정되면서, 변화를 겪고 있다.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해 등장한 박정희 군부세력은 새로운 근대화 세력(modernizing force)이 되어 국가 주도적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 때, 국가 주도적 산업화는 두 가지 차원을 갖는다. 하나는 국가형성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국가형성과정은 국가조직이 형성되고 국가역할이 작용하는 가운데 새로운 권력 집단이 등장하고, 이들의 주관 하에서 국가재원의 동원과 배분이 이루어는 사회조성 과정이기도 하다. 국가형성 과정은 대개 사회(정치)세력 간의 권력투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데, 우리의 경우, 지역이 중요한 지배분파 및 지지기반 형성의 토대로 작용했다. 여기에 우리의 전통적인 사회관계 형성자로 할 수 있는 지역(지역주의)이 중요한 기제로 작용했다. 그 결과, 박정희정권은 영남사람과 영남이란 지역을 기반으로 지배체제를 구축한 반면, 경쟁관계에 있던 호남사람과 호남이란 지역은 상대적으로 배제되는 역학관계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주의적 권력관계의 형성과 작동으로 파워엘리트의 구성과 국가자원의 배분과정에 영남지역주의가 우월하게 반영되는 반면, 호남지역주의는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한국의 지배엘리트 구성에서(관료, 정치인, 경제인 등) 영남출신이 가장 많고, 영남출신 정치인이 구성한 정권의 수가 가장 많은 것은 영남지역주의가 패권주의와 일치함을 보여준다. 파워 엘리트 집단 내에서 영남출신 엘리트는 정치, 경제, 노동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호남 출신은 문화, 교육, 법 등의 부문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되어 있다.
 

 

국가의 지배권력(층)이 영남지역주의를 표방하면서, 국가주도적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산업투자와 기업의 형성도 영남의 이해관계를 우월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가령, 중화학산업화를 추진할 때 국가공단의 대표적인 예인 중화학기지의 대부분은 영남지역에 조성되었던 데(7개 중 6개) 반해, 호남지역엔 지배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호남을 달래기 위해) 최소한만(여천공단) 입지했다. 이로써 GDP생산에서 수도권 40-50%, 영남이 30-40%를 차지함으로써 수도권-영남 두 권역으로 성장과 발전이 집중되는 국토구조의 양극화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구조에서 호남과 강원을 연결하는 축은 저발전 축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국토의 이러한 양극화 구조는 기실 일제 초기부터 생겨나 지금까지 지속되면서 강화되어 왔던 것이다. 국가주도적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적 자원과 기회가 지역주의 방식으로 배분됨에 따라 영남과 호남으로 대표되는 양 지역주의 대립과 갈등은 일상생활 전역(군대, 직장, 학교, 동네 등)으로 침투 확산되면서, 이를 통해 양 지역의 경쟁과 대립구조가 사회전반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3. 신자유주의적 분권주의와 지역격차:  신지역주의와 신지역불균형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민주화(직선제 실시 등)와 문민정부의 등장(개발주의 정책의 청산), 지방자치제의 복원, 도시중산층 및 시민사회(운동)의 등장, 산업구조의 첨단화(중화학중심에서 전자산업/생산자서비스 중심으로), 소비문화의 확산 등의 여파로 한국의 정치체제나 경제체질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민주화와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경제구조의 첨단화를 들 수 있다. 전자(민주화)는 국가권력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분권화를, 후자(경제구조 첨단화)는 중후장대형 생산(포디즘)에서 다품종소량 생산(포스트포디즘)으로 유연화를 초래했다. 이는 기존의 지역격차 혹은 불균형 패턴에 지각변화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었다.

 

198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1992년 서울인구는 최고조에 달한 후 성장둔화 내지 확산시작) 영남의 성장세와 집중도는 상대적으로 둔화되었고, 이를 막기 위한 개입주의 공간정책도 약화되었다. 그러면서 수도권 지역으로 경쟁력 있는 경제활동이 집중되고, 동시에 전자산업과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수도권 산업구조가 첨단화(지방의 낙후산업구조와 차별화)되면서 수도권 일극 경제구조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앙정치에서 지역주의 분파간 권력 갈등은 민주화와 분권화 추세와 맞물러, 약화되면서 동시에 중앙과 지방 간 격차 내지 갈등, 그리고 지방자치 공간 내에서 미시지역 내지 장소간 갈등으로 분화하는 경향이 본격화되었다.
 

 

탈규제, 시장경쟁 등 신자유주의 바람이 1990년대 들어 본격 불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영남 격차로 상징되는 지역격차는 중앙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 첨단산업지역과 전통산업지역, 신개발지와 구개발지, 신산업의 지역(예, 강남구) 및 사양산업의 지역(예, 구로구), 신중산층 지역(예, 강남)과 구도심 지역(예, 강북), 개발 지역과 보전 지역(같은 지역 내에서 사업을 둘러싼 갈등 포함) 간 격차로 바뀌기 시작했다.
 

 

자치분권시대, 신자유주의 논리의 침투에 의해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과 그렇지 않는 비수도권과 같은 광역적 격차, 나아가 상품성과 개발가치가 다른 미시 지역 간 갈등 등 다층적 양상을 띠지만, 그 이면엔 권력의 탈중앙화/지방화, 그리고 신자유주의화가 깔려 있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은 1998년 IMF위기를 거치면서 고착되었다. 또한 IMF위기를 거치면서 그동안 줄던 지역간 격차도 다시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우리사회 전반에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의 공간적 반영이라 할 수 있다.
 

 

2009년에 나온 OECD 보고서(Region at Glance)는 국제비교 관점에서 한국의 지역격차가 어느 정도인 지를 확인시켜 준다. 이 보고서에 드러난 한국의 지역격차가 가지는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대 GDP 10% 지역의 점유율 측면에서 한국은 35%로 전체 27개국 중 10위였다. 이를 두고 KDI 등 주류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지역격차가 선진국에 비해 결코 심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그러나 소득 및 인구의 공간 집중도를 보면, 한국은 전체 27개 중 4위로 집중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역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은 27개 OECD국가 중 인구의 공간 집중도가 소득의 공간집중도를 앞서는 유일한 나라인 데, 이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도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즉 인당 생산성과 경쟁력이 굉장히 낮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 한편, 1인당 GRDP는 위기 이후 확대되어 2005년 현재 27개 국 중 7위로 일인당 지역 생산액 측면에서는 지역간 격차가 크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특히 이를 다시 근로자 1인당 GRDP로 계산해 보면, 전체 27개 국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 이는 근로자 생산성의 지역간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섯째, 경제활동이 지역간에 편중되어 있고, 생산성이 크게 차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데, 이는 도시 농촌 공간의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도시와 농촌의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는 우리나라가 27개국 중에서 2위인데, 스위스의 농촌 경제활동 참가율이 우리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지역의 절대 생산액 기준의 격차는 그렇게 현격하지 않다 하더라도 인구와 소득활동의 집중도 격차는 아주 심한 편이다. 이는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활동이 집중되어(과밀화되어) 있지만,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과밀의 비용 발생)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 재집중은 1998년 IMF 위기 이후 다시 가속화되어 왔다. 문제는 집중되더라도 생산성이 높아 국가 전체의 부를 총체적으로 증진시켜주고, 또한 수도권 집중(성장)의 과실이 비수도권으로 골고루 나눠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가령 2002-2006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98%가 수도권에서 창출되었다.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수도권이지만 경쟁력과 생산성은 형편없이 낮다. 2006년 OECD보고서에 의하면 수도권의 국제경쟁력은 76개 주요 광역경제권 중에서 69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도시생산성은 도쿄, 뉴욕, 런던의 2분1 내지 3분의 1수준이다.
 

 

한편, 수도권 일극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지역간 근로자 생산성 격차는 크다. 지역간 자본집약화와 그 생산성의 격차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이는 주로 대기업 현지 생산시설이 집적되어 있는 곳과 그렇지 않는 곳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함의한다. 도시농촌 격차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은,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경제활동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단위 지역 간 생산성 격차가 현격하여 생산활동의 기회가 고르지 못한 상태(도시농촌격차 포함)에서, 수도권집중의 가속화로 과밀비용 문제와 더불어 비수도권의 구조적 저발전(위축) 문제가 겹쳐있는 게 현 단계 우리나라 지역격차의 특징이다. 이는 한마디로 국토공간자원이 대단히 불균등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상태는 한국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한 공간 발전체제를 내부화하고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현 단계 지역격차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로 대표된다. 수도권은 가면갈수도록 더 집중, 광역화되는 반면, 비수도권의 일부 광역도시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인구 20만 이하의 중소도시들의 90% 이상이 인구의 지속적 감소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축 인구는 결국 수도권의 중소도시 인구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성장의 공간적 패턴이 이젠 일종의 제로섬(zero-sum)적 양상을 띠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지역갈등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축으로 하면서, 동시에 경쟁적 국토 상황에서 지방자치제와 맞물러 자기지역의 이익만 편협하게 챙기는 소지역주의(지역이기주의와 결합)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단위지역 내에서 지역간, 장소간, 용도지역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강남북 격차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이는 결국 한국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의 메커니즘이 공간적으로 작동하면서 미시공간 스케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4. 탈근대화와 신체적 공간(corporeal space)으로서 지역격차

 

오늘날을 탈근대의 시대로 본다면, 탈근대성(postmodernity)이 사회적으로 전면화 되는 현상을 탈근대화(postmodernization)라 부른다. 이의 가장 중요한 특질 중 하나는 삶의 관계나 단위가 전에 없이 분절되고 개인화되는 현상이다. 그것은, 근대의 사회적 결속(예, 계급관계) 해체, 파편화된 서비스 노동의 확산, 하비투스적 탈물질 소비(예, 이미지, 기호, 의미의 소비)의 탐닉,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한 유목민적(nomadic) 상호작용, 개성적 정체성 추구, 몸에 대한 관심 증대 등의 결과다.
 

 

이러한 탈근대적 삶의 확산은 그에 상응하는 공간 현상과 그 의미의 변화를 수반한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신체적 공간(corporeal space)’에 관한 관심과 중요성의 증가다. 신체적 공간은 ‘몸(body)의 사회학’적 의미가 부각되고 강조되는 공간을 말한다. 근대의 주체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신분이나 계층을 중심으로 한다면, 탈근대의 주체는 사회적으로 덧씌워진 껍데기(허울)가 벗겨진, 사회가 직접 와 닿고 반응하는 ‘몸’을 중심으로 한다.
 

 

사회적으로 부유하거나 가난함은 내 몸의 몸매, 건강, 질환 등으로 체현된다. 따라서 탈근대 시대 ‘의미화의 공간(space of signification)’은 몸의 기호(code)들이 개별적으로, 집합적으로 드러나는 차별화된다. 후자, 즉 집합적인 경우는, 가령 ‘건강의 지역간 불평등’이란 현상으로 확인된다.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론에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사회계층적으로 낮는 집단인 저소득층이면서 인종적(생물적)으로 약자인 흑인이란 조건이 동시에 결합된 인구집단은 그렇지 않는 집단에 비해 환경적으로 박탈된 지역에 살면서, 그로 인한 환경질환의 높은 빈도를 나타낸다. 가령, 도시외곽 흑인거주지역의 천식 유발률이 일반(백인)주거지역에 비해 30%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근자에 들어, 사회적 약자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의 경우, 환경의 질이 상대적으로 더 나빠, 환경질환이나 환경재해에 대한 집단적 노출과 피해가 더 크다. 가령, 지하 셋방 가구원 중 어린이이나 노인 (사회적 약자로서 주거약자이면서 생물약자)들은 유해한 위생환경(곰팡이 서식), 오염된 실내 공간, 침수, 소음 등으로 인해 건강피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겪는 것으로 조사 보고되고 있다.
 

 

몸매와 건강성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신분을 표현하는 중요한 기호가 되면서 지역간 격차도 이러한 신체 관련 기호들을 표출하는 공간의 차이로 인지되거나 표현된다. 잘 사거나 못 살며, 발전되거나 낙후된 지역간 차이는 더 이상 권력, 생산성, 소득, 시설역량 등의 지표로 측정되는 지역간 차이가 아니라, 몸의 건강성을 차등화하는 사회적 질의 지역간 차이가 탈근대 시대 신체 공간의 차이로 표현되는 지역격차를 의미한다. 그 격차는 체제와 제도에 의해 규정된 ‘거시공간의 지역’이 아니라 신체관계를 미세하게 규정하는 ‘미시공간의 지역’간 관계를 반영한다. 따라서 그 해결도, 가령 산업도시정책이 아니라 건강도시정책과 같이, 몸의 현상과 의미를 중심으로 하는 미시적 공간정책을 필요로 한다.


 

5. 지역격차의 해소 방안

 

첫째, 지역의 엠파워먼트(empowerment)다. 지역이 진정한 자율권과 자치권을 가져야 한다. 지역이 갖게 된 자율권/자치권이 해당지역의 구성원들 사이의 민주적 협치를 통해 지역의 내생적, 자율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행사된다면, 지역사회의 권력적 쟁점과 관심은 지역내부의 것으로 모아들게 된다.
 

 

둘째, 지역의 개성적 차별화와 역량형성이다. 중앙집권 체제하에서, 그리고 전국화 된 경쟁구도 속에서는 모든 지역이 다른 지역을 능가하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쟁력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는 지역은 늘 나누어지기 마련이다. 이 경우, 지역간 선의의 경쟁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경쟁이란 기준으로 모든 지역을 획일화하는 게 아니라, 지역별 개성이 차별화되어 그 자체가 지역의 경쟁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역의 주체들이 지역의 내생자원을 이용해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예, 인력공급, 자본조달, 기술개발, 교육서비스 제공 등)을 갖추도록 해야 하고, 중앙은 이를 도와주는 것을 국토/지방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내셔널/리저널 미니멈(national and regional minimum)의 설정과 집행이다. 전국의 모든 지역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전국적, 지역적 최저기준(소득수준, 서비스접근성, 자치권 등)을 정해, 이를 충족시키는 국토지역정책이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국적으로는 내셔널 미니엄을 정해 그 이하의 저발전 지역에 대해선 중앙정부가 공간적 분배정의란 측면에서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차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지역 내에서는 리저널 미니멈을 정해 최소한의 건강하고 공평한 지역적 삶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시장의 공간적 분산화 경제 민주화다. 몇몇의 재벌기업(독점자본)이 국가경제 뿐만 아니라 공간경제까지 장악하고 지배하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분권이 이루어지더라도, 경제적으로 지역의 종속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자본에 의한 지방경제 종속화와 예속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자본의 지방진출 내지 지방에서의 사업방식을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일정하게 규율할 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방경제의 내생적 육성을 위해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방산업과 지방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미시장소의 격차 해소다. 개별 도시나 지역 내에서 미시 지역 내지 장소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셜 믹스를 도모하는 다양한 도시계획사업이 실시되어야 한다. 특히 특정지역이 게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약자인 저소득층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주거시설이 공공에 의해 정책적으로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재건축시 소형평수, 임대주택 공급의무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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