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6-01   363

[복지칼럼] 반복지 구조조정의 시대

반복지 구조조정의 시대

 

정형준ㅣ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20대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누가 봐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임이 분명하다. 집권보수당(새누리당)이 제2당이 되었고, 전체의석의 고작 40%수준만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의 독선과 실정에 대한 민의의 심판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잘못이 있지만, 가장 국민들이 심각하게 받아드리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전월세 값 상승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는 등 몸이 아파도 병원 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고,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비정규직이거나 파트타임인 경우가 많고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워 소득확보는 어렵다. 나쁜 일자리까지 합쳐 통계를 내보았더니 2016년 4월 실업률이 IMF 이후 최고점이라 한다. 특히 청년실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적으로 노인빈곤율, 자살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프레임과 낙수효과 같은 논리가 이젠 문제해결이 될 수 없고 ‘복지’확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확산되고 있었다. 이미 지난번 총선과 대선 때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조차 ‘복지’를 선거전면에 내걸 정도로 사회적 안전망, 복지제도의 확충은 시대적 요구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약속은 거짓이었다. ‘복지’와 관련해서 역행을 반복하고 있다. 노인기초연금 20만원은 사실상 ‘개악안’이 되었다.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100%는 거짓말이었고 무상보육, 무상급식은 공공연히 공격을 받았다. 지방교육 교부금을 축소해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불상사도 연출했다. 공공의료기본계획은 ‘공공의료말살계획’ 이었고, 역사상 최초로 공공병원(진주의료원)이 폐원되기도 했다. 국민들은 공적연금의 강화를 원했지만, 정부는 거꾸로 공무원연금개악을 통해 전체 공적연금의 지분만을 축소했다. 정말 박근혜정부야말로 ‘복지’로 당선이 되었지만, 복지축소, 복지훼방 정부였다.

 

총선에서의 정권심판여론은 ‘반복지’ 방향을 ‘친복지 방향으로 전환하라는 민의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마자 복지확충보다 먼저 정부여당과 야당이 공감대를 표시한 부분은 전혀 다른 부분이다. 다름아닌 ‘구조조정’이 첫번째 합의점이 된 형국인데, 처음에는 조선, 해운 등이 거론되다 이제는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었다. 병원구조조정를 빌미로 2006년부터 약 10년간 의료민영화법으로 불리며 통과되지 못한 병원인수합병(의료법 일부개정안)을 야당이 상임위에서 합의해주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인 ‘창조경제’를 ‘구조조정’이 대체하는 국면까지 가는 느낌이다. 야당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협력하겠다고 하자 정부여당은 역할까지 주문하고 있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의 방향성이다. 조선과 해운의 경우 인수합병을 정부가 주도하고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여하겠다는 그림이다. 반면 인력부분에 대해서는 정리해고, 직무전환 등의 사실상 노동자 및 서민 쥐어짜기가 교묘히 제시되고 있다. 물론 총선 전에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법개악과 성과급, 저성과자해고로 대표되는 양대지침을 제시하여 노동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려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을 ‘구조조정’이라는 틀거리속에 집어넣어, 명분을 제시하려는 것이고, 이를 야당이 같이 동조하는 것이다. 최근모 경제지에서 2011년 한진중공업파업을 예로 들며, 정리해고를 선제적으로 시행하지 못해서 조선업의 위기가 왔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이번에는 확실한 정리해고를 주문한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IMF이후 한국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고도 실업의 시기에 해고된 노동자가 일자리를 다시 찾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초임이 낮은 청년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여기에 복지후진국인 한국에서 실업수당, 연금도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의료비도 본인부담금이 높고, 주거비용도 상승해서 해고되면 몇 달 만에 통장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다. 높은 노인빈곤율은 피부양세대의 실업이 모든 세대를 빈곤하게 만드는 축으로도 작용한다. 2007년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수많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자살을 했다. 도저히 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재취업을 할 때까지 이들은 택배기사, 대리운전 등을 전전해왔다. 그나마 쌍용차는 거대사업장이고, 파업투쟁을 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경우다. 

 

즉 지금까지 누구나 알고 있는 한국의 엉망진창 복지하에서 ‘정리해고’는 ‘살인’이 되었다. 때문에 구조조정이란 단어는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특히 국가와 사회가 자본의 손해에만 책임을 지는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에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 가뜩이나 복지재정도 없어서 그나마 최근에 시작한 무상급식, 무상보육도 못한다면서 재벌의 사내보유금이나 재벌오너의 자산이 아닌 공적자금지원이 납득이 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될수록, 재정이 부족하다며 ‘복지’는 더욱 뒷전으로 돌려질 것이 아닌가?

 

즉 구조조정이란 그냥 서민들 쥐어짜기일 뿐,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거꾸로 복지확대에 재원을 투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논의를 줄이고, 노동자서민들의 생존이 보호되면서 지속가능성도 밝아지지 않겠는가? 때문에 한국에서 구조조정은 반복지이다. 따라서 선거 때 최저임금 인상, 재벌들의 사내유보금 사용, 각종 복지서비스의 증대를 주장했던 정치권이 복지확대보다 먼저 ‘구조조정’에 동의한 것은 또 다른 ‘반복지선언’이다. 못내 아쉬운점은 공약집에 잉크도 마르기전에 벌이는 이런 행각으론 앞으로 ‘복지’가 구호에만 머물지 않을까 하는 답답함이다. 그리고 총선결과가 반복지에 대한 심판이었던 만큼 야당의 ‘배신’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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