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9-10   5768

[심층1] 한국 아동양육의 난맥상: 양육수당의 문제점

최은영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양육수당을 확대지급할 계획이다. 양육수당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24개월 미만 저소득 아동에게 2009년 7월 1일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수당이다. 여기서 시설보육 미이용 가구의 아동이라는 수급조건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자.



1. 시설보육의 기능과 중요성


 전 세계적으로 아동보육ㆍ교육(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정책은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여성의 취업과 기회균등, 양성평등, 아동발달, 가족복지를 비롯하여 빈곤아동의 기회균등, 사회통합에 관한 정책과제와도 연계되어 있는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OECD(2006)는 보육서비스를 공공재(public goods)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한 논거를 보면, 첫째, 영유아 서비스는 개인의 소비와 이익을 넘어서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지닌다는 것이다. 제대로 투자했을 때는 사회적 이득이 크고, 잘못하면 영유아의 발달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취학전 프로그램에 투자한 것이 다른 어떤 시기에 투자한 것 보다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셋째, 인적자본(human capital)은 유전자가 아닌 가족, 학교 및 직장환경에 의해 평생에 걸쳐 만들어지는 바, 질적으로 우수한 agency-based 프로그램들은 영유아의 학업성취와 행동을 향상시키며, 그 효과는 빈곤아동들과 부모 교육수준이 낮은 아동에게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반적으로 관리감독과 훈련이 부족하고 정책효과가 낮은 비공식적인 육아서비스 활용에 대해 OECD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공식적인 시설서비스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2. 한국 시설보육의 성격과 과제


 그렇다면,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어떠한 지향과 정책목표를 갖고 있는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정리되어 있는 ‘보육정책의 역사’에 따르면,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기 전 시기는 구빈적ㆍ직장여성만을 위한 탁아사업 시기로 규정된다. 그러던 것이 1991년부터 아동의 건전한 보호와 교육을 위한 사업의 성격으로 ‘보육’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한다. 2004년 6월 보육업무가 여성가족부로 이관되고,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등에서 육아지원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조명하면서, 보육정책의 목표는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동의 보호에서 → 모든 영유아의 건전 육성과 보호자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보육예산이 크게 증가되었고 평가인증제도와 보육국가자격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보육이용율은 많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음 그림에서 보듯, 한국 보육시설 등록비율은 OECD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림 1] 3세 미만 아동의 공식 보육시설 등록비율

■ 자료 : OECD Family Database; OECD(2007:136)


[그림 2] 3-5세 아동의 공식 보육시설 등록비율


■ 자료 : OECD Family Database; OECD(2007:136)


 그리고 보육정책이 확대되는 시기에도 여전히 보육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신, 민간에 치중된 시설 공급구조 등은 우리나라 보육정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마지 플랜과 새싹 플랜 등의 5개년 계획에는 보육교사 자격관리 및 처우개선을 통한 전문성 강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설치를 통한 공공성 확보, 보육시설 지도점검 강화 및 평가인증 참여율 제고 등 다양한 과제가 포함되었다.



3. 양육수당 도입의 문제점


 그러나 보육정책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된 2008년 3월부터 보육정책은 ‘수요자 중심 정책’으로 전환되었고, 바우처방식의 아이사랑 카드가 도입되었다. 이에 덧붙여 시설이용 아동과 시설비이용 아동 간의 형평을 맞춘다는 명분하에 양육수당이 도입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시설보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대부분의 해당 아동이 보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향과 달리, 한국은 보육시설에 아동을 보내지 않는 가정에 수당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공식적인 육아서비스는 정책효과가 낮기 때문에 국가가 관리하는 공식적 보육서비스를 통해 아동을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OECD의 권고는 한국의 정책변화 앞에서 매우 무색하게 들린다. 


 Kremer(2007)의 돌봄문화에 대한 이념형적 유형구분에 따르면, 보육시설의 훈련받은 인력에게 영유아의 돌봄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전문적 케어(professional care)에 해당한다. 전문적 케어방식은 기관에서 이루어지며, 부모의 전일제 근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전통적인 성별분업의 극복가능성을 어느 정도 지닌다. 반면, 보육시설 비이용 가정에 양육수당을 주는 방식은 3세대 케어(intergenerational care)나 양육대리자 케어(surrogate mother care)에 속하게 되는데, 이는 전문적 케어방식에 비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며, 성별분업 극복가능성이 매우 낮다.


 한국이 이러한 보육정책 추진 상의 혼란을 겪는 이유는, 저출산으로부터 출발한 보육 확대논리의 한계, 여성취업을 둘러싼 정부의 모호한 정책지향, 보육정책 자체의 고질적 품질부족 문제, 정책 간의 정합성에 대한 고민 없이 신 정부에서 늘 새로운 정책을 부가하여 국민에게 체감시켜야 한다는 관행,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일관된 신호(signal)를 보내지 않고 그때그때 즉응적 대응을 하는 비전문성(보육정책의 경우, 부모들의 시설보육에 대한 불신을 적극적인 품질향상으로 풀지 않고 시설보육 비이용자에게 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결정함) 등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필자는 2009년에 도입된 양육수당에 시설보육 미이용가구의 형평을 고려한다는 명분이 동원되었지만, 결국은 기존 제도와 정합성이 떨어지고 지향이 맞지 않는 신설 제도로서 아동양육정책 전반에 혼선을 낳서 아음을 지적하고 싶다. 전문적 케어를 추구하던 정책이 일관성을 잃은 채 비전문적 케어를 지원하는 정책과 섞이게 된 것이다. 이는 정책대상 나아가 국민들에게 mixed signal을 주는 셈이며, 관련 정책의 효과를 낮추게 될 것이다.



4. 결어


 지금이라도 양육수당은 폐지하고 명실공히 제대로 설계된 아동수당을 도입하여 정책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동수당 역시 보육정책 확대기에 나타난 한계를 노정하기 않으려면, 저출산대책으로 논의되어서는 안된다. 어떠한 정책도 직접적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게 하는 특효약은 될 수 없다. ‘아동수당’은 아동을 양육하고 교육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국가가 가족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그 가정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부모변수와 무관하게, 모든 아동은 소중하며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동수당 제도의 핵심적 가치이다. 아동수당은 가구의 아동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 주고, 소득 계층 간 양육환경 차이를 완화시켜 모든 아동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수당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면, 양육부담으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했던 가구가 출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간접효과로 분석되어야 한다.


보육시설의 품질관리 강화, 영아의 보육서비스 이용율 제고, 양육수당 폐지와 아동수당 도입 등이 이루어져야 한국 아동양육 난맥상이 해소될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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