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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4
  • 2014.02.10
  • 3649

누구를 위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인가?

 

이용표|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정부는 1월 16일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즉 정신건강증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전부개정의 이유는 정신건강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신건강상 문제의 조기 발견ㆍ치료 등 정신건강 증진 서비스에 대한 정책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종전의 중증정신질환자 입원ㆍ치료 중심의 정신보건 정책을 모든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필요한 사업과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ㆍ치료 중심의 정신건강 증진 정책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정이유에 따라 정신질환의 범위 축소,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의 입원ㆍ퇴원 절차의 일부 개선,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의 근거 규정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목적과 내용을 가진 정신건강증진법안에 대하여 정신의학계를 제외한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에서는 비판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비판적 견해는 주요 골자는 이 개정법률안이 기존의 정신보건법에 의해 형성된 반인권적이고 기형적인 정신장애인의 보건복지서비스 불균형구조를 존속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의료문제화함으로써 공적 재원의 낭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부개정안이 장애인단체, 인권단체 그리고 전문가집단들에 의해 전부 개정되어야 한다고 제시되었던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정신보건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정신의료기관의 병상수는 정신보건법이 시행되기 직전해 1996년 21,513병상에서 2010년까지 75,414병상으로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2011년에 이르러 8만 병상수를 돌파하였다(보건복지부, 2008-2011). 이는 OECD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인구대비 정신병상수이다. 그리고 입원한 정신질환자의 평균 입원일수는 세계 최고수준인 251일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이 평균 10-35일인 것과 비교하면 놀랄 정도의 수준이며, 이러한 입원 80% 정도가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 필연적으로 강제적 장기입원의 증가는 심각한 인권문제를 야기한다.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이후 2008년 2월까지 인권위에 정신보건시설관련 인권침해 진정 사건 수는 1,218건이다. 진정사건 1,218건을 내용별로 구분해 보면 2,599건의 진정내용을 포함한다. 강제입원 등의 입원관련 내용이 572건, 퇴원불허, 계속입원심사청구 누락 등의 퇴원 관련내용이 411건, 강제투약, 작업치료, 약물과다와 치료 미흡 등 치료 관련내용이 414건, 격리·강박, 언어·육체적 폭력 등 가혹행위 502건 등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현행 정신보건법에 만들어진 성과(?)는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신을 추락시키는 사건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2009년 캐나다법원은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관리와 치료가 사실상 박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한국인 정신질환자의 국제난민 신청을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작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OECD 수석정책분석가이며 정신과의사인 Dr. Susan O’ Connor는 한국의 정신건강보호는 입원치료만으로 독점되어 있으며, 정신과 입원병상의 증가는 다른 대부분의 OECD국가의 경향과는 정반대이라고 하였다. 또한 정신과 행동장애에 대한 장기입원기간은 다른 OECD국가와 비교할 때 현저히 길며, 한국의 정신장애 전체에 걸친 장기입원은 놀랄(striking) 정도라고 보고서에 기록하고 있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으로 정부에 의해 제안된 정신건강증진법은 국제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강제적인 장기입원을 억제하고 지역사회에서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수립하라는 다양한 요구를 외면한 법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신건강증진법안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요구, 즉 법원에 의한 입원적정성 심사, 지역사회에서 생존할 권리를 보장하는 프로그램 확보 등과 같은 내용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정신보건법에 관련된 산적한 이슈를 무시하면서도 이 법을 전부개정하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현실적 이유가 정신보건법의 전부개정을 요구하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방법으로 우선 정부 전부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에 대하여 분석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정부가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추론해보고 새로운 정신보건법 개정논의의 틀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법안의 명칭부터 살펴본다. 정부는 정신보건법의 명칭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변경하면서 정신보건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중증 정신질환자 입원치료’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조기발견·치료’로 이동하겠다는 입법취지를 밝히고 있다. 1997년부터 시행된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의 2차(조기발견·조기치료) 및 3차 예방(재활)을 국가정신보건사업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표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격리 정신병상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개정안은 명칭을 변경하면서 1차(사전예방) 및 2차 예방 사업으로 정책의 초점을 이동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책의 중심 이동이 발생해야하는 이유를 그 동안의 정책 목표의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실제적으로 지속적인 격리, 정신병상의 증가와 장기 입원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인권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정책의 중심이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개정안은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전부개정안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정신보건정책의 본질이  ‘중증 정신질환자 입원치료’나 ‘정신건강증진 및 조기발견·치료’에 머물고 있고, 이러한 정책은 모두 기존 의료정책의 관점에서 중증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장애인을 처우하고 관리하는 관점을 답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보건법의 명칭을 굳이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바꾸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즉 ‘정신건강증진 및 조기발견·치료’도 기존 정신보건법의 명칭의 틀 안에서 충분히 수행될 수 있는 것이지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앞선 국가의 경험으로는 UN장애인권리협약, OECD 등 국제기구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장기입원치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적 관점에 지배되는 정신보건정책패러다임을 복지패러다임이나 당사자관점의 회복패러다임으로 이동시켜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보편적인 정책적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증진법의 제정보다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복지에 관한 법’ 제정을 통해 회복패러다임과 복지패러다임을 구체화하는 입법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과 정신장애인의 복지에 관한 문제를 동시에 정신건강증진법에서 규율하는 경우 결국 의료패러다임 내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복지문제는 소실됨으로써 정신장애인 복지 발전의 저해요인에 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신보건법 운영경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신보건센터의 양적 확대에 의한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확산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확대는 의료정책적 대안들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생존을 보장하는 데에 엄연한 한계가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의 의료와 복지를 의료법의 하나인 정신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하고 정신장애인들에게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제한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이 아니라 정신보건시설에서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현행법 체계를 유지하는 법안의 제안자는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정신장애인만 유독 대형화된 정신요양시설(장애인거주시설은 30인 이하 규모로 제한함을 본법에서 규정하고 있음)에서 생활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신장애인만 특별히 적절한 규모의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아닌 소규모의 사회복귀시설에서 지역사회서비스를 받아야만 하는지 제안자는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의 두 번째 이슈는 정신질환자 범위 축소의 문제이다. 

 

개정안은 정신질환자를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여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 개념과 유사하게 규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정안의 취지는 정신보건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자의 범주를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그 의미는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나 자유로운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유나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로 작용해 왔음을 인정하고, 그러한 자유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주를 축소시키겠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개인을 지원할 목적으로 제정되는 법률은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사회경제적 발전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의 강화를 추동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개정안이 이러한 추세와는 반대로 대상을 축소하면서 정신보건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자의 범주를 축소하겠다는 의미는 결국 정신보건법의 대상이 되면 차별, 강제입원, 강제치료의 대상이 되므로 그러한 범주의 사람을 축소시키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현행법 제2조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최적의 치료와 보호, 부당한 차별대우 금지 등에 의해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범주 축소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개정안은 비인권적 감금이나 차별을 해결하기보다 그 범주만을 축소함으로써 기존의 비인권적 감금이나 차별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개정안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은 기존의 비인권적 감금이나 차별을 받아도 된다는 취지로 해석됨으로써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인권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신질환범주의 자의적 해석은 정신건강에 관한 정책지표의 왜곡을 초래하여 향후 합리적인 정책추진에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우울증은 정신의학상 명백한 정신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에서 제외한다면 향후 정신보건정책의 현황과 성과는 무엇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위험성은 이러한 정책이 항우울제의 부적절한 남용을 초래함으로써 또 다른 약물의존자를 양산하여 의료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약물에만 정신건강의 문제를 의존하게 하거나 낙인에 대한 절망감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항정신성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특정 제약회사의 주가가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의 추진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입법예고시에 최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에서 현실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정안이 가정하고 있는 경증 정신질환, 즉 개정안에서 정신질환에서 제외된 집단들에 대하여 정부가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가지고 위험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법과 같은 입법 정책적으로 접근하여 다른 법률들의 개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은 정신질환자란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함으로써 장애인복지법의 정신장애인(정신질환으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 개념과 유사한 정의를 도입하고 있다. 개정안이 정신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질환자의 개념을 축소하여 장애인복지법의 정신장애인 개념과 유사한 범주로 규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신질환자 정의를 정신장애인 개념과 유사하게 규정한다면 그 대상의 욕구에 부응하는 복지서비스를 강화하고 장애인복지이념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법의 목적에서 사회복귀를 삭제하면서 법의 대상 규정과 달리 오히려 건강증진사업의 내용을 일정부분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개정안의 정신질환자 정의는 ‘질환 = 장애’라는 패러다임에 입각해있으나 이러한 관점은 정신장애인의 복지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분야의 노력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즉 질병적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대부분 생활상의 제약과 같은 장애가 존재하는 정신장애의 특성상 의학적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 일상생활상의 제약은 그대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반대로 의학적 증상은 상당 수준 존재하더라도 장애가 거의 없는 사람은 불필요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사회활동에서 낙인을 부여받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정안은 의료체계가 복지체계를 잠식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비효율성이 강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인권문제를 발생시키는 기존의 구조를 그대로 존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의 세 번째 이슈는 법안에서 ‘사회복귀’ 용어의 삭제문제이다. 

 

개정안은 법안의 목적에서 현행법의 ‘사회복귀’라는 정신보건법의 목적을 삭제하고,  ‘재활’로 대체(제1조)하였으며, 정신보건시설의 명칭도 현행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을 ‘정신재활시설’로 명칭을 변경하였다(제3조). 현재 정신보건 영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대하고 장기적인 수용치료의 문제, 즉 탈원화의 과제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대응의 역사를 볼 때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완화하고 사회적 통합을 지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탈원화와 지역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한 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안에서는 법의 목적에서 ‘사회복귀’라는 용어를 삭제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수용치료의 문제를 개선하고 지역사회 지지체계를 구축할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담지 않고 있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법의 기본이념으로 제시하였던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라는 용어를 폐기함으로써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 기존의 수용중심 정신보건체계를 지속시키려한다는 불안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환경에서 사회복귀라는 용어의 폐기는 정책적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재활’이라는 용어는 장애정책에서 그 사용에 극히 신중을 기하는 용어이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전까지 장애정책의 기본적 패러다임이었던 재활모델은 장애의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보고 장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어 장애당사자운동에서 적극적으로 배척하는 용어이다. 실제적으로도 이러한 재활모델이 설명하기 어려운 증거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으며 정신장애인의 회복(Recovery) 모델과도 상당히 배치하는 용어이다. 앞선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회복모델은 재활의 주체를 정신질환 혹은 정신장애를 가진 당사자로 인식하고 당사자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활조건을 형성하는 것을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사자단체에 관한 지원, 당사자 정책참여, 당사자의 욕구에 다른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정책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정신질환자개념을 정신장애인과 유사하게 규정한다면 장애인복지정책의 이념을 수용하거나, 별도의 정신장애인복지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인 입법정책일 것이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의 네 번째 이슈는 비인권적 입·퇴원제도 개선의 문제이다. 

 

개정안은 비자발적 입원요건을 현행 ‘입원이 필요한 질환이 있거나 건강·자타의 위해가 있는 경우 입원’에서 ‘입원이 필요한 질환과 건강·자타의 위해가 동시에 있는 경우 입원’으로 변경하고, 퇴원 심사 주기를 기존 6개월 단위 심사에서, 최초 입원 후 3개월, 그 다음부터는 6개월이 되는 때에 정신건강증진심의위원회의 계속 입원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최초 입원 심사 기간만을 3개월로 단축하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요건을 다소 강화하였다고 선전하지만, 이러한 규정으로 정신장애인의 비자발적 입원이 감소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 비자발적 입원시 심사주체 등 그 요건을 강화하고, 모든 입원기간 상한선을 현행 6개월에서 대폭 축소하며, 계속입원심사주체의 공정성 등의 혁신이 없으면 현재의 비인권적인 입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비자발적 입원은 입원하는 의료기관이나 동업자인 의료전문가가 아니라 제3의 심사기관, 즉 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비인권적 강제입원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다섯 번째 이슈는 정신장애인의 권리 및 지원의 확대를 위한 공공인프라 확충의 문제이다. 

 

개정안은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설립 근거와 정신건강 전문연구, 정부정책 지원 기능을 명시하고 있으며, 정신보건센터역할 강화를 위해 정신건강증진센터로 명칭을 변경하여 시·군·구 단위 주민 정신건강증진, 자살예방을 위한 허브(Hub)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규모 입원치료 중심 정신보건체계에서 막대한 예산을 연구기관 설치에 사용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운영비 조달에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급한 정신보건문제는 탈원화와 지역사회복지체계 수립이라는 측면에서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면 국립사회복귀촉진연구원 설치가 시급할 것이다. 

 

개정안은 정신보건센터의 진료기능을 삭제하고 치료 연계로 대체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의 진료기능이 삭제된다면 향후 정신보건정책의 대안이 매우 제한될 수 있다. 즉 미국의 경우 의료급여재정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managed care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빈곤계층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에서 보호하면서 공공기관이 직접 진료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사례관리자는 일정적인 상담과 일상생활조직화 서비스와 함께 약물관리를 수행함으로써 의료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 조항의 삭제가 정신의료기관들의 수익 확대에는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공공 정신보건정책의 선택지를 정부가 나서서 없애버리는 자충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신보건센터의 치료 연계는 명문화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즉 정신보건센터의 의뢰에 의하여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기능은 현재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공식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현재 정신보건센터가 특정 민간 정신의료기관에 위탁되어 운영되고 있는 정책 환경에서 이러한 기능을 명문화한다면 치료 연계의 공정성 시비와 같은 상황에 의하여 정신의료기관간의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은 정신장애인의 비자발적이고 장기적인 입원에 대한 대책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러한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한 실효성이 있는 인권적 장치를 도모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사실상 잠재적인 노숙인이라고 볼 수 있는 상당수의 장기 입원자들에 대한 복지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내용의 입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정신질환자 범위의 축소,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진료기능 삭제 및 치료 연계기능 도입은 항정신성의약품의 광범위한 확대를 예견할 수 있다. 또한 정신건강증진전달체계 설계에서 단지 시설의 명칭만 정신보건시설을 정신건강증진시설로 바꾸고 실제적으로 증진사업을 추진할 시설을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신규 정신건강서비스수요가 의료기관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하고 있다. 이는 왜 정신의학계가 이 법안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하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결국 이번 정신건강증진법안은 강제적 장기입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참고문헌

 

보건복지부.(1997-2011). 의료급여백서.

보건복지부.(2008-2011). 보건복지통계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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