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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4
  • 2014.07.10
  • 4278

요양병원의 실태와 개선방안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문제의 시발점 - 민간 운영 요양병원 100%

 

2004년 114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2008년 692개로 증가하고, 2013년에는 1161개로 급증하였다. 특히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정부는 중소병원의 경영난과 노인인구의 급증을 이유로 민간요양병원에 많은 지원 을 하였다. 정부는 애초부터 공립요양병원을 늘리기 보다는 민간병원의 요양병원으로의 전환을 주된 정책으로 삼았으며, 이 때문에 2008년이 되어서는 초기 목표치 이상의 요양병상이 확보되었다.

요양병상의 필요에 의해 난립한 민간요양병원에 대해 공적규제는 거의 없었다. 엘리베이터기준, 화재안전시설기준, 병상기준등도 문제가 발생한후 땜빵식으로 매년 추가되는 형국이다. 병원비도 처음에는 장기입원환자의 입원료 체감제를 기존의 건강보험기준보다 낮게 적용하도록 변경하였으나, 의료비 급증과 본인부담확대를 막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뒤늦게 2008년부터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제 를 실시하여 의료비 통제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보면, 정부가 요양병상 확대에 사용한 방식은 그간의 한국의료체계를 도입한 방식과 똑같다. 민간에 인센티브를 주어 공급의 대부분을 책임지게 하고,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통제책을 조금씩 마련하는 방식이다.

물론 요양병원의 초기 도입당시 공공요양병원을 지자체별로 확보하려 하였고, 현재 전국에 약 70여곳의 공공요양병원이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사실상 민간요양병원과 다르지 않다. 우선 현재 공공요양병원은 전부 민간위탁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는 ‘노인전문병원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여 시도립 또는 시군구립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료법인이 해당 부동산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자체는 이들에게 노인전문병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민영화한 공공의료기관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위,수탁이 수십년의 계약유지를 전제로 하고, 지자체는 포괄적인 감독권만 행사하고 있어 사실 이들 병원이 자체운영규정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사업내용에 있어서도 공공성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여타 공공병원의 위탁과 마찬가지로 시설공사와 의료장비 대여 외에는 재정지원없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무늬만 공공요양병원이라 볼 수 밖에 없고, 수탁자의 경영방침에 따라 운영이 좌우되고, ‘돈벌이’를 우선하게 되는 상황은 민간요양병원과 동일하다. 특히 ‘공공요양병원’이라서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하고 역으로 ‘공공’이란 타이틀이 이들 위탁 병원경영에 도움이 될 뿐이다. 올 4월에 있었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파업은 병원측이 인력충원없이 간병인 3교대 전환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촉발되었고, 병원장에 대한 배임혐의도 제기되었다. 또한 청주시가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맞지 않게 수탁자격이 없는 자에게 병원운영을 위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청주시장은 소극적 중재에 나서는 것 외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수익성이 최우선이 된 요양병원

 

따라서 현재 한국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병원만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민간요양병원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첫째는 수익성을 병원경영의 제 1 목표로 두게 된다는 점이다.

병원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돈을 많이 받거나, 병원의 비용을 줄이거나 해야 한다. 즉 수익성을 위해서는 필요에 의한 진료보다는 돈이 되는 진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지불제도가 일당정액제이고, 가난한 장기요양환자가 주된 대상이다. 때문에 극소수 요양병원이 비보험진료등을 하는 시도를 할 뿐 수익성 증가는 환자 한명한명에게 많은 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입원환자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일례로 최근 인천의 한 요양병원이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인들을 꾀어 입원시킨 뒤 건강보험공단과 정부에서 돈을 받아낸 일이 드러났다. 이 병원은 무려 입원환자의 42%가 노숙인이었고, 노숙인들이 의식주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해 “숙식제공” 등을 빌미로 입원을 시키고, 놀랍게도 전체 병원 매출의 66.8%를 이들로 채웠다.

반대로 환자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배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대상이 에이즈환자이다. 전국에 1300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중에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허용’하는 요양병원은 한군데도 없다. 민간이건 공공이건 요양병원들은 에이즈환자가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이 입원을 꺼리게 되어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아예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요양병원이 수익성을 높이는 경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인데, 인력을 최소한 고용하거나, 비숙련인력을 고용하는 방법 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의 의료 인력은 고령이거나 비숙련간호인력등이 많고, 유연노동이 가능한 노동자들이 많게 된다. 이는 요양병원에서 의료의 질을 크게 하락시킨다. 최근 벌어진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의료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기인한다.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가 줄어 병원경영이 어려웠다는 2013년에도 최고 연 223억9509만원의 매출, 18억4608만원의 당기순이익, 8.2%의 수익률을 거둔 경우가 있었고, 대체로 7-8%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걸로 보인다.

 

적정진료 모델자체가 없는 요양병원

 

진료나 약물치료, 처치, 검사, 그리고 입원에 이르기까지 의료에서 중요한 개념은 적정수준을 찾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까지 약물을 투여할 것인지, 어느 정도 상태까지 입원을 시킬 것인지, 이러한 기준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해야 ‘의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이러한 적정모델을 제시할 곳인 공공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여, 현재도 각종 의료영리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환자들은 받지 않아도 될 검사나 시술을 받은 게 아닌지 반대로 돈이 없다고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아닌지 찜찜하기 일쑤다. 그나마 급성기 치료는 대학병원이나 소수의 공공의료기관을 통해서 적정진료의 모델이 일부는 제시되어 있다.

요양병원은 반면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로 인해 적정진료모델이 전무하다. 만성요양환자에 필요한 처치나 인력배치 등은 최소한의 기준만 있을뿐, 적정 모델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모조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요양병원 시스템에서는 수많은 문제점과 사건사고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고작 문제점이 드러나면 땜빵식으로 대처하는게 유일한 대응이었다. 더구나 의료법에 요양병원에 대한 규정이 1994년에 처음 명시되었는데 20년이 지나는 동안 아직까지도 요양병원이 어떤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지 정립되지 못했고, ‘병원’인지 ‘수용소’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지적까지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옴진드기 감염, 결핵등이 요양병원에 퍼지고 있기도 하며, 기본적인 감염질환 관리까지 엉망인 상태다.

 

그럼에도 요양병원으로 몰리는 이유

 

그럼에도 한국의 낮은 사회복지수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양병원으로 노인들을 몰아넣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8%대로 OECD 국가 최고이며, OECD 평균인 12.4%와 비교할 때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아프면 자식들의 허리가 휘고, 그나마 간병비나 병원비를 낼 수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일반병원으로는 갈 수가 없다. 또한 독거노인의 경우 밥을 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정도의 도움만 있으면 된다고 해도 어딘가 입소하거나 입원하는 게 나은 게 된다.

이때 어떤 곳으로 가는 게 더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 되는지는 여러 가지로 고려를 할 수 있으나, 그나마 본인부담금 20%만 내면 되는 국민건강보험에 의존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가장 낫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우월성보다는 다른 복지제도(기초연금, 주거시설, 상병수당, 퇴직연금, 지역사회시설 등)의 부재로 인해 거의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으로 노인들이 몰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여 민간의료기관은 돈벌이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의 복지공백과 건강보험에 의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은 서로 공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복지센터처럼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급성기 병원의 팽창, 고비용구조로의 의료양태 변화와도 관련이 있지만, 요양병원은 노인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여기에 간병은 비용과 인력 모두 철저하게 공적영역에서 제외되어 있어, 간병서비스는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철저하게 결정된다. 추가적으로 요양병원 환자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비숙련, 저임금 간병인을 고용한다. 물론 간병인들의 노동조건도 심각하게 열악하다.

 

가난할수록 사회와 격리되는 곳, 요양병원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의 요양병원이다 보니, 입원한 사람들도 사실 대안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퇴원을 해서 외래로 치료 받거나, 집에서 안정가료를 해도 되는 사람들조차 요양병원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경증이고 요양병원에 입원할 돈도 없다면 요양원으로 가겠지만, 요양원의 상태는 더욱 열악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도 쉽지 않다. 미친 듯이 상승한 전․월세비, 높아진 물가등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급성기 병원에서 더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종합병원의 높은 병원비와 추가비용 때문에 사실상 치료를 반쯤 포기하면서 요양병원으로 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즉 한국의 요양병원은 오로지 경제적이유 때문에 선택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자율성도 침해되고 사회복귀프로그램도 제공되지 못하며, 환자들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전전할 뿐 사회로 복귀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인권은 물론, 환자 하나하나가 상품처럼 거래되는 형국까지도 가게 된다. 점점 더 요양병원 자체가 사회와 ‘격리된 시설’처럼 운영된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이 질환의 중증도 보다는 개인의 가난, 간병인력의 부재, 사회적지원의 부재, 기본복지와 소득의 부재등이 주된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대안 – 공공화

 

정부는 그간 수많은 요양병원의 문제점을 알고도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시늉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 도리어 민간의료기관의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민간의료기관의 권한을 보장하려는 시도 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적통제조차 전혀 없는 요양병원은 어찌 될까? 에이즈환자를 배제한 요양병원들, 장성 요양병원 화재참사, 노숙인을 유인한 요양병원사건,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파업 등은 시작에 불가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속히 공공요양병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최소한 권역별, 지역별로 공공요양병원을 건립하거나, 기존의 위탁된 병원을 직영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요양병원을 통해 적정프로그램을 제시하여, 민간의료기관에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다. 물론 근본적인 한국의 복지지형이 변화하지 않고서, 요양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하고,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미봉책에 끝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폭주하는 민간요양병원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만65세 노인이 2020년에 15.7% 2030년에는 24.3%가 되며 그 속도는 OECD국가중 최고로 빠르다. 지금 요양병원의 공공화에 실패할 경우, 이후에는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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