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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사회복지위원회  l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하주희|법무법인 정평 변호사, 민변

 

 

“법률상 원인 없이 징수한 국립대학교 기성회비 반환하라”는 법원의 판결

최근 법원은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8개 국립대학교 학생 4219명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기성회비 납부가 입증되지 않은 일부원고들과 보호자가 기성회 이사를 역임하여 자발성이 인정된다고 보이는 원고에 대한 청구는 일부 기각하였다). 그 파장은 꽤 큰 것이어서 국립대학교 총장들이 모임을 갖기도 했고, 언론들은 연일 판결대로 반환할 경우 그 액수가 얼마나 될 것이라는 등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 판결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동안 학교와 교과부와 일부 관련자만 알고 있던 ‘기성회비’ 문제를 모든 국민이 알게 된 것이다. 그것도 법적 근거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검토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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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등록금 고지서, 위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성회비 항목은 그대로 고지되었고, 부산대학교 수입징수관과 더불어 부산대학교 기성회장이 납입고지를 한다.

 

기성회와 기성회비 - 학생과 학부모만 몰랐던 진실

국내 각 대학의 기성회는 1963년 경 부족한 교육시설과 운영경비 지원을 위하여 자발적 후원회 성격으로 발족되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에 이르러 수업료와 더불어 등록금에 포함되어 징수되었고, 각 대학들은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학칙에서 정하였다. 각 대학 기성회 규약들은 ‘재학생의 보호자’를 기성회 회원으로 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학부모 중 기성회와 기성회비의 ‘존재 자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지만, 대학 등록을 위해 기성회장 명의로 부과된 기성회비를 꼬박꼬박 납부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성회비가 법령과 학칙, 규약 그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채로 부과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판결의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우선 구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항은 “학교의 설립․경영자는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이하 ”등록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고 그 징수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과학기술부령으로 정한다”(현재 고등교육법에서 징수와 관련하여서는 같은 조 제10항에 규정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과학기술부령에도 수업료, 입학금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기성회비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즉 기성회비가 등록금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데다가 수업료․입학금과 기성회비의 법적 성격, 결정․징수․집행의 주체 및 절차 등을 비교해 보아도 그 차이로 인하여 ‘기타 납부금’에 기성회비가 포함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학칙에 규정하는 것이 근거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학칙은 재학생에게는 효력이 있지만 기성회 회원인 재학생의 ‘보호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또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할 수 있는 학칙에서 법령상 근거가 없는 기성회비까지 징수할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기성회 규약이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보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성회는 탈퇴하거나 가입하지 않을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으로 이 규약을 승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비국고 회계’ 기성회비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기성회비의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들만 몰랐을 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 공적 기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적 근거 없이 기성회비를 징수하는 것의 문제점과 기성회비를 급여보조성 인건비나 사적 용도에 사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역설적으로 이 소송의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자료는 교과부가 제공한 자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학들이 -사립대학이 99년 기성회비를 폐지한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성회비가 일반회계와 분리되어 ‘비국고 회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비국고 회계로 운영된다는 것의 의미는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국립대학교이면서 법에 따라 징수되지 않는 뿐만 아니라, 관리도 되지 않는 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관리․감독에서 멀어진 기성회비는 말 그대로 국립대학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되어 왔다. 기성회비의 상당부분이 실제로 연구를 하지 않는 교직원들에게 연구비 명목으로 일괄적으로 ‘급여보조성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해외연수비, 생일선물비, 격려금, 포상금, 명절선물비 등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었다. 국립대학교 기성회비가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등록금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국립대학교 등록금 인상의 주 원인이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수십 년 동안 가능했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기성회비 항목은 대학등록금에서 사라져야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만 이 판결을 계기로, 적어도 법원에서조차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국립대학교의 등록금 징수 및 관리구조 개선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수업료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는 등록금을 직전 3개년도 평균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필연코 등록금 경감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 국립대학교의 재정 문제는 국립대학교에 ‘정상적으로’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국립대학은 13%에 불과한데, 이 국립대학마저도 전체재정의 40%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어 ‘국립’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교과부는 위 판결 이후 기성회비 폐지를 위한 대책이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이 2008년 발의된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법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의무화하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립대학처럼 운영하도록 해 두었기 때문이다. 교과부나 국립대학교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고등교육법상의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에 대하여 국립대학이 기성회비를 폐지하는 당해연도에 한하여 ‘반값등록금’을 상한으로 수업료를 인상하는 것을 허용하는 특칙을 두는 것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등록금부담을 경감하는 계기가 되길

현재에 있어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값등록금’ 여부는 복지의 중요한 한 축이며, 국가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 교육을 받을 권리와 직결되어 있다. 아직 항소심이 시작되지도 않아 갈 길은 멀지만 학생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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