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11-10   3118

[동향 2] 해외의 복지동향 – 영국의 고용정책

영국 사회복지의 최근 동향을 소개해 달라는 편집진의 요청을 받고, 필자는 고용정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왜냐하면 주시하다시피 영국은 사회복지 축소와 복지의존 감소를 정책목표로 제시하였던 보수당 정부이후에도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정책기조가 비슷한 경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며, 이러한 경향의 핵심은 복지와 노동의 연계이기 때문이다. 제 3의 길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노동당의 정책기조는 전통적인 노동당이 추구했던, 사회복지 급여의 확대와 이를 통한 불평등의 감소, 그리고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노선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노동당 정책노선은 21세기 지구화 경제시대와 탈산업화 경제시대에 현실 적합성을 상실했으며,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복지국가 체제를 재정립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구화 자본주의 경제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체제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복지국가(welfare state)가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을 지도하고 적응할 수 있는 경쟁국가(competition state)라는 신자유주의적 영향을, 협력자이자 경쟁관계에 있는 토니 블레어(Tony Blair)와 고던 브라운(Gordon Brown)이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당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1998년 2월 6일, 워싱톤에서 행한 다음과 같은 연설에서 블레어의 생각이 잘 드러나고 있다.

“중도 좌파에 속하는 우리는 지구화 경제시대 속에서 사회적 변화를 관리해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최일선에 서고자 노력할 것이다. 과거의 좌파는 그러한 변화를 거부했다. 새로운 우파는 변화를 관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관리하여 사회통합과 번영을 달성해야만 한다…..”

경쟁국가에서 채택하는 사회정책의 형태는 ‘권리’를 ‘계약’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복지국가에서 사회복지급여는 ‘권리’로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자동적으로 획득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경쟁국가에서 사회정책은 이러한 자동적인 권리획득에 의문을 제기하고 복지수급자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만 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급여제공과 요건을 계약하는 체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기존의 복지국가에서의 자동적 권리의 부여가 수급자의 의존을 야기하고, 수동적이고 비활동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존재하며, 사회적 불이익 집단과 하위계층의 궁극적인 복지향상은 복지수급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활을 복지급여가 지원하는 형태로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신노동당의 표현에 의하면 ‘적극적’ 복지체계로 변화하여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의 변화는 어떤 미사여구로 표현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노동과 복지의 연계 형태로 나타난다. 소위 welfare로부터 workfare로의 변화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달성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신고용협정(New Deal)이며, 이 외에도 광범위한 사회보장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근로가족을 위한 세금 감면 및 지원(Working Families’ Tax Credit) 프로그램의 도입, 사회보험형태의 급여 축소와 공공부조성격의 급여 확대 등이 그러한 변화를 대표하고 있다. 공공부조 성격의 급여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사회보장 지출에서 공공부조 프로그램의 지출 비율이 1970년대 말에 17%에서, 1980년대 말 27.7%, 1990년대 말에 34.8%로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신노동당 행정부에서도 그러한 비중은 감소되지 않고 있는데, 2001/2002 회계연도에 공공부조 성격의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33.5%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분명 존재한다. 보수당 행정부에서 이루어졌던 노동과 복지의 연계라는 변화가 복지 수급 권리를 위축시켰고, 불평등을 확대하였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노동당 행정부가 노동과 복지 수급권을 단순히 연계함으로써 사회복지 지출을 축소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정부의 사회보장 지출 자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는 단순한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예를 들어 정부의 사회보장 지출이 1998/99년 불변가격으로 비교할 때 1978/79 회계연도에 509억 파운드에서 2001/2002 회계연도에 1,027억 파운드로 거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함-, ‘권리’에서 ‘계약’으로 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정적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새로운 노동당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의 변화, 즉 권리에서 계약으로, 소극적 복지에서 적극적 복지로, 수동적 급여 획득에서 적극적 취업기회의 확대로 전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신고용 협정(New Deals)이라고 할 수 있다. 새 행정부는 뉴딜에 대한 전달 책임을 기존의 고용서비스(Employment Service) 기관에 부여하였는데, 이는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존의 구직자 수당(jobseeker’s allowance) 급여체계를 기반으로 하여 건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형태는 고용서비스 기관의 고위 간부들로 하여금 조직을 재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편으로는 실업자와 고용주 그리고 다른 기관들에 대한 신뢰성을 재건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노동당은 ‘복지와 노동의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가장 적절한 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는데, 1998년 노동당 토론회에서 토니 블레어 수상은 급여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한 ‘노동에 초점을 둔 단 하나의 입구(a single work-focused gateway)’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하는 조치로서 1999년 말까지 ’ONE’ pilots이라고 부르는 12개의 조직을 설립하고 새로운 서비스 전달에 대한 적합성을 테스트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 3월에 블레어 수상은 이제까지 중 가장 급진적인 단계를 발표하였는데, 고용서비스기관(ES)과 급여기관(Benefits Agency; BA)을 합쳐서 하나의 단일한 근로연령기관으로 통합한다는 것이었다(주택급여는 여전히 분리되어 지방정부에 의해 전달됨). 새로운 기관의 명칭은 직업센터 플러스(Jobcentre Plus)이며, 이 전달체계에 의해 ’복지 시스템에 권리와 책임의 문화를 새겨 넣을‘ 것이며, ’개별적인 상담원들은 클라이언트들을 노동과 훈련으로 단련시킬‘ 것으로 기대되었다. 목표는 2005년까지 9만에 달하는 직원의 일을 1500개의 지역 사무소로 통합하는 것이며, 특히 컴퓨터, 전화, 그리고 온라인 테크놀로지들을 이용하여 서비스 전달체계를 현대화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현대적 환경 속에서 ’줄서지 않는‘ 전문적 서비스 전달체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기관은 즉각적이고 정확한 급여지급과 신속한 과정이 전망되고 있으며, 클라이언트는 ’고용 먼저(employment first)’ 접근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직업센터 플러스 체제는 완 파일럿의 실험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피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는데, 핵심은 신청과정에서의 고용 원조 요소와 급여상담요소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콜 센터를 통해 ‘고객 서비스 대행사’에 접촉한 후, 잠재적 신청자는 인터뷰에 할당되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재정적 급여 사정원(assessor)’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 다음 그들은 개별적 상담원과 만나게 되며, 상담원의 과업은 고용가능성(고용능력)을 평가하고 취업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직자수당(JSA)을 받는 실업자들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도록 요구될 것이며 특별한 실업기간을 거친 후에는 뉴딜에 들어가도록 요구될 것이다. 다른 신청자들은 ‘노동에 관해서 숙고하도록, 뉴딜에 조인하거나 혹은 일련의 자발적 모임(노동을 준비하도록 하는 개별적 상담원과 함께)에 참가하도록 장려될 것이다. 참가를 선택하지 않은 비활동적인 신청자들은 그들을 위한 다음의 ’노동에 초점을 둔 인터뷰(WFI)‘에 참석하게 되면 동일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뉴딜을 포함하여 일련의 노동과 연계된 복지 프로그램들에 대한 평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이러한 정책 변화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긍정적 효과를 검증하는 다수의 연구들이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평가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생략하는데, 이러한 평가들을 자세히 검토하기에는 본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정책효과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들을 소개하면서 필자가 부러웠던 점은, 정책변화를 추진하는 전달체계에 많은 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복지 급여 그 자체의 확대 못지 않게 관련 서비스의 확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정책당국자가 깨닫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시와 자활서비스의 확대, 그리고 고용정책을 생각하면 전달체계에 대한 정책적 고려의 부족은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정원오 /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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