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6-20   3315

[동향1] “살기 위해 노동 한다!” 2011, 청소년 배달노동 실태 보고

이수정│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노무법인 휴먼 노무사

 

지난 해 12월과 올 해 2월 오토바이로 배달 노동을 하던 청소년이 배달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었다. 음식 배달에 최적 시간이라는 ’30분’은 그 음식을 배달하는 노동자의 체온을 식게 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음을 간과한 때문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안전한 배달 노동을 위한 요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위험 경쟁을 부추기는  ’30분 배달 인증제’는 폐지되었다. 
’30분 배달 인증제’의 폐지와 업무 평가 항목 중 ‘속도’항목의 폐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배달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보호 장구는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헬멧지급 정도가 전부인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일하는 청소년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헐값 노동 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 폭언․폭행에 노출된 채 건강의 위협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배달 노동을 그만 둘 수 없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2008년부터 일하는 청소년의 최저임금 실태조사, 건강․안전․폭력 경험 실태조사(2009년)를 했고, 이번 보고는 그 연장선에 있다. 올해 네트워크가 주목한 문제는 청소년은 왜 ‘목숨을 걸고 배달 노동을 하는가?’였다. 청소년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배달 노동을 하고, 배달 노동을 하는 동안 겪는 어려움과 노동 재해의 경험 그리고 그 대처 방법은 무엇인지, 안전교육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제도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지의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어떤 의미에서든 살기 위해 노동하는 이들이 실은 목숨을 담보로 노동을 하는 아이러니는 비단 배달 노동을 하는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인식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하에서는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통해 드러난 청소년 배달 노동 인권 실태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일하는 청소년들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노동을 위해 사회와 정부에 전하는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장시간, 장기간 노동 증가 추세

2010년 이후 일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665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주 5일 이상 일한다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665명)의 53.4%, 하루 4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은 62.3%로 나타나 주중, 주말 상관없이 상시적인 노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근기법)에서는 18세 미만자에 대해 하루 7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합의 한 경우에 한 해 하루 1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하루 8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78명(11.7%)에 달해 방과후 일하는 청소년의 경우 장시간 노동이 필연적으로 야간노동(밤 10시 이후부터 다음 날 6시 사이)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장시간, 야간노동이 성장 중에 있는 청소년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따로 보고된 적은 없지만 그간 비청소년에 대한 다른 조사에서 보고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하는 청소년의 실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 중 하나가 방학 중에 잠시 일하거나 방과 후 2~3시간 일할 뿐이라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파악한 사실은 이와 다르다. 일하는 청소년의 상당수가 학기 중에도 상시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저임금 단기간의 노동을 반복하면서 장시간, 장기간 일하는 청소년의 증가추세에 대해 제대로 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임금 벌충을 위해 위험 감수

 

배달 노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면접에 응한 청소년 모두가 “시급이 그나마 쎄서”, “다른 일보다 돈 더 많이 주는 것 같아서”라고 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페이가, 시급이 그나마 쎄고 즐기면서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시급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니었어요. 다른 데보다 ‘쪼금 더!’ 그런데 오토바이는 상당히 위험하단 말이에요.”(사례2)

 

“뭐 집에 할머니 밖에 없어가꼬 용돈 내가 받아쓰기도 그렇고, 다른 일보다 돈 더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시급을. 그래가 그거밖에 택할 길이 없어가꼬……”(사례4)

 

[그림1-1] 배달 노동을 선택한 이유

그림1-1.jpg
 

 

설문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림1-1>과 같이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서’라는 응답은 9.3%에 그친 반면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시급이 높아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48.3%,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21%에 달했다.

이는 오토바이를 타는 청소년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배달 노동을 하는 일하는 청소년에게 덧씌워지면서 야기하는 사회적인 편견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배달 노동을 하는 경우 <그림1-2>, <그림1-3>과 같이 2011년 시급이 최저임금 이상인 경우가 주중 , 주말 모두 88.4%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와 비교해서 시급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노동을 하는 주된 이유가 ‘다른 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수준 때문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결과다.

 

[그림1-2] 배달경험자 주중 시급(2011)

그림1-2.jpg

 

[그림1-3] 배달경험자 주말 시급(2011) 

그림1-3.jpg

 

일하는 청소년이 받는 ‘초’저임금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임금 벌충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보호구는 헬멧 착용이 전부

 

“갑자기 사람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바로 옆으로 차가 쌩 지나가거나 그럴 때 위험해요. 오토바이가 인도로 다니기엔 사람도 많고…… 차도로 다니기에도 애매해요. 차들이 오토바이 신경을 거의 안 써요. 자리를 빼주지 않고…… 그래서 오토바이가 차 사이사이로 가는 편이죠.”(사례3)

 

장시간 혹은 야간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는 일하는 도중 사고나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배달 노동의 경우 ‘사례3’처럼 어디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예측하기 힘든 골목상황이나 오토바이에게 위협적인 도로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히 위험한 노동 환경이다.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보호장구의 지급과 착용은 필수다. 

[그림1-4 ] 보호구 착용

그림1-4.jpg

그런데 조사 결과 배달 노동할 때 착용하는 보호구는 <그림1-4>과 같이 안전모가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가 넘어졌을 때 무릎을 보호하는 무릎보호대, 바람이나 비, 먼지 등에 의해 눈을 보호하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고글, 야간 운전에 필요한 야광조끼 등의 착용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한 상황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보호구의 지급과 착용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피자나 치킨 등을 배달하는 노동의 경우 오토바이의 규격이나 장비 정검, 헬멧과 같은 보호장구의 안전 기준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보호장구를 소홀하게 취급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관련법에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 역시 시급하다.

 

 

2명 중 1명 사고 경험 있다!

 

“막상 해보니까 목숨 걸고 하니까…… 처음엔 딱 탔을 땐 목숨 걸고 하는 건지 몰랐어요. 재미로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타보면 목숨 걸고 하는 것인 지 이제 알죠.”-사례2-

 

보호장구의 미지급과 안전 대책이 소홀한 상황에서 배달 노동 중 사고를 경험했다는 이는 <그림1-5>와 같이 2명 중 1명 꼴(50.2%)로 나타났다. 일상적으로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사례 2’처럼 “목숨 걸고”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그림 1-5] 사고 경험

그림1-5.jpg

 

[그림 1-6] 사고 유형

그림1-6.jpg

사고 유형에 대해서는 <그림1-6>과 같이 교통사고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73건으로 가장 많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나 물건 등을 피하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41건, 장비불량사고도 14건에 달했다. 치료 방법은 입원치료의 비율이 33.6%, 통원치료 20.4%에 달했다.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도 30.1%에 달해 사고 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교통사고 비율이 높은 현실은 학업과 취업, 일상생활의 불이익을 초래한다. 사고 후 휴학하고 취업을 미루게 되거나 장애가 남는 경우도 많아 안전한 배달 노동과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고 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 제도를 몰라서

 

치료는… 처음에 사장님께 말 안했어요. 제가 절뚝거리니까 사장님이 어디 다쳤냐고 해요. 오토바이 쓸렸다. 하니까 까보래요.(상처를) 피는 멈추고 흉터가 있으니까 빨간약 후시딘 주고 일단 그걸로 하라고 그담엔 오토바이를 보더라고요. 오토바이 괜찮나… 무시… 자존심 상했죠.(사례 3)

 

사고 응답자의 54%가 통원 및 입원 치료를 할 정도였는데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처리한 경우는 25.4%에 불과해 제도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처리하지 못한 이유가 ‘제도를 몰라서’라고 답한 경우가 많아 사후 대처방법과 제도에 대한 교육에 대한 대책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노동자가 임금수준을 이유로 배달 알바를 선택할 때 위험요인은 특별한 고려사항이 되지 못한다.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갖춘 일자리가 청소년노동자에게는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해 예방에 필수인 안전교육보다는 알아서 조심하라는 현실, 헬멧이나 마스크, 장갑 같은 최소한의 보호장구도 지급하지 않는 현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이거나 재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현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행정관리감독은 뻥 뚫려 있는 현실에서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노동자의 부주의로 귀결되고 만다. 피해는 고스란히 청소년노동자의 몫이다. ‘안전하다’는 의미는 실수가 있거나 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해도 안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쉽게 책임이 전가된다. 사업체 대표는 가맹 사업주에게, 가맹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노동하는 주체로의 인식과 안전 노동을 위한 제도 개선

[그림1-7 ] 안전 노동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 1순위

그림1-7.jpg

안전한 배달 노동을 위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내용은 <그림1-7>과 같이 ‘배달 노동하는 인원의 충원’을 가장 많은 46명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거리를 고려하여 안전운전 할 수 있도록 시간안배’ 42명, ‘안전모, 마스크, 장갑, 안전화 등 업무관련 보호장구 지급’ 37명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시급한 게 딱 두 가지 있는데 시급인상이랑 산재 보험처리 같은 거, 오토바이 수리 값 이런 걸 사업장에서 해줘야지 우리는 일하러 온 사람인데…… 우리 거가 아니니까 우린 빌리는 것뿐인데 (사고 나면) 우리가 부담해야 하고…… 이런 거 보면 좀 아니지요.”(사례5)

 

“알바를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해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타당한 적당한 알바를 하는지…… 만일 부당하게 임금을 못 받거나 하면, 학교가 나서서 받을 수 있게 했으면……  얘를 들어 산재의 경우 학교가 항의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줬으면 좋겠어요. (중략) (근로감독관이) 업소에 직접 나와서 관리하는 시간을, 좀 자주자주 관리하고, 좀 철저히 하고, (법을) 어겼을 때 처벌을 강화하거나 했으면 좋겠어요.”(사례3)

 

“저희는 취업을 하거나 진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 것 좀 미리. 취업을 할 때도 거기에 대응을 할 수 있거나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하나도 모르니까. 가서 새로 배워야 되는 거잖아요. 그 전에 먼저 뭐, 선생님이나 여기에 오신 분들이 다 겪어 본 사람들이니까 조언이라든가 그런 거 알려줬으면 좋겠어요.”(사례7)

 

 ‘사례 5’는 최저임금 수준을 지키고 인상할 것, 사고 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처리할 것, ‘사례 3’의 경우 상시적이고 제대로 된 행정감독과 학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무조건 금지’나 무시가 아닌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청소년 각자의 이유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이유가 있어 일하는 청소년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더 기울여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사례 7’의 경우 일하는 동안 알아야 할 권리나 필요한 사항에 대해 학교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일하는 동안 존중받고 침해된 권리의 회복을 위해 알아야 할 노동인권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인권 교육은 노동자든 사업주든 나의 권리 못지 않게 타인의 권리와 처지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은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특히 장시간 노동하는 동안 많은 배달 건수를 소화하며 위험한 노동에 내던져 있는 청소년 배달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귀 기울이고 제도 개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서비스업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 재해는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일하는 청소년의 많은 수가 서비스업의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에 대한 대응에서 일하는 청소년의 현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법․제도가 갖춰진다 해도 청소년노동의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한 공감해 주시라는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