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10-01   12767

[복지칼럼]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 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 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
: 노인기준연령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최혜지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노화를 경험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다소 모호하다. 개인마다  적지 않은 편차가 예측된다. 때문에 무엇을 기준으로 또는 몇 살을 기준으로 노인과 비노인의 경계를 가를 것인지 선명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노인을 정의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살아온 년 수에 기초해 특정 년 수 이상 산 사람을 노인으로 가름하는 역연령 방식이다. 역연령 방식은 65세 이상을 흔히 노인으로 분류한다. 1950년 UN이 고령지표를 산출하면서 독일 노령연금 개시 연령을 참고해 정한 것을 기원으로 본다. 두 번째 방식은 사회마다의 문화와 규범에 의해 구성된 사회적 연령이다. 환갑잔치를 중요한 통과의례로 치렀던 우리 관습은 60세를 노년기 진입시기로 보는 묵계적 합의를 반영한다. 사회연령 방식에.서 노인의 연령은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

역연령이든 사회연령이든 하나의 연령을 노인의 시작점으로 짚어 내기란 쉽지 않다. UN의 노인기준연령 65세 또한 ‘왜’냐고 묻는다면 답변이 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UN 기준에 따라 일반적으로 65세를 노인기준연령으로 적용한다. 그러나 추측과 달리 65세 이상이 노인임을 천명한 현행 법령은 없다.

최근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 되고 있다. 건강한 섭식과 체계적 건강관리로 현대인의 신체적, 정신적 역량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이다. 활동력과 생산력에서 현재의 65세는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하는 노인으로 분류하기에 부정합이 크다. 때문에 노인으로 분류됨을 수용하기 어려운 건강한 초기 노인들로부터 공감도가 높다. 이는 저마다 주관적으로 구성한 노인됨의 정서적 시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생물학적이든 사회학적이든 노인의 객관적 역치(threshold)상정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를 내포한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인기준연령이 요구되는 이유는 사회적 쓰임새 때문이다. 노인기준연령의 쓰임새를 짐작케 하는 단서는 법령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인복지법 제3장 제26조 1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라고 경로우대 제도의 대상을 명시한다. 기초연금법 제1장 제3조 1항은 기초연금 수혜의 범위를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인 사람으로’라고 정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장 제2조 1항은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수급자 범위를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노인기준연령은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자 규정에 요긴하다. 때문에 노인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은 곧 사회보장 수급연령의 상향조정과 다르지 않다.

사회보장 수급연령의 상향조정에 대한 저항을 염려해 우회 전략으로 고안된 것이 노인기준연령의 조정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여론은 현세대 노인의 건강과 사회적 역량을 고려한 합리적 노인기준연령 모색의 필요성에 찬동했다. 자기이미지를 노인과 일치시키기 거북했던 65세 이상은 노인의 경계를 빗겨날 수 있는 기회로 반색했다.

그런데 노인기준연령 조정에 대한 논의는 의미와 목적의 중의성을 분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노인기준연령 조정에 대한 논의의 필요는 언어의 사회화 차원에서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전문가의 혜안과 대중적 논의를 통해 노인을 경계 짓는 특정연령을 규정하면 될 문제이다. 그러나 노인기준연령 조정과 사회보장 수급연령 조정을 분리해 논의하지 않으면 비극적이게는 노인기준연령 조정을 위한 노력이 사회보장 수급연령 상향조정의 바람잡이로 귀착될 수 있다.

노인기준연령 조정으로 에둘러진 사회보장 수급연령 조정에 대한 논의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보장 수급연령 조정은 노인기준연령 조정으로 오도된 기표를 벗고 논의 의도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노인이 주요대상인 사회보장제도의 적용대상자 규모를 축소하려는 종국의 의도를 표면화해야 한다. 포장과 우회는 논의를 교란시키려는 의도에는 충실히 복무하나 합리적 결과의 도출에는 도움 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보장 수급연령 조정은 대상자 선별 기준으로 연령이 갖는 정합성에 대한 숙고를 필요로 한다. 노인연령을 빌미로 사회보장의 대상자 규모를 조정하는 것은 연령을 사회보장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적용했던 기왕의 구도를 변화 없이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연령은 사회보장의 필요도를 가늠케 하는 유용한 지표이다. 그러나 연령은 욕구를 예측하기 위한 이차지표일 뿐 욕구 자체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생의 주기에 따라 욕구와 과업이 배열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표준 생의 모델의 유용성이 낮은 지금 연령은 욕구를 표상하기에는 지나지게 굴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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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산업화 사회에서 노동시장 진입 시기는 지연되고, 노동시장 존속기간은 감소하며, 노동시장 퇴거와 재진입의 빈도는 증가하고, 고용불안정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소득감소와 소득보전 욕구의 예측변수로 연령이 갖는 설명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연금 수급기준으로 연령이 갖는 도구적 유용성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사회보장 수급기준으로 연령의 적절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

연령이 사회보장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갖는 유용성에 손을 들어준다 해도 노인기준연령을 관련 정책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현재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서비스,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 등 노인대상 사회보장제도는 65세를 대상자 기준연령으로 적용한다. 그런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65세에서 69세 사이의 인정자 비율은 2014년 6.0%에서 2015년 4.4%로 감소했다.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이용자의 평균연령은 77.6세, 70세 이하 이용자 비율은 8.1%이다.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이용노인의 평균연령은 복지관이 73.5세, 경로당이 75.0세이다. 그나마 매년 증가한다.

언급된 서비스의 이용자 연령분포는 대상자 기준연령 65세와 서비스 욕구 사이의 탈각을 드러낸다. 이는 노인기준연령을 사회보장 대상자 규정조건으로 절대화 한 제도적 오류를 꼬집는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는 대상자 기준연령을 모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사유는 제도적 합리성을 떠나 보편기준의 강박이 작동한 결과이다. 정책은 욕구에 근거해야 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일지라도 어떤 욕구를 겨냥한 것이냐에 따라 대상자 기준은 상이해 질 수 있다. 노인연령과 노인대상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자 기준연령과의 반사적 등치관계에 대한 가정이 해체되어야 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일지라도 대상자 기준연령은 제도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노인기준연령 조정 논의의 배경은 연금 수급연령의 상향 조정에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의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우려된다. 우선 연금 수급연령 상향 조정은 연금 살리기의 전략적 선택이다. 제도의 경로의존성에 따라 운용 중인 제도의 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제도 역시 탄생하는 순간부터 나름대로 생존 방편을 모색하게 된다. 제도의 효과성에 앞서 제도의 생존 자체를 우선하는 선택이 왕왕 이루어진다. 거칠게 보면 연금 수급연령의 상향 조정은 제도목적에 우선한 제도 살리기의 일환이다. 연금제도의 성숙에도 노후 소득보장 기제로서 연금의 한계는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연금 수급연령의 상향 조정은 노후 소득보장 기제로서 연금의 한계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제도의 목적이 제도의 생존을 빌미로 물러앉는 모양새다.

연금 수급연령 상향 조정은 인구고령화에 대처하는 선진국의 일반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흔히 등장하는 변론이다. 선진국 모방에 앞서 노인빈곤에 대한 우리의 현실인식부터 바로 할 일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2015년 43.8%로 OECD 가입국 중 최고이다. 절대빈곤율은 같은 해 28.8%에 이른다. 연령대 별 소득 대비 부채비율과 자산 대비 부채 비율 모두 우리나라 60대 이상 노인이 미국노인 보다 높다.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4년 28.9%에 이른다. OECD 평균 13.0%를 크게 웃돈다.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노인의 삶이다. 그 중심에 부실한 공적 연금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공적 이전소득 구성비는 19%로 OECD 평균 60%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공적연금의 노인빈곤율 감소효과는 11%에 불과하다. OECD 평균 58%와 격차가 크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공적 연금의 성적표이다.

평균 은퇴연령 53세와 국민연금 개시 연령 61세 사이에 8년의 소득절벽기가 존재한다. 기초연금 수급 개시 연령까지는 13년의 시간차가 있다. 은퇴 후 소득은 4년 만에 은퇴 전 소득의 34%로 수준으로 급감한다. 국민연금 개시연령을 1년 늦출 때마다 2014년 기준으로 약 200,000명의 소득 공백기가 1년 증가한다. 노후소득보장 기제로 옹색함을 벗어나지 못한 연금의 대상자 축소를 의중에 둔 노인기준연령 상향조정은 빈곤한 노인의 삶의 무게를 덜어낸 뒤에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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