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7-18   2684

[동향1] 한국사회서비스 제도화의 현황과 전망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론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 사회서비스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확대는 참여정부 기간에 본격적으로 나타났지만 그 경향은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예컨대, 지출규모만 보더라도 1990년부터 2004년까지 공공사회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16.9%이지만 같은 기간 시설보호와 재가복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24.9%에 달한다(고경환 외, 2007에서 계산). 이러한 확대는 시설이나 인력 면에서도 관찰된다. 사회복지시설 중 사회복지관은 1990년에 88개소였으나 2009년에는 419개소로 3.7배 이상 증가했고, 사회복지생활시설은 1990년 687개소에서 2009년 3,770개소로 4.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사회복지사 자격증 교부자의 1985년 이후 누적인원은 1990년에 7,804명이었으나 2009년에는 337,652명까지 증가했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도 1990년 324명에서 2009년에는 10,334명으로 증가했다(보건복지부, 각년도).

  

사실 그간 한국에서는 사회서비스를 하나의 제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회서비스가 너무나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후순위로 간주되어 왔다는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리고 이처럼 사회서비스를 제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했던 관계로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정당화하는 시도도 사회서비스 그 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사회서비스가 사회의 다른 부문에 기여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논리로 전개된다. 그리하여 특히 참여정부 기간에 사회서비스 확대는 그것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그에 따라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정당화 근거로 작용하였다(기획예산처, 2006; 노대명, 2006).
  

물론 사회서비스는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의 다른 부문과 상호작용하면서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일자리 창출은 사회서비스에 있어서도 중요한 한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의 입장에서 볼 때 일자리 창출은 사회서비스의 부수적인 목적이지 본래적 목적은 아니다. 사회서비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서비스가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일자리창출도 궁극적으로는 효용을 잃을 것이다. 사회서비스가 가진 본래적 목적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목적은 사회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구조에 의해 그 달성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사회서비스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 오늘날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에 관한 논의는 사회서비스의 효과성을 위해서 그리고 추가적인 공급량의 확대를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 글에서는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서비스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

  

이제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를 구성하는 위의 네 가지 요소에 비추어 한국의 사회서비스는 어떻게 제도화되어 있으며 어떤 제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표 1> 사회서비스를 둘러싼 제도적 맥락의 구성요소와 내용

표1.jpg

자료 : Bahle (2003)에서 수정

 

역할의 할당 : 조정체계가 결여된 민간중심적인 생산구조

  

역할의 할당과 관련하여 한국 사회서비스가 가장 특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점은, 서비스 조정체계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사회서비스의 주된 생산자인 민간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서비스 이용자들의 이용자격을 심사하고 각 기관의 재량적 판단에 의하여 서비스 제공결정을 하고 있다(이봉주‧김용득‧김문근, 2008). 하지만 민간기관들의 이러한 행위는 그들이 서비스의 직접공급자로서 현장에서 직면하는 필요성에 의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민간기관의 우월성에 대한 사회적인 승인이나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민간기관들은 서구처럼 자선조직협회의 전통을 가진 것도 아니며 인보관 운동의 역사를 가진 것도 아니어서 도덕적‧철학적 우월성을 승인받아본 경험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민간기관들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필요에 의거하여 즉자적 차원에서 그리고 개별기관 차원에서 행하는 조정역할을 법적으로 승인하여 거기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자원의 할당 : 부족하면서도 적절히 분배되지 못하는 통제우선적인 재정체계

  

한국에서 사회서비스에 투입되는 자원은 늘 욕구충족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생산자에게 양질의 근로조건을 보장할 수준도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민간기관 종사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낮은 수준의 호봉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단지 정부의 정책적 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인상시켜 왔을 뿐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욕구충족에 필요한 적절한 자원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추계할 능력을 사실상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서비스 조정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또한 한국 사회서비스의 재정체계는 욕구충족을 지원하거나 욕구충족을 위해 서비스를 생산하는 민간기관을 후원하고 민간기관의 역할을 격려하기보다는 민간기관의 재정행태를 통제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 근본적으로는 사회서비스 조정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또한 사회서비스를 생산하는 민간기관에 대한 재정지원방식도 대단히 관료적이고 경직적이다. 이 역시 한국정부가 사실상 욕구를 얼마나 표적화하여 충족시켰는지를 평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서비스의 재정체계는 통제우선적인 재정체계의 특징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통제 및 관리운영체계 : 분절된 행정체계

  

사회서비스 통제체계로서의 행정체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는데, 이것은 분절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분절성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사회서비스에서 거의 언제나 지방정부는 중심적인 행위자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서비스는 그 특성상 지역단위의 공급을 특징으로 하고 이에 따라 사회서비스의 공급에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한국의 지방정부는 그 역사에서나 그 업무에서나 사회서비스를 중심적인 기능으로 설정해오지 않아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결여되어 있다.
  

둘째는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지방정부는 그 조직과 인력을 사회서비스와는 기능적으로 별 관계가 없는 행정안전부에 의해 통제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한국의 사회서비스가 안고 있었던 최대의 모순은, 그 본질상 지역을 단위로 기획‧공급되어야 할 사회서비스에 있어서 이를 담당해야 할 지방정부 자체가 가장 큰 걸림돌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지방정부가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당성 확보 : 시혜성

  

한국에서 사회서비스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온 가장 전통적인 근거는 시혜성이다. 한국에서 사회서비스는 정치적으로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사회서비스가 의미를 가질 경우에는 그것이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것으로 이미지화될 때이다. 정치적으로 중요하지 않고 동정적‧시혜적인 것으로 이미지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나서서 제공할 정치적 동기나 모멘트가 형성되지 못하였다. 사회서비스 공급에 종사한 민간부문이 모두 시혜적인 접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놓여 있는 구조, 즉 사회적 가치와 규범은 시혜적‧동정적 접근에 지배되는 구조였다. 국가는 민간부문에 시혜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민간부문은 시혜적‧동정적 이미지로 자신을 정당화해왔다.
  

최근에는 시혜성 외에 권리성과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성이라는 근거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고 이로부터 사회서비스가 고령사회를 맞아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 대안으로 주목받은 면이 있다. 일자리 창출론 역시 사회서비스를 그 자체로 중요시한 접근이라기보다는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실업문제 해소의 대안으로 제시된 면이 강하다. 보다 최근에는 이른 바 수요자중심 서비스가 강조되고 바우처가 등장하면서 권리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사회서비스의 변화와 그 함의
 
사회서비스 지방이양의 영향

 

1) 자원할당의 변화

사회서비스 지방이양과 관련하여 많은 연구자들은 지방간 재정력 격차에 따른 불균형 심화를 문제로 지적하였다(박병현, 2008; 이인재, 2006; 조영훈, 2001). 최근의 한 분석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와 사회복지지출 간에는 사회서비스 지방이양 이전에도 음의 관계가 있었으나 이것이 지방이양 이후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예산정책처, 2009).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일수록 빈곤자와 노인, 장애인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지방이양이 사회서비스에 있어서의 균형발전을 결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불균형을 초래했음을 보여준다.

 

<표 2> 지방이양 전후 지방정부 사회복지지출의 국고부담과 지방부담의 추이 (억원, %)

표2.jpg

주 1. 2004년 이전은 국고보조금.
자료 : 국회 예산정책처 (2009)에서 수정.

또한 지방이양 이후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이 확보되었다기보다는 사회서비스 욕구증가에 대한 국가와 지방의 재정책임 분담의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회서비스 지방이양으로 경상비적 성격의 중앙정부 보조금(주로 민간기관에 대해 지원되는 관리운영비)이 모두 지방부담분으로 넘어가면서 보건복지부는 지방에 대한 재정적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결국 지방이양은 지방간 불균형과 중앙과 지방간 재정분담의 불균형, 그리고 통제우선적인 재정체계를 바꾸는 데에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방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통제력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 통제 및 관리운영체계의 변화

사회서비스 행정체계와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의 이해관계가 늘 갈등해 왔다. 이것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기능적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지만 그 기능을 실제로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예산은 행정안전부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었다. 보건복지부는 1992년에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독자적인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몇 차례 시도해왔는데, 1990년대 중후반의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과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시도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런 노력은 사회서비스의 분절된 행정체계를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노력이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오던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단행된 지방이양은, 적어도 사회서비스의 통제 및 관리운영체계의 면에서 보면, 기능적으로 사회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에 관련된 조직과 예산, 인력을 통제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와 기능상 사회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로 분절된 행정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이었다. 물론 참여정부는 지방이양을 단행한 이후 지방의 공공복지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주민생활지원체계 구축을 시도하여 이른 바 8대 서비스를 공공복지전달체계로 하여금 수행토록 하는 등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들은 그 이후에 진행된 공공복지전달체계 개편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한 면이 있지만 당시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주민생활지원체계 구축은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지방이양과 방향에서는 조화로운 시도였지만 성과를 내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았고 또한 무엇보다 한국 사회서비스가 가진 행정적 분절구조를 감안할 때 보건복지부로부터 성의있는 협조를 얻기 어려운 것이었다.

 

3) 사회서비스 지방이양의 다른 영향들

사회서비스 지방이양은 자원의 할당과 통제 및 관리운영체계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만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 중 역할의 할당이나 정당성 확보와도 관련성이 있다.
  

먼저 역할의 할당과 관련하여 사회서비스 지방이양은 조정체계가 결여된 민간중심적인 생산구조라는 성격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하였다. 이는 사회서비스 지방이양 자체가 역할의 할당을 변화시킬 의도를 명시적이고 계획적으로 가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당성 확보와 관련하여 지방이양은 사회서비스가 지방을 단위로 기획되고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에는 일정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혜성이라는 정당성의 근거를 바꿀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시혜성은 지방이양이 아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지방이양에 대한 반작용의 영향

  

지금까지 본 것처럼 사회서비스 지방이양은 사회서비스를 둘러싸고 그 전부터 형성되어온 제도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지방이양 그 자체보다는 지방이양이 가져온 영향에 대한 반작용이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를 더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 후자의 변화는 전체적으로 보아 지방이양의 본래 의도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기보다는 그 반대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변화는 통제 및 관리운영체계와 관련하여 나타나고 있다.

 

1) 지방이양에 대한 반작용과 통제 및 관리운영체계의 변화

지방이양은 사회서비스의 통제 및 관리운영체계와 관련해서 보면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방정부의 기획력과 통제력을 증대시키고 그것을 통해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것처럼 지방이양이 결정된 이후 전개된 상황은 지방이양의 기조와 조화롭지 못한 정책적 선택이 확산되는 방향이었다. 중앙집중적인 국고보조방식의 바우처가 도입되고 이후 급속히 확대되었으며, 심각한 고령화에 직면한 지방정부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중요할 수 있는 노인돌봄서비스가 비록 사회보험방식이라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진지한 검토가 없는 채로 건보공단이 관리운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장애인재가복지서비스의 한 방법으로 새롭게 부각되었고 장애계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 활동보조사업이 그 제공방식과 관련하여 대안에 대한 어떤 진지한 검토도 없이 바우처 방식으로 결정되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관리운영기구가 국민연금공단으로 결정되었다. 즉, 지방이양 이후의 상황의 전개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방정부의 통제 및 관리운영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중앙정부(복지부)의 통제 및 관리운영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2) 지방이양 이후의 변화와 서비스 조정체계

 앞에서는 주로 지방이양의 기조와 상충하는 정책적 선택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지방이양 이후 지방정부의 기획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참여정부는 비록 집권 후반기이긴 했으나 2007년부터 주민생활지원체계 구축을 추진하여 공공복지전달체계 확립 시도를 하였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희망복지전달체계나 민생안정지원체계 구축 등의 시도가 있었다. 참여정부의 시도는 공공복지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시도로서는 그 이후 진행된 노력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집권 후반기에 추진되어 큰 성과를 얻지는 못하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된 시도들도 성과가 그리 두드러지고 있지는 않다. 이는 근본적으로 조정역할의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 생각된다.

 

3) 지방이양 이후의 변화와 정당성의 근거

 지방이양 이후 나타난 변화 중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사회서비스를 정당화하는 정당성의 근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바우처와 관련하여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바우처를 매개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정당성의 근거는 기존의 시혜성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것은 수요자중심서비스이며 또한 권리성이며 이 경우 권리성은 주로 소비자 선택권을 의미한다. 바우처가 등장하면서 한국의 사회서비스는 시혜성이 아니라 수요자중심성과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고 또 민간기관들도 그러한 가치에 맞추어 행위를 변화시키고 있다.

 

4) 최근의 시도와 그 함의 :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최근에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른 바 “행복e음”)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공공복지전달체계 개편은 상당히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또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하 “사통망”)은 2009년 6월의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종합대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이전에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던 새올행정시스템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여 2009년 12월부터 도입된 것인데, 이전에 시도되었던 공공복지전달체계 개편시도와는 다소 차별성이 있는 장점을 비교적 많이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몇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통망이 지역차원의 서비스전달체계를 얼마나 개혁할 수 있을 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직까지 사통망은 현금급여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그런데 현금급여의 경우에는 신청자의 자산을 공적자료로 조회하여 법령상 기준과 비교하여 전산상으로 수급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사회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비물질적 욕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청자의 자산상태만으로는 그 수급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으며 가정방문이나 상담 등을 통해 획득한 비물질적 정보가 함께 고려되어야 수급여부를 판단할 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통망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건보공단이 관리운영하는 노인요양보험이나 연금공단이 관리운영하는 장애인활동보조에 대해서는 단순히 정보를 조회할 수 있을 뿐 서비스 연계 등과 관련하여 권한을 행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조정역할이 제도화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서비스 연계팀이 관할지역의 민간복지기관에 대해서도 서비스연계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노인요양보험과 장애인활동보조는 지방정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관에 의해 완전히 별도로 운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설사 시‧군‧구의 서비스연계팀에 조정권한이 주어진다 해도 건보공단과 연금공단에까지 권한을 행사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망과 결론

  

지금까지 한국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와 지방이양으로 인한 여러 가지 변화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내용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제도적 구조는 지방이양과 그 이후의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는 변화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사통망이 현금급여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그 효과가 회의적이다. 하지만 다소간의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사회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사회서비스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사회서비스의 공급량 확충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사회서비스가 적재적소의 욕구에 배분되어 그 목적을 적절히 달성토록 효과성도 제고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사회서비스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성요소 가운데 조정역할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욕구는 단지 경제적 기준만의 적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서비스 욕구는 비물질적 욕구이기 때문에 그 수급자격의 결정 역시 비물질적 기준에 의해 판단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려면 법적 권한과 책임, 그리고 조직적 능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조정역할을 제도화함에 있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행정안전부와 복지부로 이원화된 구조와 지방이양 이후 나타난 분절된 서비스전달체계의 구조, 그리고 경직적이고 통제우선적인 재정체계의 개혁 문제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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