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일반(sw) 2007-11-13   1446

대선, 대선 이후를 준비하자⑥ 품위있는 삶을 보장하는 사회는 요원한가?

[참여연대-프레시안 공동기획]

올해 초부터 '민주화 20년'과 'IMF 10년'을 맞아 2007년 대선은 중대한 정치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어느덧 대선을 불과 두달 앞둔 현 시점에 현실 정치 세력은 '한국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의 단초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적 함의도 찾기 힘든 이전투구식의 권력투쟁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거나, 상대편의 지리멸렬 덕에 독주하고 있는 쪽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묻지마 공약'을 내놓고도 각종 검증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기대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이번 대선에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공론의 장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을 준비하게 된 것은 이같은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총 9회에 걸쳐 연재될 이 기획이 참여연대 회원을 포함한 시민 여러분의 고민과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재는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대선, 대선 이후를 준비하자

① 돈 많은 못 사는 나라, 대한민국 /홍성태 (상지대 교수 ·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② "부동산 정책, '토지공개념'이 핵심이다" /김남근 (변호사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③ "서민 죽이는 서민금융을 개혁하라" /이헌욱 (변호사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정책사업단장)
④ 진정 '경제대통령' 되려면 재벌을 개혁하라 /김진방 (인하대 교수,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장)
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최영태 (회계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⑥ 품위있는 삶을 보장하는 사회는 요원한가? /김종해 (가톨릭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⑦ "'경제성장'만으론 노동양극화 치유 못 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⑧ '그들만의 리그', 관료사회를 개방하라! /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우리 사회의 문제

최근 우리나라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은 양극화, 저출산과 고령화로 요약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기업간(대기업과 중소기업), 산업구조(수출과 내수산업), 그리고 노동시장구조에서 급격한 양극화가 발생했는데, 이는 과거 고도성장기 경제성장이 고용창출과 양호한 소득분배로 이어지던 구조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현상이다.

양극화 문제

양극화의 양상은 여러 가지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는 도시 근로자가구의 절대 빈곤층은 2006년 11.35%로서, 1999년(15.16%)보다는 3.81%포인트 낮아졌으나, 2002년(9.53%)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도시가구의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빈곤율 역시 2006년 16.42%로 2005년의 15.97%보다 0.45%포인트 높아졌다. 이 비율은 연도별로 1999년 15.01%, 2000년 13.51%, 2001년 14.10%, 2002년 13.63%, 2003년 14.88%, 2004년 15.71%였다. 2006년의 상대빈곤율은 관련 통계가 나온 1999년 이후 최고치로, 외환위기 직후 잠시 좋아졌던 상대빈곤율이 2002년을 고비로 다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2003년 0.341에서 지난해 0.351로 악화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양극화 현상은 소득에서 뿐만 아니라 소비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진욱 교수의 '사회계층별 물가 상승률' 논문에 따르면, 부유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품목들의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은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빈곤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품목들의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은 통신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치를 웃돌았다.

빈곤층의 증가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것은 근로빈곤층의 증가이다. 기존의 빈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데 따른 물질적 박탈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근로빈곤이란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도 빈곤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보다 조금 많은 월소득을 올리는 신빈곤층)이 단순 취업 등을 통해 빈곤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게 된 현실을 보여준다. 근로빈곤층의 규모는 절대빈곤층(1인 가구 월 43만5921원, 4인 가구 월 120만5535원인 최저 생계비 이하의 소득층)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항상 빈곤하기보다는 빈곤과 탈빈곤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양극화는 단순히 빈곤층을 양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심각한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킨다. 과거의 빈곤은 사회구성원 다수가 결핍을 경험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에 따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전제하고 있었다. 반면 현재의 빈곤, 그리고 양극화는 과거에 비해 사회 전반적으로는 생활수준이 향상되었으나 빈곤층이 비빈곤층으로부터 단절되는 사회적 배제와 고립의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화는 빈곤 상황에 한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로 나타나고 있으며, 단순히 경제성장에 의한 분배효과(trickle down 효과)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빈곤층의 증가, 특히 노동능력이 있는 빈곤층의 증가와 양극화는 빈곤이 발생한 이후에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전통적인 소득보장제도(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함께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적극적 사회정책이 결합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우리 사회가 부딪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이다. 1970년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이 2004년 1.16명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이에 대한 적절한 국가적 정책개입이 없으면 한국의 인구구조가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2005년에 4829만 명에 달했던 총인구는 2020년에 4995만 명으로 정점에 이르고, 2050년에는 4234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92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1%를 차지한 유년인구는 2050년에 380만 명, 9.0%로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05년 438만 명으로 총인구의 9.1%를 차지한 노인인구는 2050년에 1579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37.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생산가능인구인 15세-60세의 인구가 2015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대신에 부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나 노인부양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림 1> 연령별 인구분포의 변화

이와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가족 기능의 약화이다. 가족구조의 변화, 여성의 경제활동 등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돌봄 노동을 담당하여 일정 정도 복지 역할을 수행하던 가족기능이 약화되어 새로운 사회적 위험 구조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가족의 크기가 작아졌으며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1990년에 3.7명에 달하던 평균가족원수가 2000년 3.1명으로 떨어졌으며, 단독가구의 비율도 90년 9.6%에서 2000년에 15.5%로 높아졌고, 여성가구주의 비율도 같은 기간에 15.7%에서 18.5%로 증가했다.

가족 기능의 약화는 아동과 노인에 대한 돌봄을 가족이 책임지던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흔히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논의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은 과거의 전통적인 소득보장프로그램 위주의 사회정책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사회정책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중적 사회적 위험의 대두

요약하자면 우리의 상황은 두 가지 과제 – 이중적 사회적 위험에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상태이다. 한편으로는 소위 '구사회위험'이라 지칭되는 실업, 질병, 노령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위험(대표적으로 빈곤)에 대해 적절한 사회보장체제를 강화해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대표되는 '신사회위험'에도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한국에서는 사회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정비하여 왔다. 예를 들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보호제도를 새로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변경하였으며,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같은 경우도 적용대상을 확대하여 모든 국민이 적용받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건강보험의 경우에는 지역, 직장,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분리되어 있던 것을 통합하였으며, 노인 부양과 관련하여서는 장기요양보험의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복지의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기본소득의 보장 – 구사회위험에 대한 대처

첫째는 소득보장의 문제로서 대표적인 제도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노후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소득보장제도로, 지난 7월 국민연금법 개정과 기초노령연금제도의 도입으로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틀이 크게 변화되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급격하게 낮아지고(공식적으로는 40년을 가입하였을 경우에는 소득대체율이 60%로 되어있으나 실제 평균가입기간이 21.7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득대체율이 40%에 불과할 것으로 계산된다), 대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60%에게 월 8만7000원 정도의 기초노령연금을 내년부터 지급하도록 되었다.

국민연금이 이렇게 개정된 것은 미래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을 우려하여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노령연금을 개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인은 재정적 측면에서 제도의 안정성과 보장성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연금의 개정은 보장성은 고려하지 못하고 재정적 안정성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가입자의 연금액조차도 최저생계비 이하 수준으로 낮아지는, 그래서 '용돈 연금'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노후소득보장기능을 현저하게 약화시켰다. 기초노령연금도 마찬가지이다. 현행 제도는 급여액이 낮을 뿐만이 아니라 지급범위나 지급방식에서 보편주의에 입각한 기초연금으로 보기 어렵다.

보건사회연구원이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65세 이상 노인이 한 명이라도 포함된 417여만 가구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32%는 재산도 소득도 없이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국민연금법에 의한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연금에 의한 연금을 수령하면서도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도록 할 수는 없다. 청장년기에 경제활동을 하면서 연금을 적립하고 은퇴한 이후에는 품위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노후에 적절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정부담, 적정급여의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빈곤층의 보호도 마찬가지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공적 이전보다는 사적 이전이 더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이 제도가 빈곤을 경감시키는 효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하다. 또한 차상위계층이나 근로빈곤층의 문제와 같은 최근의 심각해진 빈곤 양상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 최저생계비와 급여선, 부양의무자의 문제 등으로 인해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급여체계의 문제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의 보장뿐만 아니라 탈빈곤의 목적을 충분히 달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빈곤의 새로운 사회적 상황과 위험을 고려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보장하면서 탈빈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돌봄의 사회화 – 신사회위험에 대한 대처

두 번째 문제로 기본적인 소득보장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돌봄의 사회화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돌봄, 부양의 문제를 가정 내에서 여성이 담당하는 것으로 해결해 왔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표준적인 생애 주기나 표준적인 가족형태에서는 남성 생계부양자의 소득에 가족의 생계를 의존하여 왔으며, 이러한 가족형태에서의 여성의 주된 사회적 역할은 가족 부양이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남성 생계부양자의 임금수준이 가족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가족임금의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노동시장의 변화, 여성의 점증하는 노동시장 참여, 가족형태의 변화와 가족기능의 약화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이러한 가족임금과 여성이 가정 내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가족과 노동시장은 가족이 부담하던 돌봄에 대한 책임을 현저히 감소시킴으로써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사회위험은 특히 사적 영역에서 남성 1인 생계부양자 가구에서 보편적 생계부양자 가구(맞벌이)로의 전환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정규직 남성 생계부양자에 기반한 전통적 복지체계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로 대표되는 후기 산업사회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이 신사회위험인 것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로 인해 가구는 남성 생계부양자 가구에서 보편적 생계부양자 가구로 전환되고 있는데 반해 복지체제는 돌봄과 같이 사적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한 이유는 가정 내에서의 돌봄이 노동시간의 감소 또는 노동시장에서의 퇴출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나아가 돌봄에 대한 책임이 사라진 이후에도 돌봄 제공자(주로 여성)의 노동 시장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임신, 출산,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여성 소득 저하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요약하자면 가족 내 돌봄에 대한 책임이 기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서 가장 중요한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에게 일과 가족생활은 양자택일의 문제로 다가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각 가정에서도 추가소득이 절실한 현실과는 모순되게 여성에게 가정 내 돌봄의 책임을 요구함으로써 여성에게 일과 가정생활의 양자택일을 강제하게 되면, 여성에게 가족생활(결혼과 출산, 양육 등)은 선택가능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높은 인건비로 인해 돌봄과 관련된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돌봄의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주요한 과제로 나타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나아가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을 가중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남성(아버지)의 돌봄 참여, 아동보육서비스 등과 같은 돌봄의 사회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돌봄의 과제가 특정한 성(여성)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위험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돌봄의 사회화는 특정 계층만을 아닌 모든 계층에게 적용되는 보편주의 관점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사회서비스의 확충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생애주기에 따른 사회적 위험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과 관련된 사회서비스의 확충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애주기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적 위험에 부딪히게 된다. 출산, 육아, 질병, 실업, 장애, 노령 등이 그러한 문제들의 예이다. 현재도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복지서비스들이 있기는 하나, 대상이 취약계층에게만 제한되어 있으면서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열악한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를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도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른 사회 서비스 확충의 첫 단계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의 앞단계이다. 지식기반 경제 사회에서 요구되는 높은 질의 인적 자본이 단순히 학교 교육과 같은 공식적이고 제도화된 틀만을 통해서는 충족되지 못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특성에 상응하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취학전 아동기의 학습능력 배양이 인적 자본 축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데 다시 이러한 학습능력은 가정의 소득수준과 문화적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빈곤의 대물림과 사회이동성의 고착을 막기 위해서는 소득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들에게 취학 전에 일정 수준의 보육·교육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동기와 관련된 서비스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라는 점과 앞서 이야기한 돌봄의 사회화와 동시에 관련된 분야로서 보편적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분야인 것이다.

생애주기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관련된 사회 서비스가 필요하다. 현재의 변화는 사람의 생애주기에 따라 분포되어 있는 사회적 위험이 활동적인 성인기에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가족형태의 변화와 가족 기능의 약화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시장이 점점 더 과거와 같은 평생고용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에 노동력이 조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인적 자본의 확대와 강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

생애주기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노인들의 건강과 부양을 위한 사회서비스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방안으로서의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다.

공공성의 확보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데서의 쟁점은 이러한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가정과 시장을 통해서 해결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또는 복지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며, 복지에 대한 재원의 배정을 경제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익숙해 있다. 새로운 문제, 새로운 위험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도 정부 지출의 부담, 정부의 비대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시장을 통한 사회 서비스의 확충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는 단순한 경제성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며 시장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식상할지 모르지만 "복지는 소비가 아니라 인적 자본 확대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공공지출이나 정부의 크기는 절대로 우려할 정도로 크지 않다. 다름 <그림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정부의 크기, 공공의 역할은 큰 것이 아니라 너무 작은 것이 문제"이다.

<그림 2>

시장방식은 시장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지는 않는다. 소위 '시장의 실패'라고 불리는 것들 – 구매력에 따른 재화의 공급과 그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 삶의 질의 불평등, 무임승차의 문제, 이웃효과,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 – 로 인하여 시장을 통해서는 그 사회가, 사회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모든 시민들에게 품위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방식이 아니라 공공성이 담보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여야 한다. 사회서비스의 생산과 제공을 위한 인프라-전달체계의 구축에서부터 사회 서비스를 위한 재원의 확보, 서비스의 이용까지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에서 경제적 문제는 결코 경시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경제적 효율성 이면의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시장이 아닌 복지체제가 복지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김종해 (가톨릭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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