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8-11   32814

우리나라 장애인시설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최근 장애인복지시설의 동향은 정상화(normalization)의 원리에 입각한 탈시설화의 사고가 확장되고 있고, 지역사회 중심의 당사자주의가 각광(脚光)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최근 몇몇 시설에서의 인권유린 및 운영비리 등의 사례들이 대중매체에 보도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정책적 대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우리나라의 주거서비스 정책은 시설 거주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나 운영상의 비리문제를 차단하는 방안 마련이 정책의 목표가 되고 있고, 주거서비스의 화두를 점하고 있다.

이제는 기존 시설정책의 문제점들을 되돌아보며, 좀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그리고 긍정적이고 발전적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부각되고 있는 미신고 시설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장애인시설의 역사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시설 특히 생활시설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살펴봄으로써 사회통합적인 시설정책의 방안들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장애인복지시설의 역사적 기원과 부정적 결과들

장애인에 대한 그 시대의 대응(responses) 방식들은 각 시대의 주류사회가 신봉하는 가치ㆍ신념 등의 많은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데, 역사적으로 장애인수용시설은 여느 사회복지시설과 마찬가지로 봉건체제에서 근대 자본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난 대규모 노동 가능한 빈민(able-bodied poor)이나 노동 불가능한 사회적 일탈 집단을 격리수용함으로써 노동력을 확보하거나 최소한의 처우를 제공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작업장(workhouse)과 구빈원(almshouse)이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시설들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던 영국의 입헌군주국가체제에서 이른바 ‘定住法’(Settlement Act)을 위반한 부랑인들을 일정한 지역이나 장소에 구금하여 노동을 강제하는 대신에 최소한의 생존을 제공하여 주는 시설이었다. 이러한 제도는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산업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생산인력을 충당하는 과정이었으며, 사회적 일탈자들을 강제된 무력을 통해 격리 보호함으로써 사회 안전을 도모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장애인 수용시설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적 일탈자들에 대한 대응책으로 설계된 매우 비인권적인 세팅이었고, 운영방식 또한 처벌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사회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시설들은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오늘날에도 신빈민법 시대의 작업장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래와 같은 그 잔재들은 오늘날에도 시설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 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시설의 규모와 위치가 주는 요인으로 대부분의 시설이 수십, 수백 명이 생활하고 있는 등 일반적인 주거공간으로 볼 수 없는 대규모라는 것과 주로 시설의 입지가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된 위치이거나 울타리ㆍ담장 등의 통제시설이 존재한다.

∙시설은 거주자들의 기본적인 기초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일체 완비된 집단거주지이기 때문에 도리어 거주자가 지역사회에서 기능하는 것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규모 집단 주거이기 때문에 시설의 주거공간은 전형적으로 남, 여로 구분되고 있으며, 거주자 개인의 욕구가 반영되는 생활이라기보다는 정해진 일과표에 의한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고, 거주자들의 개인적이거나 다양한 욕구가 반영되기 어렵다.

∙시설 운영에 의료적인 틀을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 즉 장애인을 질병과 비슷한 행동 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규정함으로써, 시설은 그들을 격리하여 치료하기 위한 기지로 정당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거주자에게 순응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것도 치료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합리화되고 있다.

새로운 시각과 변화의 시작

그 사회에서 문제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시설이 강하게 도전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여기저기 시설에서 사고와 문제점들이 들어나고 사람들의 태도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사회 경제적 조류의 변화에 의해서 일반 사람들도 대규모 수용시설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1960년과 1963년 ‘아동 및 청소년에 관한 백악관 회의’가 발간한 ‘정신지체에 대한 대통령 패널의 법률 전담팀의 보고서’를 통해서 시설수용자들의 인권문제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리고 1966년 Blatt와 Kaplan이 발간한 라는 사진첩은 시민들로 하여금 정신지체인들이 거대한 수용시설에서 인간이하의 비참한 상태로 살고 있음을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1971년 UN총회에서 ‘정신지체인의 권리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정신지체인도 인간으로서의 존엄, 가치, 자유를 갖고 있음을 선언하였으며 이 시기에 나타난 울펜스버거의 정상화 이론과 시설에 감금된 사람들을 위한 치료의 권리에 대한 획기적인 판례들은 정상화와 탈시설화를 돕는 지역위원회가 설립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지역사회 서비스의 토대를 제공하였다.

또한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도 탈시설화를 지원하는 중앙 정부의 새로운 기금의 운영으로 지역기반 프로그램의 경향을 자극하였으며 특히 미국의 경우 1971년의 ICF/MR 법률의 통과는 시설의 자원을 지역사회 서비스 활동으로 재분배하려는 주(州)의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1998년까지 36개의 주가 118개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州) 시설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시설에는 더 많은 직원들이 고용되어 장애 거주인 대 직원의 비율이 낮아졌다. 과거의 수용 방식에서 재활과 훈련의 방식으로 강조점이 옮겨왔다.

20세기에 들어서서 나타난 장애인수용시설들의 변화들을 핵심적으로 요약하면,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자본주의체제에서의 사회적 탈락자나 취약 계층에 대한 생존권과 자유권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수용시설에 대한 관점도 변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현대적 접근은 ‘자유권의 일정한 제한을 통한 생존권의 보장’이라는 과거의 시설수용제도를 비판하고 시설생활자들의 자유권적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한 생존권 보장뿐만 아니라 복지서비스가 보편적인 시장 기제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차원의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시설의 기본 현황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시설은 1999년에 전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제48조에 의해, 장애인생활시설,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유료복지시설,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 5개의 종류의 시설로 분류하고 있다.

그 가운데 주거서비스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장애인생활시설은 2005년 말 현재 265개소이며, 이곳에서 19,668명의 시설 거주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특히 2001년~2005년 동안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ㆍ언어장애시설은 감소 및 변동이 거의 없는데 반해 정신지체인시설,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장애영유아시설은 시설의 수와 입소인원 면에서 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설의 평균 입소자 수는 약 74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시설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의 현황을 보면 2003년 1월 현재 총 미신고시설의 수는 392개소에 생활자 수는 6,494명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시설 당 생활자 수의 평균은 약 17명이었다. 2004년 4월의 현황을 보면, 조건부 신고시설의 수는 333개이고 생활자 수는 6,083명이어서 생활자 수의 평균은 약 18명이었다. 조건부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시설의 수는 59개이고 생활자 수는 1,288명이어서 그 평균은 약 22명이었다. 결과적으로 2004년 4월, 조건부 신고를 했든 하지 않았든 총 미신고시설의 수는 392개이고 생활자 수는 7,371명이어서 시설 당 생활자 수는 평균 약 19명이었다.

또한 수용시설의 문제를 주거서비스라는 관점에서 풀어 가보자는 의미에서 신고시설과 미신고시설 이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거서비스로는 지역사회재활시설로 분류되어 있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이 있는데, 2005년 말 현재 331개소에 생활자는 약 1,500명에 이르고 있다. 개소 당 평균 생활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4.5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장애인주거시설 현황은 신고시설 265개소에 19,668명, 미신고시설 392개소에 7,371명, 장애인공동생활가정 331개소에 약 1,500명 정도로 추산한다면, 우리나라의 주거시설의 수와 서비스 대상 인구는 약 1,000개소(988개소)에 약 3만 여명(28,539명)이 생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시설의 문제점

『지역사회 보호』라는 서비스 체계에서 제외되어 있는 장애인생활시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48조에는 장애인생활시설을 「장애인이 필요한 기간동안 생활하면서 재활에 필요한 상담·치료·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아 사회복귀를 준비하거나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 요양하는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언뜻 보면 장애인복지시설이 굉장히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곳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사회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시설은 지역사회서비스의 맥락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으로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인간이 그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완전성’이라는 자격 기준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권리’이기 때문이며, 때문에 장애인은 사회복귀를 준비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지역사회의 일원이어야 하며, 시설 또한 지역사회 보호의 맥락 속에서 기능하는 주거지원 서비스체계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은 당위일 수밖에 없다. 또한 한 인간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 더욱이 전인적 재활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들과의 상호작용이 배제된 채 시설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이루려고 하는 시도들은 하루빨리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생활시설을 지역사회중심의 시설로 유도하고 있으면서도 지역사회 이용시설과 생활시설로 분리하고 있는 것은 사회복지시설을 이용자와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설을 제공자나 격리수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을 거주와 활동의 공간 구분 없이 시설 안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생활과 보호로부터 분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전근대적인 빈민법 시대의 논리가 아직도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거시설의 유형별 기능과 역할의 모호성과 심화되는 생활시설의 낙인화 현상

우리나라의 주거시설은 유형별 생활시설, 중증요양시설, 영유아시설, 그룹-홈, 주단기보호시설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생활시설, 중증요양시설, 영유아시설은 생활시설 체계 속에, 그룹-홈, 주단기보호시설은 지역사회 이용시설체계 속의 시설로 구분될 뿐 법적으로는 모든 시설이 주거서비스와 전문적 재활서비스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신고를 했느냐 안했느냐, 몇 명이 생활하느냐, 이용시설체계 속에 있느냐, 생활시설체계 속에 있느냐, 장애정도가 어떠한가에 따른 인력배치 기준이나 시설설비 기준만 다를 뿐, 시설종류별 선언적의미의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고 있을 뿐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시설의 명칭만 다를 뿐- 예산 항목의 차이나 사업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어쩌면 주거시설 유형별 기능의 차이는 없고 시설이 속해 있는 서비스 체계의 위치에 따른 낙인의 차이만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시설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입장이나 법적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기인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는 결국 시설 유형별 업무영역 설정, 직무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는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서비스 표준(Care Standard)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시설의 대규모화와 고립된 지리적 입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생활시설의 규모와 입지 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생활시설이 100명 이상의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고(평균 75명), 입지조건도 지역사회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입지에 관한 문제로써 사회적 일탈자에 대한 주류사회의 혐오감이 특정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분리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분위기가 복지라는 명분과 중첩적으로 맞물려 시설의 입지가 격리되거나 고립된 지역으로 선정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규모에 관련된 문제로써 이는 정부보조금의 지원방식이 대규모화를 조장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장애인시설의 보조금 지원 방식은 전통적으로 인원비례지원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지원책은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로 이어져 시설의 대형화를 유도 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신규 시설 설치 시 발생되는 님비현상과도 맞물려 이미 부지를 확보하여 운영 중인 시설에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민원발생 요인을 차단하려는 안일한 정책이 시설의 대형화를 더욱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설의 대규모화는 결과적으로 시설생활자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지속시키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서비스 선택과 관련된 정보 접근의 어려움과 사례관리 체계의 부재

사회복지시설은 운영비의 대부분을 사회보장시설로써 국가로부터 보조를 받는 있기 때문에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이든 지방정부이든 간에 시설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다만 시설의 명칭과 주소, 대표자, 연락처, 입소인원 등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만이 있을 뿐이다. 시설의 주거환경이나 서비스 내용과 수준, 특화된 서비스의 내용이나 비용 등의 정보는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희망자는 지방, 전국단위의 서비스 정보에 접근할 수도 없거니와 지방자치단체도 제공할 정보가 그리 많지 않거나 없다. 결국 시설과 개인이 개인적 차원에서의 이용여부를 결정하게 되거나, 지방자치단체는 이용자의 선택과 관계없이 그 지자체에 있는 시설에 입소의뢰 할 뿐이다. 입소 이후에도 입소자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돌보는 시스템은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 다만 입소의뢰에 따른 보조금만이 집행되고 재정 감사만을 되풀이 할 뿐이다.

한 마디로 지역사회 보호체계의 부재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현재 인권침해와 운영비리로 점철된 시설정책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시설 선택권의 제한과 부적절한 입ㆍ퇴소 절차

우리나라 장애인은 행정 기관의 입소통원 의뢰서 한 장으로 이 시설, 저 시설에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생활을 통해서 생존권을 보장 받는 경우에도 그들의 자유권적 기본권에 대한 보장은 기본적 전제가 되는 것이다. ‘수용’이라는 행위 자체가 보호 대상자의 일정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한, 신체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기본적인 자유권의 침해라는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권침해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입소의 경우에는 전면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고,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입소라고 하여도 퇴소가 자유롭지 않는 한 인권침해의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시설에의 입소 및 퇴소는 어떤 상황 때문이거나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서 강제될 수 없으며 오직 본인을 위해 본인의 동의와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시설 생활자격의 제한에 관한 문제로, 우리나라 생활시설들은 시설 생활자격을 정함에 있어서 70% 이상을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우선 할애 하고 있다. 이는 무연고자 및 저 소득자들의 이용을 우선하는 정책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차 상위 계층 이상의 사람들이 이용할 시설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입소 자격의 제한이 오히려 인권침해의 여지가 많은 미신고 시설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는 차별적인 용어들과 시설에서의 일과

장애인생활시설 서비스 대상자들은 아직도 「원생(환자:patient)」, 「클라이언트(client)」와 같은 용어들로 불리어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의 하루 일과는 시설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물리치료, 언어치료, 현장학습, 원예치료, 작업치료, 교육재활, 직업재활 등의 이름이 붙여진 치료와 재활의 연속적인 프로그램 일정표 속에 배치되어 있고 주거의 공간과 활동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 분명 이 용어들, 그리고 선택과 활동의 장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은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용자들이지만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은 거의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획일적인 현물급여 방식의 서비스

시설 서비스에 대한 모든 재정은 시설에 보조금의 형태로 교부된다. 즉, 장애연금도 없고, 별도의 경제적 지원책도 없는 시설 장애인의 경우에는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재정도 없거니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있을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현물로 지급된다.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강요된 특정 선택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고 적개심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책임감과 희망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책임감과 희망이 없다면 시설생활자들은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게 되며 이런 상태에서 자립하려는 수단과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자신의 삶에 대한 모든 통제력이 상실되었다고 믿게 될 때 그들은 전적인 외부적 통제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 있지만, 이 정도로 제한하고자 한다.

장애인복지시설 정책 개선 방안

주거 서비스가 지역사회서비스의 연속선상에 위치할 수 있는 전달체계의 개편 필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서비스는 지역사회에 남을 것이냐 아니면 시설에 입소할 것이냐의 사이에서 경직된 선택을 강요당해 왔다. 이제 시설 보호를 지역사회서비스와 별도의 체계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지역사회서비스 체계와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설보호는 지역사회 주거 서비스로써 다양한 지역사회서비스 중의 선택 가능한, 그리고 서비스의 연속적 개념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시설은 생활시설과 이용시설, 직업재활시설, 유료시설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주거지원시설과 지역사회 이용시설, 직업재활시설로 재분류하고 지역사회 주거지원시설은 생애주기, 대상의 욕구체계, 비용의 수납형태 등에 따라 주거지원과 서비스 지원을 분리하여 유형화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생애주기별 장애유형별 시설, 장애유형별 무료, 실비, 유료시설, 대상의 욕구체계별로 주ㆍ단기보호시설(respite care), 복지홈(주거지원), 그룹홈(주거+서비스), 요양시설(주거+서비스+의료) 등으로 유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지역사회보호 체계에서는 지역사회서비스와 주거배치 서비스는 공히 지자체 사회서비스국의 사정을 거치도록 통합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 인프라의 확충을 통한 시설 생활자의 사회통합 여건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시설생활자들이 시설에서 주거를 하고, 낮 시간에는 지역에서의 활동과 참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직업과 문화여가생활에의 참여, 통합된 교육과 의료, 지역복지관의 이용, 지역 주민과의 교류 확대 등을 통하여 시설 생활자가 지역 중심의 서비스 네트웍을 통해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서비스 표준(Care Standard) 확립

우리나라의 생활 시설들이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주거지원 시설별로 유형화되면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시설의 유형별 시설의 기능과 역할, 시설의 책무, 이용자의 권리, 서비스의 내용, 시설의 주거환경 및 서비스 환경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이 담긴 서비스 표준(Care Standard)을 확립함으로써 시설 유형 간 기능의 모호성을 최소화하고, 향후 사정체계, 사례관리 체계, 그리고 유사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유로운 시설 입ㆍ퇴소권의 보장

독일ㆍ프랑스 등과 같은 서구의 예를 보면 ‘수용’이라는 행위 자체가 보호 대상자의 일정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한 수용시설에의 입ㆍ퇴소 결정을 사법기관 또는 준사법기관이 결정하는 것이 보편적이며(프랑스, 독일의 경우 사회법원이 이를 담당하고 있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보호대상자의 퇴소의 자유 내지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도 시설생활자들에게 사회복지시설에의 자유로운 입ㆍ퇴소가 보장되어야 한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보호의 필요성만을 내세워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각종 관련 법령, 지침 등을 원칙적으로 폐기하고 대상자의 욕구에 맞는 형태의 ‘주거 및 관련분야 급부를 일정기간 제공하는 시설’로 전면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시설의 입·퇴소 단계에서 시설입소자에게 시설선택권을 부여하는 독일의 바우처(voucher)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방식을 시설별 지원에서 개인별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설보호가 구빈법적 시각에 기초한 시혜적 급부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서 복지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이용권제도의 도입은 첫째로 공급자주도에서 수요자중심의 서비스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시설체계의 개선방향에 부합하며, 둘째로 보다 수요자의 요구에 민감한 서비스체계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으며, 셋째로 공급 및 공급자의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공급자간의 경쟁제고와 이를 통한 질적 개선 및 효율성의 제고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넷째로 공급자 정보공개 및 정보유통의 확대에 따른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3년에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7이 신설되어 사회복지시설에의 보호대상자에 대한 보호는 현물로 제공함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외의 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보호를 실시하게 하는 경우에는 보호대상자에게 사회복지서비스 이용권을 지급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외의 자로부터 그 이용권으로 보호를 받게 할 수 있도록 하여 바우처 제도를 사회복지사업법에 명문화하였으나, 이와 관련하여 이용권의 지급대상, 사회복지서비스의 유형 및 이용권의 지급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하였는데 아직까지 그에 관한 시행규칙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이다.

지역단위의 사정체계와 사례관리체계의 확립

이 체계는 서비스 이용자에게 서비스 정보제공, 사전접수 시스템의 구축, 서비스 이용자의 사정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업법에 서비스 ‘신청’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실행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활시설의 입소 자격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지 아닌지에 의해서 결정되기보다는 보호 욕구에 대한 사정에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실비보호의 경우 보호 부담 액수도 획일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입소자와 보호자의 경제적 능력에 대한 사정에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사정체계의 확립과 관련되는 일이다.

그리고 서비스 점검과 평가와 관련해서 현재의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관료적 관리방식에서 전문적인 사례관리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등록과 평가체계의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조직에는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정보제공 책임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재화의 지배력 확보 방안 모색 및 현금 급여의 확대 노력 필요

안타깝게도 시설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구체적이라고 할지라도 그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당사자들에 의한 선택들을 경험할 수 있는 자기 소유의 재화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같은 자유로운 삶과 사회적 참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경제력을 확보함으로써 소비자로의 위치 지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존엄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하루 빨리 근로권의 확보, 장애연금제도의 도입과 각종 지원책의 마련이 실현되어야 하고, 시설 서비스 전달 방식을 현물 급여 중심에서 현금 급여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서 이용자 선택권 확대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장애인복지시설 서비스에 있어서 이용자에 대한 식사, 간식, 의복의 지원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의 참여 등 시설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서비스는 대부분 현물이나 프로그램의 형태로 전달되는 ‘제공’의 개념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시설 이용자가 지역사회의 성원과 다양하게 교류하거나 소비행위를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물 급여를 가급적 제한하고 현금급여를 확대함으로서 이용자의 선택권 확보와 지역사회 활동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시설 생활자에 대한 정부의 생활보호급여와 보조금, 민간 후원금의 직접 수령권을 인정하는 법제 또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성년후견제도의 마련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에게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성인 정신지체인의 사회적 활동에 필요한 각종 행위의 대리권, 동의권, 취소권 등을 주어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은 노령으로 인한 본인의 판단능력이 저하되기 전에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후견인과의 계약으로 능력저하시의 후견사무를 미리 위임할 수 있는 임의후견제도를 법제화하였으며 일본도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에 맞추어 기존의 금치산, 준금치산 제도를 보조, 보좌, 후견의 제도로 고치고 임의후견제도와 법인후견인제도를 추가로 마련하였으며 종래 후견인을 호적에 기재하던 제도를 고쳐 성년후견등기제도를 창설하는 등 제도의 내용을 대폭 개정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치산, 한정치산 등 재산 중심적인 전통적 후견제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장애인부모나 가족의 사후에 장애자녀의 삶이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 것인가를 걱정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재산관리에 관한 법률행위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생활, 요양, 간호 등의 개호서비스의 선택이 포함되는 성년후견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타 장애인 생활시설 운영개선방안 : 예산지원 방식의 변화 필요

현재의 거주자 인원비례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시설종류, 시설의 규모를 반영한 [표준시설운영경비산정표]를 마련하여 이를 기준으로 시설별 차등지급하고, 시설 종별로 종사자 지원기준을 재검토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시설 유형별 예산지원 단가의 차이를 조정하고 이와 함께 시설운영의 전반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위하여 시설 평가를 통해 우수시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임성만 / 장봉혜림재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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