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7-07-20   1597

0.7평에 갇힌 희망, 비닐하우스촌과 쪽방에 가다

참여연대 복지학교에서 한국의 ‘빈곤’을 생각하다(하)

참여연대에서는 함께하는 시민운동 현장체험의 일환으로 지난 7월 5일부터 약 20일간 ‘거침없이 희망 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 라는 주제로 복지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학교에서는 최저생계비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강연, 비닐하우스촌과 쪽방촌 방문, 3일간의 최저식료품비 체험을 통해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알고 캠페인을 통해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두번의 기사를 연속 기재한다.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 35조 제 3항에 명시되어 있는 이 말은 곧 국가가 국민이 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주거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주택 보급률이 107%가 넘었지만 전체 국민의 40% 이상이 집이 없고 주거극빈층의 규모가 160만 명에 이른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부동산 왕국, 양극화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11일, 12일 이틀에 걸쳐 비닐하우스촌과 쪽방촌을 방문한 참여연대 복지학교 참가자들은 직접 주거극빈층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시간을 얻었다. 참가자인 홍남선(25)씨는 “비닐하우스촌과 쪽방촌이 우리 주위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 몰랐다”며 “주거극빈층에 대한 무관심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 강남구 도심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촌 수정마..

체납금 때문에 떠나질 못해

11일 참가자들이 먼저 도착한 곳은 경기도 과천 경마장 앞의 꿀벌마을. 약 40세대가 살고 있는 이곳을 들어서면 흙길을 따라 비닐하우스만 보인다. 주민들의 설명을 듣고서야 일반 비닐로 덮여 있는 곳이 화훼를 하는 곳이고 검은 천으로 덮어 놓은 곳이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꿀벌마을에 이어 강남구에 있는 수정마을로 이동. 타워펠리스 등 호화찬란한 건물들만 있을법한 강남구에 비닐하우스촌이 7곳, 약 2,645세대가 살고 있다는 통계는 아이러니컬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실제로 수정마을은 일반 주택, 상점들이 있는 중심 지역에 64세대가 다닥다닥 밀집해 있다.

꿀벌마을과 수정마을의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여러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 주민은 “우리 자식들이 집으로 친구들을 데리고 오지 못할 때 그 심정을 아느냐”며 “가난이 수치가 되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비닐하우스촌이 투기꾼들의 집결지인 듯 묘사하는 경향 때문에 이 곳 주민들이 모두 투기꾼인 냥 오해하고 있다”며 침소봉대된 잘못된 이미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 수정마을의 골목길 풍경.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에 가스통과 전기줄이 복잡하게 엉켜있다. 비닐하우스촌이 화재가 나면 피해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닐하우스촌은 재개발 사업 등이 이어진 1980년대에 갈수록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도시 빈민들이 모여들면서부터 형성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불법토지점유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고 또 다른 이중부담인 체비지 변상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 실제로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했던 한 주민은 체비지 변상금 2천만원을 임대주택 보증금으로 가압류당해 다시 비닐하우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례도 있다.

또한 비닐하우스촌은 ‘불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주민등록 등재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수도 시설, 전기 공급 등 일반 주거지에서 평이하게 누리는 시설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화재가 났을 때도 지자체의 대응방식은 그들을 두 번 상처를 주며, 철거의 위기에서도 늘 불안해하고 있다.

▲ 복지학교 참가자들이 수정마을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0.7평 공간, 과연 인간적인 삶을 꿈 꿀 수 있을까?

복지학교 참가자들은 12일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노실사)의 최은숙씨의 안내로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촌으로 이동을 했다. 빌딩 숲 사이에 그냥 지나치면 모를 것 같은 한 건물.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났고 어두운 실내로 0.7평의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0.7평이라는 공간은 성인 한명만이 누울 수 있는 방 크기로 참가자들 3명이 앉자 꽉 찼다. 이 안에서 방, 거실, 부엌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

▲ 용산구 동자동 쪽방 내부. 창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쪽방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곰팡이로 얼룩진 벽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하다.

쪽방체험의 일환으로 방문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곧 식사 준비를 했고 미리 준비해 온 버너에 밥을 올려놓자 곧 방안이 더워졌다. 창문을 열어났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한 뼘 정도 간격을 둔 옆 건물과 전기선뿐이다. 햇빛과 바람이 들어올 리 없다. 참가자 김가연(20)씨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을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느냐”면서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쪽방촌은 산업화되고 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주거가 불안하고 일자리가 유동적인 하층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되었다. 대부분 무보증 월세로 살아가고 있으며 현재는 재개발 사업 때문에 월세비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이들은 월 지출에서 70%를 주거비로 쓰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 이상이 월 소득이 10~40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주거비의 비중은 엄청나다.

쪽방에 사는 주민들과의 간담회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과 다르게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비닐하우스촌이 공동체적인 성격을 이루고 있는 반면 쪽방촌의 주민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매스컴을 피한다. 그동안 쪽방촌 사람들은 ‘게을러서 저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인식과 쪽방촌이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는 매스컴의 보도로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차가운 인식이 그들을 더욱 빈곤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쪽방촌의 한 주민은 “직장을 잃고 길거리에서 노숙인 신세로 떠돌았지만 이제 조그마한 주거 공간이라도 있는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지난번 쪽방촌 화재 사건 때 쪽방촌의 실태에 대한 주목을 받았지만 잠시 뿐이었다”며 “우리들의 현실이 어떤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한 최저생계비를 만들어야

여느 광고에서 나오듯 집은 편안하고, 깨끗한 삶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보통이다. 그러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생활 기준’인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비닐하우스촌과 쪽방촌의 현실은 삶의 공간인 집을 정부에서 기본조차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05년도 건설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약 332만 가구에 달한다. 또한 2006년도 최저생계비 및 현금급여기준에 따르면 1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약 41만원인데 여기에 더해 주거급여액으로 제공되는 돈이 33,000원에 불과하다. 쪽방촌의 월세가 약 20~30만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07년 기준 1인가구 최저생계비. 식비 한끼 1900원, 주거비 77000원으로는 사는 것도, 먹는 것도 '사람답게' 할 수 없다

참가자 김성갑(26)씨는 “실제로 생계비조차 없어 집에 대한 소망을 꿈꾸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며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청미(24)씨는 “체험 내내 최저생계비도 못 미치는 사람들의 눈빛이 계속 생각난다”며 “그 눈빛의 의미가 바로 우리 현실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번 복지학교 참가자들은 직접 체험을 통해 최저생계비의 현실과 본질을 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 변금선 간사(사회복지위원회)는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최저생계비 수준이 ‘삶’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며 “주거비 현실화, 상대적 방식 도입을 통한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통해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한 최저생계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여연대 복지학교 참가자들은 오는 21일 토요일 두시부터 인사동 거리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거침없이 희망 UP!’ 거리캠페인을 진행한다. 또한 참여연대는 희망업 카페(http://cafe.naver.com/hopeup2.cafe)에서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고, 최저생계비 계측 방법을 상대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상대적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예전에 나왔던 모방송의 러브하우스와 같은 집에 대한 낭만은 좀처럼 꿈꿀 수 없는 것일까. 빈곤은 정말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인간다운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 이제는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직접 나서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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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선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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