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8-10-08   923

능동적 복지, 고작 이것이었나?


처음부터 많은 이들이 헷갈려했다. 도대체 능동적 복지가 무엇이냐고 …. 누가 보아도 성장 지상의 신토건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새정부가 국적 불명의 능동적 복지를 앞세우며 복지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내보이는 상황에서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마침내 최대의 감세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예의 복지는 결코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최고 의사 결정자의 호언이 곁들여지는 상황에서 도대체 이 형용 모순을 돌파할 묘안이 이 정부에는 과연 있단 말인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지난 3월 보건복지가족부는 능동적 복지란, “빈곤과 질병 등 사회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복지정책”이라 정의했다. 말이야 얼마나 좋은가? 바로 이 정의가 정권의 주류와 그들이 생각하는 정책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기여한 몇몇 복지학자들과 복지부 관료들에 의해 만들어진 공허한 수사이지 않기를 바랐다. “그간 복지재정이 너무나 빠르게 확대되었으므로 더 이상의 복지재정 확충은 없다”는 강만수 장관의 4월 발언에도 경제관료의 수장이 가진 편향된 생각에 불과하다고 애써 자위해 보았다. 그러나 지난주 우리는 허탈한 결론을 목격했다.


이명박 정부의 의지에 따라 처음 편성된 내년 예산. 정부는 일반예산 전체의 증가율이 6.0%이지만, 보건복지 관련 총예산은 9.0% 증가하여 모두 73조7104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순증액만도 6조588억원이란다. 정부는 “일반예산 전체의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복지예산이라는 자평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이 지닌 본질의 부실함을 들추어내는 데는 그리 큰 요령이 필요치 않았다. 당장 국민연금 지급액의 자연 증가분, 기초노령 연금제와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 확대에 따른 예산 추가 투여분, 건강보험 재정의 팽창에 따른 정부 부담금 증액분 등등만을 따지니 무려 5조2천억원이 되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순수한(!) 자의지가 실린 복지예산 증액분은 7800억원. 이 결과 9%의 증가분 중 약 1.2%만이 능동적 복지를 위해 새로이 붓게 된 예산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복지부 예산으로 좁히면 배반적 상황은 더욱 여실하다. 내년도 복지부 예산은 올해보다 1조7천억원 늘어난 18조원, 증가율로는 10.7%란다. 문제는 참여정부의 유산으로 복지부 예산 중 자동 증대분이 무려 1조7천억원에 해당하니, 할말을 잃는다. 보육시설에 어린이를 보내지 않는 주부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그러나 되레 양육부담의 가족화를 부추기는 ‘양육수당’을 위해 324억원을 책정한 것을 비롯해 예방적 복지, 선제적 대응이라며 자잘한 수억 또는 수십억짜리 증액사업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규모나 사업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거창한 능동적 복지에는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를 위한 예산이 기초생활보장 예산의 삭감, 장애인 수당의 삭감, 지역사회 서비스 예산의 삭감 등 기존 멀쩡한 서민용 필수예산의 과감한 삭감을 통해 이루어진 것을 알고 난다면야 … 능동적 복지란, 윗돌 빼어 아랫돌 막는 돌림막이 정책이었단 말인가?


현재 한국적 상황에서는 복지에 관한 한 보수도 진보도 필요치 않다. 우도 좌도 쓸데없는 마타도어다. 오로지 야만에서 문명으로 가는 근대성의 발로에 해당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 더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철학의 빈곤을 질타당하는 이 정부에 빈곤의 철학도 없다는 마지막 실망 어린 마침표를 찍지 않게 해주었으면 한다. 세계화의 광풍 앞에 야만의 정글에 발가벗겨 내동댕이쳐진 민초들을 위해서도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명박 정부에 기댈 희망의 공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음을 거듭 확인하는 비애를 떨칠 수 없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이 글은 <한겨레> 10월 7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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