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일반(sw) 2003-06-09   460

0.98평, 인권은 없다

<단독취재> 청송감호소 현장탐사 보호감호소를 파헤치다②

피감호자 12명을 만나다

1차로 청송감호소 내부를 둘러본 후 피감호자 12명을 동시에 면담했다. 이들은 테스크포스팀이 보자 어떤 곳을 들렸다 왔는지부터 물어왔다. 답변을 들은 그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른 곳을 둘러봐야 한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관련기사

– <단독취재> 청송감호소 현장탐사 보호감호소를 파헤치다①

피감호자들은 “청송감호소를 둘러보고 우리를 만나러 왔다고요? 어디를 보고 온 것입니까? 당신들이 가본 곳은 손님들이 오면 대부분 소개하는 곳입니다. 잘 차려진 컴퓨터실이나 전화방을 보여주지 않던가요? 우리가 말하는 방에 가보세요. 천장에서 비까지 새고 있지만 제대로 고쳐주지도 않고 방을 바꿔주지도 않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집단면담이 끝나고 테스크포스팀은 추가로 피감호자들이 지적한 장소들을 둘러봤다. 인권실천시민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피감호자들이 우리가 다녀가지 않았을까봐 불안해할지도 모른다며 달력에 “오창익 다녀감”이라는 메모도 남겼다.

그들은 푸른 수의 대신 가슴에 이름과 수용번호가 찍혀있는 누런 작업복을 입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감호자 한 명은 단식으로 건강을 잃어 링거를 팔에 꽂은 채 면담에 나섰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온 모양이다. 애절한 눈으로 테스크포스팀을 만났다. 이들에게 사회보호법공대위와 테스크포스팀은 유일한 희망이다. 각종 자료들을 준비해 온 사람들도 많았고 한마디라도 더 그 곳의 현실을 전하기 위해 힘썼다.

청송보호감호의 열악한 시설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여기 저기서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들의 하루는 끔찍했다. 특히 비닐장갑 작업을 하고 있는 피감호자들에 대해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비닐장갑을 세어서 상자에 담는 일은 공장에서 하지 않고 피감호자들이 수용된 방에서 작업한다. 그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운동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작업을 하다 잠들고 작업을 하다 밥을 먹는 행위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는 날에는 사나흘씩 방안에 갇혀 일만 해야 한다. 방안으로 넣어주는 밥만 먹으면서 잠잘 틈도 없이 할당량을 채운다. 그것을 채우지 못하면 우리가 채워야 하는 점수가 깎여 행여 출소에 애로 사항이 생길까봐 일을 미룰 수도 없다. 개돼지만도 못하게 여기에 살고 있다.”

치료 끝났으면 다시 들어와

기가 막힌 사례들도 나왔다. 지난 4월 28일에는 청송감호소에서 가족들의 집단면담이 있었다. 이때 피감호자들은 알몸으로 감호소 직원에게 온몸을 수색당했다. 외부물건이 내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가 보다. 직원들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피감호자들에게 멀리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말부터 속옷까지 다 벗겨진 상태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피감호자들은 당시 너무나 치욕스러웠고 이를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테스크포스팀에 직원들은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말하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 뿐이 아니다. 보호감호소의 목적은 사회복귀다. 그런데 청송감호소에서 만난 이아무개 씨는 이미 사회에 복귀에 사회적응을 충실히 하고 있던 중 ‘보호감호소’로 복귀해야 했다. 기가 막힐 뿐이다. 힘들었고 부끄러웠던 지난 과거를 버리고 새출발을 하려고 했는데 인생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보호감호소에 들어온지 6개월만에 큰 병을 얻어 출소했다. 감호소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 보호감호 집행정지를 받은 것이다. 2000여 만원의 사비를 털어 치료를 받았고 치료가 끝난 후 취직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왔다. 병이 다 나았으니 다시 감호소로 들어와 남은 기간을 채우라는 것이다. 나는 억울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감호소라는 짐을 덜어버리고 싶어 내 발로 감호소를 찾아왔다. 마음만 먹으면 도망다닐 수도 있었다. 10년만 숨어지내면 감호소로 다시 돌아올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결국 4년 6개월만에 다시 감호소에 들어왔고 3년 째 이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요로결석이란 병도 얻었다. 보호감호소가 내 몸을 다시 병들게 한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억울한 사연을 테스크포스팀에 전했다. 법적으로는 보호감호집행정지의 사유가 질병이었으므로 질병의 완쾌에 의해 집행정지가 취소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보호감호제가 사회복귀를 위한 제도라는 법무부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가를 증명해주는 사례이다. 실제로 비슷한 경우에 재범이나 보호관찰법위반이 없는 이상 집행정지 취소가 이루어지는 예는 거의 없다고 한다. 감호소 직원들도 이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사회보호위원회나 검찰, 법무부가 감호집행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의료문제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피감호자들이 외부병원에 갈 때 드는 치료비는 모두 본인들의 영치금으로 지불된다. 더구나 의료보험이 안된다. 병원비가 있어도 소용이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외진을 신청하면 보통 피감호자들은 한꺼번에 모아 외부로 나가기 때문에 2∼3개월은 기다려야 병원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교도소들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 지난 6월 3일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열린 ‘단식농성에 대한 공대위 기자회견 및 출소자 증언대회’.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회보호법 폐지만이 유일한 대안’ 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핵심은 사회보호법 폐지

이와 같이 그동안 청송감호소의 현실은 출소자들이 증언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깨끗한 감호소나 최신식 직업교육이 아니었다. 피감호자들은 면담을 통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사회보호법 폐지’였다. 범죄의 가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죄값을 치룬 사람들을 다시 처벌하는 행위 그 자체다. 사회보호법은 엄연한 이중처벌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의 핵심이다.

한 피감호자는 “우리가 그동안 가해자였다면 이곳에 온 순간 피해자로 변해버렸다. 우리가 너무도 당당한 것에 사람들은 의문을 품는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죄값을 다 치렀지만 보호감호소에 들어오니 거꾸로 피해자가 되어버린 것에 화가 날 뿐이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피감호자들이 죄인이 아니라 그들을 가둬두는 야만적인 행태를 아직도 묵인하고 있는 우리사회가 바로 가해자인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은 보호감호제가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조금 더 참으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23년이나 참았다.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어 단식을 강행했고 사회보호법 공대위의 설득과 피감호자들의 건강을 염려해 단식을 중단했지만 우리의 주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 피감호자는 “난 이곳에서 나가면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에 농사를 지을 예정인데 여기서 빨리 나가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다 따고 있다. 이런 훈련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도대체 왜 나를 재범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몰고가냐”고 격분했다.

아울러 이들은 보호감호의 선고 시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보호감호가 선고되는 것이 실형이 집행되고 나서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후 판사가 실형과 함께 선고하기 때문이다. 실형을 사는 기간동안 아무리 모범수로 복역을 해도 끝나고 나면 다시 감호소로 가야 한다는 게 사회보호법의 현실이다.

피감호자들은 입을 모아 사회보호법을 폐지에 달라고 국가인권위에 요구했고 단기적으로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가출소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지속적으로 사회보호법 폐지문제에 관심을 가질 예정이고 실태조사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가인권위는 지난 6월 5일 청송제2보호감호소에 수용중인 이모씨가 “교도관이 수용자의 편지 발송을 불허하고 폐기한 것은 통신의 자유 침해”라며 2001년 12월 청송제2보호감호소장을 상대로 진정한 사건에 대해, △상위 법률인 행형법과 모순되는 행형법 시행령 제62조 제3항을 개정하고 △발송이 불허된 서신도 일정기간 보관한 뒤 석방시 본인에게 교부할 수 있도록 하고 △발송 불허 사유에 관해 자의적인 해석이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명확히 규정하여, 수용자의 통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수용자 서신수발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는 제 할 일을 한 단계씩 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법무부의 선택만 남았다.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보호감호 혁신 방안’은 △보호감호 수용관리를 보호처분 주무부서인 보호국으로 이관 △ 대도시 인근 지역에 보호감호시설 신설 △ 피보호감호자 처우의 획기적 개선 △ 출소자 사회복귀 지원시스템 강화 △ 감호집행 기간의 단축 등 사회보호법 개정 추진 △ 가출소 기회 대폭 확대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피감호자들과 사회보호법공대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착각하고 있다. 피감호자들의 원하는 것은 섬 안의 궁궐이 아니다. 범죄의 가능성만으로 이미 자신의 죄값을 치룬사람들의 발목을 다시 붙잡고 있는 현실이다. 정말로 재범의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가중처벌이라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황지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