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5-27   998

편집인의 글

남찬섭│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찾아왔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 캠퍼스 뒷산에 올라가면 청명한 파란 하늘이 초록빛을 더해가는 산줄기와 만나고 그 아래 멀리 흐린 듯 약간 희뿌연 듯한 낙동강 강물이 을숙도를 싸고돌면서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특히 해 질 녘에 낙동강 강물이 바다와 만나 흘러가는 모습은 가슴을 저미고 시리게 하며 얼굴에 홍조마저 띄게 하는 장관이다. 5월은 역시 아름다운 계절이다. 자연이 언제나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한 한국 현대사는이 5월에 참으로 상극되는 역사를 겪어왔다. 1961년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때가 바로 5월이며 그로부터 시작된 아니 그 전부터 독재정권을 재정비하여 더욱 강고하게 만든 독재체제에 항거한 1980년 광주민주화 항쟁이 일어난 때가 5월이기도 하다.

여러 비판 속에서도 민주정부를 이끌고 고군분투했던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온 후 봉하마을에서 명을 달리 했던 때도 5월이었다. 5월은 아름다움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역사의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 상극되는 이들 흐름은 지금도 대결을 벌이고 있다. 군사쿠데타로 대표되는 개발지상주의와 독재정권을 미화하려는 세력과 그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으며, 광주민주화항쟁으로 대표되는 민주화의 염원과 노력도 어려운 가운데 지속되고 있다.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민주화의 염원과 노력에 계속 동참하지 못하게 된 고인(故人)을 생각하면 5월의 하늘과 산하는 아름답지만 처연(凄然)하다. 하지만 민주화의 노력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작게는 5월에 명을 달리 한 전직 노무현 대통령과 그보다 좀 뒤인 8월에 명을 달리 한 전직 김대중 대통령의 공과로부터 그리고 크게는 광주민주화 항쟁의 의미로부터 그 자양분을 공급받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며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최근 복지국가 논쟁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복지국가 논쟁이 아직까지는 거시담론에 다소 치우쳐 가족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이 문제 역시 대안사회 논쟁으로서 복지국가 논쟁이 비켜갈 수밖에 없는 쟁점이다.

이번 호에서는 ‘가족’을 심층주제로 다뤘다. 한국 사회는 부모 잃은 어린이에게도 ‘가장(家長)’이라는 단어를 붙여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성립될 수 없는 용어를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의문도 없이 사용해왔다. 아직도 이런 용어에 깔린 이데올로기가 살아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가족구조와 기능의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해있다. 심층주제에 기고된 원고들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들은 돌봄의 문제, 다양화의 문제, 빈곤의 문제로 표출되고 있으며, 결혼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비혼”으로 나타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다문화가족에 대한 고정관념과 노인을 부양대상자로만 바라보는 고정관념은 지속되고 있다. 고정관념들 이면에 놓인 이른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변화에 대한 대응을 느리게 만들고 부적절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가족구조와 기능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심층주제에 기고된 한 원고에서 말하듯, 가족복지 프레임을 넘어서서 개인의 권리로서 복지가 보장되는 그리고 가족이 아닌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정상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이 원고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양육과 돌봄을 공유하는 실질적 생활공동체를 포괄할 수 있도록 시야를 확장해야 하며, 따라서 복지는 파트너와의 공동생활, 비혈연공동체, 비혼 자녀와 부모 등 법률혼 외의 돌봄 및 공동생활관계들을 따라나설 수 있어야 하고, 정규직 가장(家長)을 상정한 이른바 정상가족이라는 연쇄에 의존한 지적ㆍ실천적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번 호 심층주제에 기고된 원고에 따라 보다 현실 사회에 가깝게 부른 “돌봄과 양육을 공유하는 생활공동체”야말로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조건을 구현한 ‘가족’일 것이다. 대안사회 논쟁으로서 복지국가 논쟁은 필연적으로 이 제도의 변화에 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움의 계절인 동시에 역사의 계절에 복지동향이 마련한 이번 심층주제에 관한 논의가 한국 사회 복지국가 논쟁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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