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8-02   947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아끼고 아꼈지만 5가구 모두 적자”

상대빈곤으로 최저생계비 결정방식 전환해야

“현행 최저생계비가 보장하는 삶이란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최소한의 식사를 하면서,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은 포기한 채 사는 것이다”

7월 한달간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진행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체험결과가 발표됐다. 체험단을 비롯해 캠페인 실무자들은 8월 2일 오전 10시 30분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끼고 아꼈지만 5가구 모두 적자”로 결과를 발표했다.

체험단, 의료비와 난방비 안 써도 적자 면치 못해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체험한 5가구의 가계부는 모두 적자다. 최소 5.31%에서 최대 45.46%까지 적자가 났으며 특히 유일한 직장인이었던 1인 가구의 경우, 교통통신비의 비중이 타 가구에 비해 높다. 3세, 5세의 아동이 포함된 4인가구의 경우에는 교육비의 지출이 매우 크다.

이 캠페인의 전문가지원단장인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제 생활과의 차이를 고려하면서 결과를 보라고 말한다. “2-30대의 건장한 청장년인 체험단이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생활한 것이라 실제 수급자와 차이를 보아야 한다. 우선 실제 수급자들의 큰 부담인 의료비 지출이 없고, 대신 통신비의 비중이 다소 높았다. 또한 여름이라 난방비도 들지 않았다는 점도 봐야 한다. 실제 하월곡동 산2번지 주민으로 이번 체험에 참여한 바람이네의 예를 보면, 겨울 난방비가 평균 15-20만원 가량 든다고 한다.”

여기에 실제 수급자들은 의료비, 주거비 등이 공제되느라 최저생계비 전액을 현금으로 받지 않는다는 현실도 비교해 보아야 한다. 허 교수는 “캠페인 시작할 때는 최저생계비 전액 모두를 줄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실제 수급자들은 의료, 주거비 등 여러 항목이 빠진 금액을 받기 ‹š문이다. 그러나 최저생계비만큼의 소득만 되면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등 수급선정기준도 되기 때문에 전액을 다 현금으로 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전액을 지급했는데도 불구하고 한달 체험단 5가구 모두가 적자. 허 교수는 “이 금액이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정도인가”라며 “현재 최저생계비가 보장하는 생활을 정리하면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최소한의 식사를 하면서,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은 포기한 채 사는 것”이라며 항의한다.

최저생계비 한달 체험, “일반 가구와 수준 격차 너무 크다”

3인 가구 체험자인 유민상 씨는 한달 체험을 해보니 “현행 최저생계비가 보장하는 생활은 일반 가구와의 수준 격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며 “양말 1년 3켤레, 런닝 1년 2벌, 아동 셔츠 1년 1점, 아동 장난감 1년 1개, 쓰레기봉투 월 4매, 아동 운동화 2년에 1켤레, 주부 시내버스비 월 왕복 6회 등으로 최저생계비에 포함된 항목의 질과 양 모두가 비현실적인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과거 5년동안 지나치게 낮은 인상율을 적용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한 수급자를 비롯해 하월곡동 주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며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주거비로 최저생계비의 20% 가량의 높은 지출을 함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한 현실부터 지적했다. “햇빛도 들지 않고, 환기가 안되어 집안 전체에 곰팡이가 퍼져 있었고, 화장실과 주방 등의 열악함은 건강상의 문제와 이웃간의 긴장관계를 유발할 정도다. 따라서 최소한 정부 차원에서 고시하는 최저주거기준이 만족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주거유형별로 최저생계비가 산출되어 하고, 주거 유형에 따른 현물, 혹은 현금의 최저주거보장이 이루어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비는 최저생계비 중 단 4.7% 반영되어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수급자의 경우는 의료급여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의료비 부담이 크고, 차상위 빈곤계층인 비수급자 노인은 의료비용을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생계비에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책으로 “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생계비를 치료비용에 쓰지 않아도 되도록 본인 부담금을 최소화하거나 현물로 완전 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비 역시 “아동이나 학생이 있음으로 인해 추가되는 생계비용이 감안되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표준가구의 구성을 변경하거나, 학생이 있는 가구의 경우 가구별 특성을 반영한 최저생계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유 씨의 주장이다. 또한 미취학 아동의 경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이용이 보편화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일반가구와의 상대적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최저생계비 결정방식 전환해야”

체험을 통한 이들의 결론은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즉 최저생계비와 일반가구 지출의 상대적 수준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저생계비 결정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체험자 유민상 씨는 “최저생계비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정하고 그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상대적 방식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예를 들면 중위 소득의 40% 혹은 50%이나 평균가계지출의 50% 수준 등 일정한 수준을 정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상대적 빈곤”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선 교수는 “우리의 최저생계비는 일반 가구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가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적어도 점점 더 커지는 격차라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상대빈곤’ 방식으로 가야한다. 또한 생활 상의 변화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우리사회가 이젠 절대빈곤이 아닌 상대빈곤의 개념으로 복지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불어 빈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경제관료의 인식을 질타했다.

“가난은 나태하고 게으르고 의욕없는 개인의 책임이고 국가가 도와주면 더 망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딱 하루라도 체험해 본 이들은 느꼈을 것이다. 왜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지.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넘겨야할지 성찰해봐야 한다”며 빈곤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을 바꿔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복지와 공공부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또 주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라는 사고를 갖고 낭비, 허비라고 여기는 경제관료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작 보고 느껴야 할 이들이 안 온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31일 토론회 통해, 실제 주민 가계부 및 설문조사 분석 결과 발표

체험과 함께 한달동안 진행된 9가구의 가계부 조사 및 100 여 주민에 대한 설문조사는 31일 토론회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8월 중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청원하고, 31일에는 지역의 가계부, 설문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또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와 국회에 이들 자료와 의견서를 제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주 기자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