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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2.10
  • 1756
정부가 올해 시행하려 했던 효도상속제는 "피상속인(노부모)과 동거하며 부양한 상속인(자녀)과 부양하지는 않았더라도 부양료를 50%이상 부담한 상속인에 대해서는 법정 상속분의 50%를 가산해 준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정부의 입법취지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부양기여도를 현실적으로 반영하여서 노부모 부양기피 풍조를 해소하고, 가족관계의 '현대적' 가치관을 조성하여 노인 부양문제를 사적 부양체계인 가족 안에서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해 1998년 7월 20일 법무부의 입법예고 이후 노인계, 학계, 사회단체 등에서 이 효도상속제에 대한 이견과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 효도상속제에 대한 사회 각계의 비판의 주된 내용은 첫째, 정부가 노인 부양문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 이 제도의 적용대상자(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층)가 매우 적어서 전체 노인의 부양문제 해결에는 크게 기여 할 수 없다는 것 셋째, 노인 부양에 대한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며 넷째, 이미 마련되어 있는 '기여분제도'(공동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유지 및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에게 그 기여를 평가하여 이를 그 상속분 산정에 반영, 가산하는 제도)와 중복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효 사상이 물질적으로 계량되는 부정적인 사회적 가치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정부가 노인부양문제 해결을 전통적 가족제도와 경로효친 사상을 자극하여 가족 자원을 유인하기 위해 추구해 온 정책적 노력들은 이전에도 있어 왔다. 5년 이상 동거 봉양한 자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주택에 대하여는 상속세를 면제해 주고, 직계존속부양자에 대한 소득세 공제 및 경로우대 공제, 관련 양도소득세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이 추진되었었고, 공무원에게 노부모봉양수당지급, 노부모 봉양자에게 주택자금 융자 할증지원, 무주택 노부모 봉양자에게 주택분양 우선권 부여 등은 도입되거나 추진되어 온 정책들로서, 이들은 사회각계에 비교적 수용될 수 있었다. 물론 이 제도들은 그 초점이 노인중심이기보다는 동거자녀에 대한 혜택에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부모를 자녀가 봉양하는데 대한 인센티브를 주어서 노인복지에 가족자원을 최대한 유인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정부로서는 금번 '효도상속제'도 그러한 차원에서 실시 예정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각계의 비난이 일고 있는 바가 증명하는 것처럼 '효도상속제'는 지금까지의 노인가족지원정책과 달리 이 제도의 부작용이 이미 시행되기 전부터 예견되고 있다.

대량실업과 가족해체가 심화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노인복지에 관한 한 정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노인들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노인문제는 시시각각 우리사회로 진군하고 있는데, 정부가 주도하고 적극 운영하는 제도의 마련 없이 가족자원 등에 의존하는 것은 사회문제로서의 노인문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의심케 한다. 사실상 노인문제에 대한 정부의 최근 1년간의 행보를 보면, 정부 주도의 노인복지정책의 확대를 지향하지 않고 오히려 노인복지예산을 삼각(예 : 경로연금예산)하는 등, 정부는 계속적으로 일차적인 노인복지의 책임을 회피해 왔다. 효도상속제도 책임회피의 일환으로 시행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리를 의심케 한다.

또한 유산상속의 문제에 이르면, 우리는 항상 유산자와 무산자, 부자와 빈자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회복지적인 해결은 이러한 불균형의 완화인데, 재산의 상속은 빈부의 불균형마저도 상속하게 한다. 상속에서의 혜택을 확대시키는 제도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권장해 온 근년의 사회적 분위기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유산 노인비율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빈부로 인한 계층위화감도 우려된다. 노인 문제 해결은 스스로 생활을 지탱할 수 없는 저소득, 취약층 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심이 되고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얼마 안되는 유산 노인이 우선적인 복지정책 대상이 된다는 것은 큰 착오라고 보여진다.

우리가 우려해야 할 또 다른 부작용은 정부의 입법취지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가족관계를 와해시키고, 가족간 분쟁을 야기하며, '효'의 미덕이 훼손될 수 있는 부분이다. '효'는 정신이다. 철학이고 사상이다. 그것은 측정할 수 없고, 더욱이 계량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한 보상이 물질적으로 주어질 수 없다. 이러한 기본이 훼손된다면, '효'사상, 나아가 '효'를 유지해 온 우리 사회의 가치전반, 문화전반이 변질될 수 있고, 다시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효도상속제'에 대한 사회 각계의 반대는 충분한 이유와 타당성이 있다. 명약관화한 부작용이 예측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굳이 시행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 제도의 부작용을 다시 한번 검토하여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정부는 '선가정복지 후국가복지'라는 전근대적이고 반복지적인 사고의 틀에서 탈피하여 대다수의 노인들이 성공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김형수 /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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