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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7
  • 2007.07.01
  • 932
희망UP 두 번째 이야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최저생계비를 원한다

전은경 / 참여연대 복지노동팀 팀장

“우리 체험단처럼 최저생계비만을 가지고 한 달만 살아야한다면 잠만 자고, 밥만 먹으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가난의 늪에서 언제까지 부실한 식단과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저생계비 인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지만,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기본이고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UP 캠페인에 참여했던 일반 시민들이 내린 결론이다. 2004년 7월, 참여연대는 최저생계비로 과연 한 달을 살 수 있을지, 최저생계비가 보장하는 삶의 수준이 어떠한 것인지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최저생계비의 수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나 실증적 검증 없이 ‘높다, 낮다’는 식의 단편적인 접근만이 있어왔고, 그러한 공허한 논쟁보다는 직접 최저생계비의 현실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것이 체험이라는 특별한 캠페인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공개모집을 통해 구성된 11명의 체험단은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있고, 제대로 씻을 곳 하나 없는 재래식 화장실이 딸린 집에서 한달을 보냈다. 월세는 최저생계비가 책정하고 있는 주거비보다 비쌌고, 한 달간 그들의 식단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서 봉사활동을 다녔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먼 거리를 걸어 다녔다. 어찌보면 한달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험단이 경험한 최저생계비는 아끼고 아껴도 한달을 나기에는 모자란 금액이었다. 이는 체험단이 매일 작성한 가계부와 수기에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도 보장하지 못한 채, ‘죽지 않을 정도’인 말 그대로 ‘최저생존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짧은 한 달을 보낸 체험단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체험단들은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최저생계비의 낮은 수준 이외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실제로 체험단이 한 달 동안 하월곡동에서 지내면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는 주민이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이나 소득, 재산기준 등의 비현실적인 제한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영양가 없는 식단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분들, 병원비가 무서워 아파도 병원에 맘 놓고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처럼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못 받고, 정부로부터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비수급 빈곤층이 너무도 많았다. 이것이 최저생계비로는 ‘희망’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2004년 여름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해 최저생계비의 결정 과정은 또 한번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5년 만에 실제 가계부 조사를 통해 생활실태를 반영한 최저생계비가 계측되고, 향후 3년 동안의 최저생계비 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그 진행과정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최저생계비 실계측 과정과 연구결과가 무색할 정도로 예산에 맞춰 최저생계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주장을 펼쳤고, 결국 최저생계비는 예산논리에 좌초되어 현실화되지 못했었다. 2004년 기준 4인가구 최저생계비가 최소 123만원 이상 되어야 한다는 실계측 연구결과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여전히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비현실적이며 가구 평균소득 대비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최저생계비를 결정하기 위해 국민의 소득ㆍ지출수준, 생활실태, 물가상승율 등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계측조사 때만으로 한정되고,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는 물가상승율만을 적용해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행 최저생계비는 법에 규정된 국민의 소득ㆍ지출수준과 그 격차가 점차 벌어져 1999년도 계측된 최저생계비는 같은 해 근로자 가구 평균소득 대비 38.2%에 해당하였으나 2004년도의 경우 30.5% 수준으로까지 하락하게 되었다. 최저생계비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거침없이 희망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

올해는 또 한번의 최저생계비의 실계측이 이뤄지는 중요한 해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전문위원회에서는 마켓바스켓의 구성을 두고 다시 소모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2004년도의 경우에도 실태조사 결과 휴대폰 보유비율이 95%에 달하고, 가구당 보유대수도 2대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은 마켓바스켓에서 제외되었다. 다채널유선방송이 아닌 시청효과 제고를 위한 기본형 유선방송 역시 마켓바스켓에서 최종 제외되었다. 이렇듯 실생활을 반영하지 못하고 예산 범위에 끼워 맞추듯 결정되는 최저생계비는 과연 적정한 것인가. 10억원의 비용을 최저생계비의 계측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참여연대는 올해도 최저생계비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2004년도와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 특히 청년들이 이 문제를 실제로 체감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거침없이 희망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란 주제로 진행되는 복지학교는 빈곤과 최저생계비의 현실에 대한 강연과 3일간의 최저식비 체험, 비닐하우스와 쪽방 체험, 직접행동 등 4주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저생계비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토론회도 개최된다. 비판사회복지학회,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한국사회정책학회, 참여연대 공동주최로 개최되는 토론회에서는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 저하의 문제와 계측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 토론회에는 학계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및 전문위원들의 견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며, 내년도 최저생계비의 결정과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이밖에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을 모니터하고,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한 언론기획 및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저생계비는 전국 어디에서 살건, 가구 구성이 어떻거나 노동을 하건 하지 않건 간에 말 그대로 최소한의 건강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국민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의 지급기준일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수급자 선정의 기준이기도 하다. 즉 단순히 수급자가 1,2만원을 더 받고 덜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경계에 선 빈곤층이 수급자가 될 수 잇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보장제도전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최저생계비의 설정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올해는 예산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최저생계비가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최저생계비의 계측 방식 및 결정과정에 대한 재검토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하락하지 않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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