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9-02-24   771

[칼럼] MB정부에 주문하는 10대 복지정책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이명박정부의 출범 1년을 즈음하여 각종 평가가 난무하고 있다. 복지는 물론이고 경제, 외교, 통일, 노동, 환경, 여성, 교육, 인사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낙제에 가까운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스스로는 역대 대통령 중 최고 기록을 했다는 자평이 있어 이색적이다. 대통령 주재회의 및 민생방문 횟수 702회. 취임 1년간 역대 대통령의 행보 중 최다란다. 민생현장 방문을 위한 하루 평균 이동거리가 326km가 되고 총 이동거리는 지구 세바퀴를 돈 11만 9,083km에 해당한단다. 필부로서는 상상하기도, 믿기도 어려운 놀라운 축지법의 신통술로만 여겨질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정상회담 역시 1년간 57회로서 신기록이란다.

  그러나 이 기록만을 보고 이명박대통령에 대해 부지런히 일잘하는 자랑스런 대통령이라고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 보았다면 청와대가 너무 순박한 것이고, 그렇지도 않은데 이런 기록을 남겨 국민에게 일순간이라도 씁쓸함을 맛보게 했다면 국민모욕에 해당한다.

  7-4-7의 화려한 공약이, 국민 7대 불안(교육, 주거, 보육, 의료, 노후, 전쟁, 쇠고기)과 -4% 성장(2009년도 성장률 전망치), 7개의 실종(민주주의, 2만불 국민소득, 일자리, 금강산관광, 표현의 자유, 기러기아빠, 4대강의 풍경)으로 전락한 마당에 무엇을 더 말하랴…

  마땅히 최대의 경제·사회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의 핵은 복지정책이어야 하고, 복지정책일 수밖에 없는데도 아직 ‘대담한’ 복지정책은 구경하기 힘들다. 문득 접한 정부 홍보채널에서 정부관련 인사가 나와 하는 말도 귀에 꽂힌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해 이미 완전히 준비되어있습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용기를 내어 열심히 사는 일이 남았을 뿐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노라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위기가 극복되어있을 것입니다……”

  어쩌란 말인가, 이 엄청난 인식의 차이를! 실제 실업율 13%, 청년실직자 또는 청년알바형 비정규직 100만명, 정부공식발표 비수급빈곤층 170만명…..

  고용지원센터에 실업급여신청자가 창궐하고 있고 그들이 고작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6개월. 그러나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근로계층 중 8백만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니 2천만 근로자 중 자영업자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은 무방비다. 무슨 준비가 되어있나?

 긴급복지지원제도라도 받으려 주민센터에 몰리는 빈곤층 전락자에게 정부가 급여를 주는 기간도 4개월 남짓. 그나마도 정부가 2009년 예산으로 추가적으로 책정해 놓은 이들은 약소하다.  한 지방정부의 통계를 들으니 긴급복지신청자가 지난 달 30%나 증가했다는데, 급여를 제공받은 자는 신청자 중 13%에 그친단다. 무슨 준비가 되었다는 것인가?

  MB정부가 한쪽에서 획책하는 공·사기업의 구조조정에 의해 길거리로 나앉는 이들이 올해 상반기에 거침없이 쏟아져 나올 것을 생각하면 국민의 고통은 생각하기도 몸서리처질 정도이다. 그러나 모든 준비가 되어있단다. 아! 굉장히 깔끔한 표현이다.

  혹여나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다해도 한국사회의 현 시점 시대정신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왜냐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동, 청소년, 청년, 장년, 노인, 여성, 장애인 할 것없이 모두 신음하고 있기에. 더 이상 이땅에 산다는 것에 대해 희망과 기쁨을 갖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국가의, 사회의, 개개인의 미래는 암울하다.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한·중·일 3개국 청소년에 대한 의식조사를 하였는데, 우리나라 청소년은 이 땅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는 응답율 최고, 미래에 대한 희망 최저, 공교육과 교사에 대한 신뢰 최저, 국가지도자에 대한 신뢰 최저 등등 이땅의 기성세대에게 거침없이 힐난의 표시를 보내고 있음에 충격이다.

  이러한 전 인구계층의 총체적 절망에 대한 반사적 반응으로서 경제성장에 다시 목을 매는 민초들이지만, 이미 우리 사회경제 구조는 성장의 댓가를 고르게 공유하는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 사람에 투자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건강한 노동력으로 재탄생하여 지식기반 사회의 유력한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이땅의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기 위해, 그리고 실패했더라도 패자부활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있도록 친절한 복지정책이 구축되어있어야 한다. 19세기 말에 시작하여 20세기에 완성한 복지국가의 상을 우린 21세기 들어 본격화하는 뒤늦음이 있지만 이마저도 놓칠 수없는 일인지라 우리의 시대정신은 복지국가의 확립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정신에 비추어보았을 때 MB정부의 1년은 실망과 허탈의 1년이었다. 능동적 복지라는 화려한 레토릭 뒤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은 정부와 감세라는 광풍 속에 복지국가의 꿈은 허무하게도 날아가 버렸다. 남은 것이 있다면 시장과 경쟁, 효율의 논리로 복지마져 국가책임의 영역보다는 민간영역으로 넘기려는 불순한 시도와 한계계층에게 최소한 보내주는 잔여주의적 관심뿐. 이러한 시도와 관심은 결국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국민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첩경으로 이어지니 이제 정부는 이 정도에서 과감한 정책 전환을 선언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남은 4년의 임기가 있기에, 더 이상 민초들의 삶을 도탄의 나락으로 빠뜨려선 안되기에 다음과 같은 강력한 주문을 행하지 않을 수없다.  

  불행하게도 MB정부가 이러한 주문에 부응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지식인의 책무로서 다음과 같은 10가지 정책으로 정리해 본다.

  첫째, 사회서비스 분야에 매년 2천만원 연봉자 10만명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라. 그렇다면 5년뒤에는 50만명의 전문직 좋은 사회적 일자리가 복지, 보건, 고용, 교육, 문화 등의 공공서비스 현장에 창출된다는 것이고 이는 국민의 삶에 안정감을 더해줄 뿐 아니라 일자리창출정책으로서도 최상의 대안이다. 조금만 지나면 녹슬고 말 삽자루에 50조를 푸느니 매년 2조씩 추가재정을 쏟아부어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개화(開花)시대를 여는 것이 절실하다.

  둘째, 임시방편적이고 한시적인 긴급복지지원제도 대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하는 정도(正道)를 택하라. 현재의 신빈곤층 또는 사각지대 빈곤층의 문제를 풀어내는 기본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의료급여와 자활급여, 생계급여 등 핵심적인 급여를 부분급여 형식으로 바꾸어 차상위계층에게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소득인정액 산정의 현실화, 부양의무자 기준의 현실화 등을 통해 지금의 160만명을 위한 공공부조제도에서 적어도 10%정도가 어떤 식으로든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긴요하다.

  셋째. 복지의 경쟁화, 영리화시도를 즉시 중지하라. 수요자의 선택권 확보, 서비스질의 제고라는 미명하에 탄력이 붙고 있는 사회서비스분야의  voucher 방식은 결코 공공서비스 확대의 정도가 아니다. 경제관료들의 복지재정통제에는 매력적이고, 비전문적 복지관료들의 행정통제에는 용이할 지 몰라도, 복지서비스기반을 와해시키고 영리복지업체들이 들어오며 결국 복지서비스분야 종사자의 질을 저하시킴으로써 복지서비스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 바로 바우쳐방식이다. 자활사업분야와 노인요양분야가 이미 영리화의 물결에 편입되기 시작하고 있고 이어 장애인서비스, 아동서비스 등에도 이런 기류는 현실화될 것이다. 정부는 바우처관리법을 만들겠다 야단이고, 서비스의 공공성은 뒷전이다. 향후 보편적 복지체제로 확대되어야 할 복지서비스분야까지 영리업자들의 무대가 되는 것은 이나라 복지체계의 기반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넷째,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재정투입을 적극 확대하라. 현재의 건강보험에 의한 보장율은63%. 이명박정부 하에서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오히려 의료급여쪽 예산은 삭감됨으로써 국민 전체의 건강보장 전선은 후퇴하였다. 그러나 지난 해 Sicko의 세계를 접하며 국민들이 보여준 건강보험에 대한 애착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현재의 보장율을 8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건강보험재정은 약 5조원. 정부가 이중 반을, 부자계층이 다시 반의 반을 부담한다면 국민 중 90%의 만족도는 가히 혁명적일 것이다.

  다섯째,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수를 배가 시켜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직공무원은 전국에 1만명이 있고, 사회복지담당 일반행정직까지 포함해도 1만 5천명 정도의 공무원이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선정 및 상담업무, 보육료경감업무, 기초노령연금지급업무, 장애수당지급업무, 그밖의 주민생활지원업무 등등을 행하고 있다. 이 숫자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주문이다. 희망129센터를 두겠다고는 하지만 민간 복지관의 인력을 센터로 차출하는 방식은 지극히 관료답고 치졸한 발상이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추가로 뽑던지 정녕 당장 어렵다면 일반행정직의 사회복지직 전환이라도 강구되어 공공복지행정인력의 증원이 해결되어야 한다.

  여섯째, 노인장기요양보험제의 전면개편이 필요하다. 시행 8개월째이지만 이 제도는 주춧돌이 잘못 놓여졌다. 대상자를 협소하게 잡았고, 국가재정의 투입도 부족하며, 국공립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요양보호사를 무조건 양산하는 한편 그들의 적정보수가 확보되지 않음으로써 요양보호사에 의한 인간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근로계층이 수십년간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자신이 노인이 된다해도 노인 중 4%만이 급여를 받는다는 점에서 자신이 96%에 든다면 평생 부질없는 보험료 납부를 원통해하는 구조는 분명 잘못되어있다.

  일곱째, 청년실직자에 대한 할당제와 고용보험 선(先)적용제를 도입하라. 벨기에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청년실직자에 대한 의무고용제는 현재의 행정인턴제와 비할 바가 아니다. 이들에게 고용보험급여를 선적용하여 구직알선, 자기능력개발, 직업훈련참여 등의 서비스를 받게하고 취업후 보험료를 후납하게 하는 방식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율이 10%에 그치는 현실에서 무조건 단순노무직이나 비정규직, 알바 등의 늪으로 청년들의 미래를 모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의 첫출발을 자신의 적성에 맞게 선택할 최소한의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여덟째, 고용지원센터와 주민센터, 민간사회복지기관간의 네트워크체계를 도입하라. 고용과 복지, 학습은 불가분 함께 고려되어야한다. 고용기회를 박탈당한 이에게는 당장의 복지서비스가 긴요하며, 새로운 도전을 위한 학습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유기적 연계체계가 지역사회내에 부재함은 제도의 효과를 떨어 뜨리는 일이며 재정의 낭비까지 초래함은 물론 가장 근본적으로는 비자발적 실직자 및 실망실업자 등의 고통을 불필요하게 연장, 가중시키는 일이다.

   아홉째, 기초연금제를 실시하라. 한나라당은 17대 국회부터 기초연금제를 파격적으로 제안하여 국민연금제도의 근본적 개혁 논의에 기여한 바 있고, 이명박후보시절에도 기초연금제는 공약으로 계속 제시한 바있다. 그러나 정녕 집권한 이후에는 기초연금제에 대한 적극적 공론화와 실행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이는 국민을 가벼이 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개편하여 거의 대부분의 노인에게 평균급여의 15%정도의 기초연금을 제공하는 기초연금제도를 근간으로 하여 연금가입자의 경우 소득대체율이 60%에 육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연금기금의 사회적 운영체계가 확립되도록 기금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도 필수이다.

  열째, 지금까지 열거한 앞의 아홉가지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라.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을 기조로하면서 복지정책을 강화할 수는 없으며, 설혹 강화한다 외쳐도 그것은 ‘둥그런 네모’를 그리겠다는 말처럼 모순이다.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복지확대를 위해 가장 긴요한 조건이면서 현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가장 없는, 그럼으로써 모든 복지확대의 기대가 또 다시 좌절되게 할 가능성이 농후한 주문이 바로 이것임을 숨길 수는 없다.

  이상의 10가지 주문에 대해 능동적으로 화답하길 진정 기원한다. 이는 정권의 승패를 떠나 한국사회의 존망이 걸렸다는 점에서 절박하다.

  끝으로 이러한 주문에는 어떤 당파적, 이념적 선입견도 없는 것임을 확인하고 싶고 오로지 있다면 국민의 진정한 복리를 위하는 마음만이 있음을 밝힌다.


2009. 2. 25 이명박대통령 취임 1년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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