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2-07-26   1539

[이슈논쟁] 재벌가 꼬투리 잡아 30% 배제는 비약

[이슈논쟁] 무상보육 대란오나


재정부의 정치공세 떨떠름… 재원마련 방법부터 찾아라

 

3월 시작된 무상보육이 좌초위기에 직면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 간의 당정협의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4ㆍ11 총선을 앞두고 졸속으로 실시되었던 0~2세 무상보육이 흔들리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보편적 복지가 눈엣가시였던 기획재정부가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둘 리 없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비판하며, 재벌의 손자녀들에게도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는 우리사회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불공정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전체 국민의 0.1%에 불과한 재벌일가의 손자녀들에게도 무상보육서비스 이용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불공정한 것인지, 재벌일가에게 주어지는 수십조의 조세감면혜택이 불공정한 것인지 국민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국민들은 재벌 손자녀들이 무상보육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재벌일가의 손자녀들이 함께 이용하는 보육시설이라면 우리 자녀들을 믿고 맡겨도 좋지 않겠는가. 국민들은 오히려 재벌일가의 손자녀들이 우리 동네 보육시설을 함께 이용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보편적 복지가 부자와 중산층을 포괄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는 재벌일가의 자녀들이 동네 보육시설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더욱이 이용하지도 않을 극소수 재벌일가의 손자녀를 문제 삼아 소득상위 30%를 배제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소득상위 30%의 국민이 재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정부의 역할은 보육서비스를 선별적 서비스로 되돌리기 위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동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원마련 방안을 찾는 게 그의 일이다. 신년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보육이 복지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던 사실을 재정부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증세를 제안하든 조세감면규모를 축소하든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부 차관이 “보육서비스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해온 원칙을 깰 수 없다”고 강변한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변명이 되지 못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정부도, 중앙정부도 모두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이고, 서초구에 살고 있는 시민은 서초구의 주민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무상보육과 보편적 보육서비스를 동일시하는 인식도 고칠 필요가 있다. 보편적 보육서비스는 단순히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편적 보육서비스는 대한민국의 아동 누구나 가구소득, 거주지역, 장애여부 등과 관계없이 공적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가구소득이 양질의 공적서비스 이용을 가로막아서는 안되며, 아동의 장애여부가 서비스 이용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비용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비용을 지원하고, 시설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에는 시설을 보완해주는 것이 보편적 보육서비스의 핵심이다. 비용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한 가지 요소일 뿐이다. 더욱이 현재 무상보육은 무늬만 무상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특별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비용을 부모로부터 걷고 있고, 부모로서는 이를 거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현재 정부의 지원규모를 유지하고, 특별활동비와 질 개선을 위해 요구되는 추가비용을 가구의 부담능력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보육서비스 재원을 누가 분담해야 할지는 국민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양질의 공적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만약 보육서비스 중단이 현실화 한다면 최대 피해자는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평범한 국민이며, 이명박 정부, 새누리당, 지방정부 모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홍식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 본 칼럼은 2012. 07. 10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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