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6-06-30   696

<안국동窓> 한국사회 사각지대-사회복지 : 포괄적이고 유연한 제도로 복지사각지대 해소해야

후기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산업화시대와는 다른 여러 가지 가치와 원리들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정보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디지털에 의한 시스템이 등장한다. 모든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소유되고 있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가 발달되고, 정보와 에너지는 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면서 효율성과 통합성으로 생산력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네트워크가 포섭하지 못한 영역이나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들을 통칭하여 사각지대라 한다. ‘사각지대’는 곳곳에서 편리한 용어로 사용된다. 정보의 사각지대, 행정의 사각지대, 문명의 사각지대, 인권의 사각지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는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려 한다.

복지는 시혜가 아닌 국민기본권

외환위기 이후 사회안전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보장제도가 구축, 확장되면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기 시작하였다. 고용보험의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국민연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었다. 그 과정에서 논란과 갈등도 많았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마당에 사회복지예산의 증액을 놓고 갈등이 있었고, 사회복지예산이 증가해도 사회복지제도의 구조와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주장들도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인 차상위계층 내지 차차상위계층의 문제,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제도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누락된 계층의 문제,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배제된 이주노동자 노숙인 장애인 성매매 여성, 사회복지시설의 비리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회복지 또는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 제34조 제1항의 규정과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는 같은 조 제2항의 규정으로부터 사각지대 해소의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국민 누구나 사회복지제도의 체계 속에 포함되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국가의 사회복지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인구층이 존재한다는 것과 다양한 사회문제와 사회적 위험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한 사회복지제도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특정 인구층을 배제하는 경우,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문제와 위험에 대한 사회복지제도가 존재하지 못하는 경우 사각지대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복지국가들은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수당,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통해 국민 모두를 촘촘히 포괄하는 제도적 체계를 이루고 있다. 사각지대가 없는 사회복지체계를 이루기 위해서 사회복지제도는 포괄성과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인구층과 새롭게 등장하는 갖가지 사회적 위험에 대한 사회복지제도를 구비해야 하는 것이다.

사각지대 해결 열쇠, 인식 의지 능력

사각지대의 의미는 세 가지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첫째, 인식의 차원이다. 사회복지제도가 포섭하지 못하는 인구층, 기존의 사회복지제도로 대응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와 위험들에 대해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상자와 문제에 대한 발견이 중요하다. 이러한 발견과 인식을 통해 기존 제도들이 포괄하지 못하는 범주를 사각지대라고 부른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실업자와 노숙자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대부분의 실업자들과 노숙자들은 기존 사회보장체계의 적용범위 밖에 존재하였으며, 이는 대규모 사각지대를 이루었다.

둘째, 의지의 차원이다. 새로운 문제와 위험, 새로운 대상층을 발견하고 그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정책 당국의 의지가 없다면, 그것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예컨대, 정부 경제정책과 기업의 경영방침 등에 의해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데,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장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비정규직은 계속해서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정책적 의지는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의 문제이다. 빈곤과 실업 등 주요 사회문제 및 위험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 순전히 개인과 가족에 전가하는 이데올로기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보는 이데올로기가 양 극단에 존재한다. 전자의 입장에 서게 되면, 국가가 복지를 시행하더라도 그것은 재량이나 자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후자의 입장이라면, 국가의 의무에 대하여 개인들은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셋째, 능력의 차원이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재원은 물론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적 능력에 따라 사각지대의 범위는 달라진다. 국가가 아무리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 없거나 자원이 있더라도 허술한 정책으로 대응한다면 실패할 것이며 그만큼 사각지대는 온존케 될 것이다.

총체적 복지 네트워크 구축이 복지공동체 첫걸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는 새로운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제도의 부재, 사회보험으로부터 이탈하거나 배제되는 집단,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의 확산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요보호 대상층의 등장,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미비 등으로 인한 것들이다. 산업주의와 더불어 발달해 온 사회복지제도 및 복지국가는 이제 후기 산업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새로운 문제와 위험, 이질적인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 집단의 등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과 구조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것은 사각지대의 확대 및 심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하여 새로운 대안으로서 복지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통합적이고 일관된 사회복지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을 포괄하되 다양한 존재형태와 욕구에 적절한 제도들이 도입되어야 하며 국가와 민간의 자원이 전달체계를 통해 제공되고 분배될 수 있어야 한다. 제도, 자원, 대상의 총체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7월호 ‘기획연재’에 실린 글입니다.

* 사회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인해 절대 빈곤층, 차상위계층 등 복지사각지대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입니다. 이를 위한 사회안전망구축 등의 대안과 해결책을 찾는 것 또한 주요과제임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참여사회는 기획연재〉를 통해 사회복지시스템의 전반적인 점검과 우리 사회의 복지사각지대를 진단해보고자 했습니다.

‘기획연재’ 두번째 글은 >>> ‘한국사회 사각지대-미신고시설 : 당신은 시설에서 살고 싶은가?’ 입니다.

윤찬영 (전주대 교수,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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