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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칼럼
  • 2008.03.31
  • 863

국민보다 기업이 우선인 기획재정부, ‘공· 사보험 정보공유’ 철회해야

문상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의사)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는 CIA의 한 사무실, 천장이 열리면서 한사람이 허리에 줄을 묶고 천천히 내려온다. 그 사람은 허공에 뜬 채로 그 방 컴퓨터 내에 있는 최고기밀정보를 빼내어 탈출한다. 1996년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으로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매체에서 패러디되고 있는 명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빼내려고 했던 것, CIA에서 지키려고 애썼던 것, 그것은 바로 ‘정보’이다.

2008년 3월 10일, 기획재정부 대통령 업무 보고. 이 날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08년 실행계획에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의 세부 계획으로 ‘공사보험 정보공유 추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정보공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질병정보를 민간 기업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도 바로 ‘정보’이다.

국가에는 국가기밀이 있고, 기업에도 기업비밀이 있듯이, 한 개인에게도 공개될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정보들이 있다. 주민등록번호나 개인의 건강정보 등이 이러한 예가 되는데, 개인 정보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되면서 국가에서도 이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 정보는 노출될 경우, 개인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

민간 보험사는 공보험과 달리 기업의 이윤 추구가 최고의 가치이자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해 보험료 지급을 최대한 적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험료를 지급할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사람들만 선별적으로 가입시키는 것으로, 원유에서 맛있는 크림만을 분리 채집하는 것에 비유하여 ‘단물 빨기(cream skimming)’라고 한다. 결국, 실제 보험을 통해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보험에서 소외되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아일랜드, 호주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민간의료보험의 ‘단물 빨기’를 법으로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장치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공사보험 간의 정보공유가 이루어질 경우, 개인의 건강정보는 ‘단물 빨기’를 하는 데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보험사들은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공사보험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도덕적 해이란 보험 가입자가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보험 가입 전보다 건강상태가 나빠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피보험자의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관리하는 것은 해당 보험사의 책임이다. 또한 실제로 많은 보험사기가 상품 설계상의 문제로 발생한다. 보험사에서 이에 대한 개선 노력 없이 공보험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자세는 보험사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국민과 정부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에는 5년 전 곰팡이감염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이 거부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사보험 정보공유가 실현된다면 이러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건강권에 반하는 정책을 재고하고, 오히려 민간보험이 공보험을 보충하여 국민건강보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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