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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칼럼
  • 2008.09.05
  • 801

현재 한국사회에서 복지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흐름은 복지시장화라 할 수 있다. 복지시장화 우려는 참여정부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우려는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그나마 다소간의 온정주의적인 성격으로 인해 복지문제에 대해 비교적 공적개입을 강조한 편이었고 이는 국민의 정부가 유지했던 기조를 이어받은 것이었다. 물론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보여주었던 복지정책 기조는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에 비추어보거나 서구 사회의 정책기조와 비교해볼 때 결코 진보적이었거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권이 가지고 있었던 그나마의 온정주의적인 성격까지 완전히 벗어던지려고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과 기업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 전 분야에 시장원리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복지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며 그 결과도 매우 참담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서구의 경우 민영화는 복지공급이 상당부분 정부부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복지공급에 민간부문을 참여시킴으로써 공공부문 중심의 복지공급구조를 바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나 한국에서는 복지공급자들이 대부분이 민간부문에 속한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교육을 비롯하여 의료서비스의 공급자는 대부분이 민간기관들이며 돌봄서비스 등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급자들 역시 민간공급자가 거의 100%에 가깝다. 국공립기관의 질적 수준이 높은 편인 보육서비스도 이들의 비중은 10~1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민간기관들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에는 복지공급의 주체에 민간부문을 더 강화시킬 이유가 크지 않다.

또한 복지공급주체로서 한국의 민간기관들은 실제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대상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행자 역할을 해 왔으면서도 다른 한편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으로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해 종속적인 지위에 놓여 있었다. 즉 한국의 민간복지공급자들은 정부에 대해 ‘종속적 대행자’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종속적 대행자로 존재해 온 민간기관에게 시장화 원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잔혹한 시장원리에 근거한 새로운 종속관계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민간기관을 종속적 대행자로 위치지우고 정부 자신은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지 않으면서 지도감독만 해 왔기 때문에 시장화를 추구하게 되면 관과 민의 협력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과 민의 갈등을 더 크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민간공급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특히 의료서비스에서 상당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1970년대 중반 의료보험이 강제가입방식으로 실시될 때만 해도 의료기관들은 의료보험체계와 크게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그 이후 의료기관의 설립이 민간자본에 의해 대규모로 추진되었고 이로 인해 규모가 커진 민간의료기관들은 점차 의료보험 외부에서의 서비스 공급(사실상의 영리행위)을 추구해 왔고 이는 의료기관과 의료보험 간의 지속적인 갈등을 낳게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영리의료법인 등의 정책은 의료기관의 입장만을 고려한 편향된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주도에서 추진되던 영리의료법인 허용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기각되었지만 의료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영리화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서비스에서의 시장화 시도는 의료이용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며 이는 더 나아가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시장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종속적 대행자로 존재해 온 민간공급기관이 국가와 대등한 관계에서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고 국가는 대행자로서의 민간기관에 떠넘겨 온 서비스책임을 스스로가 인수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허약하기 짝이 없는 공공부분 공급자를 강화해야 한다. 서구 국가들이 민영화 시도를 하는 것과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결코 동일시되어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시장화 시도는 이제 겨우 태동하기 시작한 한국의 복지국가를 크게 후퇴시키고 그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민간부문에 의해 대부분 공급되고 있는 복지를 시장화하게 되면 오늘날처럼 양극화 추세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그로 인한 폐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양극화의 모순을 완화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그처럼 강조하는 시장원리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남찬섭(동아대 교수,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이 글은 시민사회신문 9월 1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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