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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윤홍식(인하대학교 교수)

요즘처럼 맥이 빠지는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언론인들이 검찰에 붙잡혀가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재판장에 서고,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야할 대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강요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데자뷰를 보는 것 같은 당혹감을 주고 있다. 남영동 대공 분실로 대변되는 권위주의 권력의 가시적 폭압만을 느끼지 못할 뿐 마치 이십 년 전으로 시계바늘이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나마 이정도로 그치면 다행이다. 한치 앞조차 분간하기 힘든 경제는 한국사회를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수십 번이 넘게 입사원사를 집어넣어 보았지만 또 다시 반복해야하는 청년들에게, 평생을 걸고 열심히 일한 직장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까?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외치면 거친 호흡과 피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 믿었던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남아 있을까?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땀과 피를 흘렸는지 잊고 지내는 것 같다. 사람들은 과거의 쓰라린 기억도 미래도 없이 살아가는 하루살이처럼 다만 오늘만 무사히 넘기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진보진영, 과연 대안은 있는가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단기적 대응을 비판하고 있지만 소위 진보진영에게 근본적 대안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당위적 선언이 아닌 그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일상의 희망을 보여주는 그런 대안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그저 현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진보진영이 원했던 그런 정부가 아니니까?  육두문자를 써가며 큰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으로 원이 풀리고 희망이 보인다면 그렇게 하자.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속이야 시원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잊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왜 국민들이 현 정부를 선택했는지를 우리는 잊고 있는 것 같다. 명망 있는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국민이 노망나고 개인적 안위에 대의를 저버린 것일까? 진위를 떠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본질은 왜 국민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있다. 반복되는 역사가 증명하듯 대중은 그 시대의 가장 필요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준비없는 진보에게 희망 걸 국민없다 

준비되지 않은 진보에게 사람들은 희망을 보지 못한다. 지금이 아무리 암울하고 심지어 시계바늘이 이십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준비되지 않은 진보에게 희망을 걸 어리석은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

추운 겨울 진보를 지켜내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일이다. 불의에 의연한 스스로의 결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뜻한 봄날 진보를 지켜내는 일은 개인적 의연함이 아니다. 세상과 같이 하는 실체적 대안을 요구한다. 현재의 모순을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대안이 우리에게는 없는 것 같다. 수많은 대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단편적이고 지엽적 대안에 불과하다. 현상적 대응이 근본적 사회모순을 해결한 역사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신자유주의적 시장중심주의를 신봉하는 담론의 파고가 높아지고, 그 대오가 점점 더 강고해지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준비된 진보에게 국민은 희망을 본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반대하고 자본의 세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치밀하게 준비된 정치ㆍ경제의 선택의 과정이었듯이 진보의 대안 또한 근본적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목적의식적인 선택의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서로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각각의 선명성에 선을 그으며 ‘너와 나는 다르다’가 아니라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으며 이견을 좁혀가며 힘을 모아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야한다. 대안적 비판을 통해 오류를 폐기하고 핵심을 보존하는 치열한 과정을 통해 어께가 축 쳐진 사람들에게 진보는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준비된 진보에게 국민은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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