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4-08-08   1209

[연속기고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①-1] ‘참 좋은’ 개별급여?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세 가지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는’기초생활보장제도지키기연석회의’에서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정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태와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다양한 복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획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① ‘참 좋은’ 개별급여?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세 가지

② 정부의 야심찬 맞춤형 개별급여, 정말 좀 별로다

③ 부모 부양 거절한 아들, 욕할 수만은 없다

④ 고혈압·당뇨 환자에게 일하라는 정부, 참 야박하네

⑤ 최저생계비 받는데, 왜 무료급식소 전전하냐고?

⑥ 고시원비 25만원인데 주거급여 10만원…막막하다

⑦ 기저귀 찬 8살 딸아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참 좋은’ 개별급여?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세 가지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①-1] 세월호와 세모녀 그리고 개별급여

 

올 봄에 일어난 ‘세모녀 동반 자살 사건’과 ‘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 두 사건은 서로 무관한 듯 보이지만 우리의 사회안전망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관하지 않다. 세월호가 물에 잠긴 다음 날 <조선일보> 머리기사 제목 ‘눈 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처럼 우리는 분명 ‘눈 뜨고 아이들을 잃는 나라’에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이 잃고 있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심지어 청년들조차 우리는 ‘눈 뜨고 잃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배는 침몰할 수 있고 가난한 사람과 자살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책을 내놓는 데 우리나라처럼 소극적인 나라는 별로 없다.

 

‘부실 사회안전망의 종합판’ 세 모녀 자살과 세월호 사고

각 나라마다 사회안전망의 수준은 다르지만, 우리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OECD 가입국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명예는 이미 오래 되었다. 문제는 조만간 바뀔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자살(自殺)’과 ‘사고사(事故死)’라고 쓰고 있지만 오히려 ‘사회적 타살’이라고 불러야 더 정확한 표현이 될 만한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 수칙을 잘 지키고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진 나라에서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기 힘들다. 설사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피해자 가족을 그렇게 홀대하지도 않을 것이고, 피해자 가족의 생계를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송파 세 모녀 동반자살과 같은 끔직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세 모녀 자살과 세월호 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모습은 한 마디로 ‘책임회피’라 부를 만하다. 선박회사와 선장, 선원들에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 대부분을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세 모녀 사건 역시,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복지급여도 신청하지 않은 세 모녀 가족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빨리 발굴하지 못한 지역의 복지공무원 개인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우리의 사회안전망 수준이다. 설사 세 모녀가 복지급여를 신청했다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현실 말이다. 사회안전망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나라에서는 60대의 가난한 노모에게 병들어 전혀 일할 수 없는 30대 딸의 기초생계와 치료를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자식들이 아버지의 암 치료 비용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지 않도록 보장성 높은 건강보험과 같은 의료서비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오랜 가난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둘째 딸을 채무 때문에 집에서만 소일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당뇨 때문에 아무런 일을 할 수 없고, 돈 때문에 치료도 못 받는 30대 첫째 딸을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사회 안전망이 갖추어져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60대 노모처럼 일을 하다 다치면 산재보험에서 치료비와 기본생계비가 지급되고, 또한 다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그 기간 동안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제도는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송파 세 모녀의 경우는 어떠한 사회안전망도 작동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와 같은 최후의 사회안전망도 가동되지 못했다. 이렇듯 세월호와 세 모녀 사건은 우리나라 사회 안전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부실 사회안전망의 종합판’적 성격을 지닌다.

 

‘참 좋은’ 개별급여?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세 가지

우리나라의 부실한 안전 시스템이 왜 하루 빨리 정비되어야 하는지는 세월호 사고가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 신뢰도 하락과 피해자 보상 비용, 선박 인양 비용, 경제 위축 등 사고로 인한 커다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을 비롯하여 국민 모두가 느낀 심리적·정신적 손실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보상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정부는 우리나라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보장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복지 공약 중 하나인 개별급여(혹은 맞춤형 급여체계)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받는 급여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결과적으로 수급자 수를 늘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개별급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개별급여에 관한 첫째 오해는 개별급여는 무조건 좋은 정책이라는 거고, 둘째 오해는 박근혜정부의 ‘칭찬할 만한 정책 중 하나’라는 것이고, 셋째 오해는 그렇게 좋은 정책을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발목을 잡아 시행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부는 개별급여가 매우 좋은 정책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개별급여란 설계하기에 따라 ‘착한 정책’이 될 수도, ‘나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편에 크게 기대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의 정부 준비 상황을 종합해 보면,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보장법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을 정도다.

 

15년 전 기초보장법 제정을 추진했던 시민단체들은 정부 개편 방향을 매우 심각하게 판단하여 대책기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바로 ‘기초생활보장지키기연석회의’이다. 정부가 ‘개별급여를 실시하면 많은 문제가 줄어들고 많은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이들은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을 지키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렇듯 정부에서 새롭게 시행하려고 하는 개별급여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단체는 서로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다. 시민단체가 ‘무엇을’ 그리고 ‘왜’ 지키려고 하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리성 급여를 정부재량형 급여로… 막아야 한다는 시민단체

정부 개편안에 대해 시민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럴 필요까지 없는데 왜 굳이 정부가 현행 시스템을 전부 다 바꾸려고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정부가 개별급여를 시행한다면서 기존의 ‘권리성 급여’를 ‘정부재량형 급여’로 축소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또 근로능력자 가구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장기적으로 수급자 수를 줄이고 예산 축소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예산맞춤형’ 제도로 전환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근거없는 우려는 아니다.

 

현재 기초보장법 개정을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고,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10월부터 주거급여가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개별급여란 현재는 기초보장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7가지 급여 중 대표적인 급여 4가지(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를 분리하여 각 급여별로 별도의 수급자 선정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해 오던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유사 프로그램과 통합하여 각각 국토교통부와 교육부에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각 급여별로 수급자 선정과 급여를 개별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지금보다 사각지대가 줄어들어 수급자 수도 늘어나고, 수급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여러 자료를 통해 이번 개편 목적에 대해 ‘① 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 유인을 제고하고 ② 급여별 선정기준을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의 일정비율)을 반영하여 대상과 보장수준을 높이며 ③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하여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그에 맞게 생계급여의 소득기준은 기존의 절대적 빈곤개념에서 벗어나 상대적 빈곤 개념을 도입하여 중위소득의 30%,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3%, 교육급여의 소득기준은 중위소득의 50% 선에서 정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 이 글은 허선 교수님(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기고입니다. 원문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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