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5-04-27   1228

<안국동窓> 우리나라 최저생계비 과연 높은가?

최근 최저생계비가 높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대두되는 가운데 한양대 김재원 교수는 우리나라 최저생계비가 평균적인 임금수준 대비 55.3%이고 이는 미국의 빈곤지침선 및 일본의 생계급여수준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높다고 하면서 근로동기의 유지를 위해 최저생계비 수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최저생계비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려면 상당히 종합적인 비교를 해야 하며 또 비교기준도 상당히 신중하게 택해야 한다. 김재원 교수는 최저생계비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피용자 보수에 기초한 평균임금을 사용했는데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임금수준은 연 6,160달러라는 것이다. 피용자 보수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시도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지만 어쨋든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하고 연 6,160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연 616만원이다(환율은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1천원으로 가정). 이 616만원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51만 3천원이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이 월 64만 2천원이다. 김 교수가 말하는 평균임금은 현행 최저임금 대비 80% 수준에 불과한 금액인데 결국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는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평균”임금과 비교할 때 그것의 55.3%나 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평균소득만 해도 월 140만원 가량으로 김 교수가 말하는 평균임금은 이것의 36.6%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김 교수는 일반적인 상식에 지나치게 벗어날 뿐만 아니라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위법적인 “평균”임금을 산출해놓고 이것과 비교해서 최저생계비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최저생계비(빈곤선)는 국제적으로 볼 때 그 수준이 낮은 편에 속한다. 우리의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은 빈곤지침선(poverty guideline)을 두고 있으며 이것은 빈곤선(poverty threshold)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이 빈곤선은 1960년대 초 몰리 오샨스키라는 경제학자가 반물량방식에 기초하여 만든 것이다. 오샨스키는 1950년대에 농무성이 만든 네 가지 식단표 가운데 가장 식료품의 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싼 최하위 식단표를 기준으로 식료품비를 산정하고 여기에 3을 곱하여 빈곤선을 추정하였다. 이 때 만들어진 미국의 빈곤선은 그 이후 한 번도 재계측된 바 없으며 물가상승률만 반영하여 갱신하여 왔다. 그리하여 미국 내에서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빈곤선이 실제 빈곤추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여 개정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또한,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생계보호수준은 하위 10분위계층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수준의 삶을 의미하는 최저생계비와 정부가 보장하고자 하는 급여수준은 다르다. 일본의 경우 최저생계비는 중위소득의 약 40% 가량 되며 생계보호수준(급여수준)은 김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그보다 매우 낮다. 그래서 일본의 공공부조 수혜자 수는 전국민의 1% 가량으로 매우 적은데 이것이 일본의 빈곤자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의 1% 가량에 불과한 공공부조 수혜자 비율은 국제적으로 매우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 최저생계비가 높은지 낮은지를 비교하려면 빈곤선 자체가 낮은 나라나 공공부조 수혜자가 예외적으로 적은 나라만 택해서 비교할 것이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나라와도 비교해야 할 것이다.

물론 김 교수도 보다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하고 있다. 김 교수는 OECD국가의 경우 빈곤선을 중위소득의 40∼60%로 정한다고 하면서 이는 곧 평균소득의 20∼30% 수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예의 그 위법적인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의 최저생계비는 그것의 55.3%이므로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1999년도 최저생계비는 당시 중위소득의 40% 정도 되는 수준이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최저생계비는 연평균 3.2%씩 증가했는데(2005년까지 포함하면 3.4%) 이 기간 중 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은 2000년에 0.7%, 2001년에 3.5%, 2002년 2.8%, 2003년 2.3%이었으며 경제성장률도 2000년에 8.5%, 2001년 3.8%, 2002년 7.5%, 2003년 3.1%였으므로 최저생계비가 경제나 물가보다 결코 빨리 증가했다고 볼 수 없으니 2004년도 최저생계비 역시 아무리 높아야 중위소득의 40%이거나 그 이하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는 “다행스럽게도” 김 교수가 말하는 위법적인 “평균”소득의 20% 가량 되는 셈이다.

또한, 김 교수는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위법적인 “평균”임금에 비해 우리의 최저생계비가 지나치게 높아 이것이 자칫 우리 근로자들의 근로동기를 저해할 까 우려하면서 근로를 통한 사회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최저생계비 수준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위법적인 “평균”임금의 일정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김 교수가 산출한 1인당 최저생계비는 이미 최저임금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렇게 낮은 최저생계비를 보장받자고 근로자들이 근로동기를 그처럼 줄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또 김 교수는 공공부조의 생계급여 예산으로 2000년의 경우 2조 7천억원이 필요하리라 추정되었다고 하고 있는데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4년에도 공공부조 지출은 생계급여에다 의료급여까지 모두 합쳐서 3조원 가량 되었다. 최저생계비 수준을 보고서 예산을 걱정하는 것은 최저생계비 수준이 전액 정부로부터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최저생계비와 정부의 급여수준은 다르다. 우리의 경우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급여수준은 최저생계비의 88%였고 올해부터는 급여기준이 최저생계비의 85.6%로 하락하였다. 그리하여 올해 최저생계비는 4인 가구 기준으로 113만 6천원이지만 현금급여기준은 4인 가구 기준 97만 2천원이다. 게다가 정부는 빈곤자가 가진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여 이 금액만큼을 현금급여기준에서 뺀 나머지 금액만을 급여로 제공한다. 이런 연유로 작년도 공공부조 수급자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현금급여는 월평균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또한, 경기가 좋을 때 최저생계비를 인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김 교수의 제안은 이미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상대빈곤개념과 취지에서 같다. 즉, 상대빈곤개념을 도입하여 최저생계비를 산출하면 이는 경기가 좋을 때 최저생계비를 인상시키게 되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자동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인하시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현재 일을 통한 빈곤탈출 등의 대책을 발표하는 등 근로연계복지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 근로연계복지는 정부의 추진방침이니 김 교수가 걱정하지 않더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근로연계복지 이전에 확립되어야 할 기본적인 소득보장 장치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근로연계복지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이미 기본적인 소득보장제도를 잘 갖추어놓고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 기본적인 소득보장을 도외시한 채 근로연계복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 근로연계복지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기본적인 소득보장제도가 너무나 부실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현실화하고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굳건히 해야 한다.

남찬섭 (성공회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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