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로 사회서비스 시장 늘려주는 것이 선진화인가?


‘사회서비스 육성 및 선진화 방안’ 재고해야
보육시설 내 특기활동 허용은 보육비 부담 늘릴 것
돌봄서비스의 등록제 전환은 서비스 질 하락만 가져올 것



지난 5월 27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보건복지분야 5대 유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회서비스 육성 및 선진화 방안>(이하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간병, 돌봄, 보육, 장기요양, 지역사회서비스를 5대 유망 서비스로 선정하여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바 있으며, 일자리의 해법을 사회서비스에 찾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방안은 선진화라고 할 수 없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정책 추진 및 법안 마련 과정에서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복지부가 이번에 제안한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추진전략부터 잘못되어 있다. 복지부는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의 목표를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유망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로 잡고 있는데, 사회서비스를 단순한 일자리 창출의 방안으로만, 특히 사회서비스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아닌 시장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다음의 몇 가지 사항에 있어서는 반드시 재고가 필요하다.

첫째, 복지부는 돌봄서비스 제공기관 육성을 위해 제공기관 지정제를 등록제로 전환하여 진입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돌봄서비스의 제도화 수준이 낮고, 정부재정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 중심으로만 이용이 한정되어 중산층 시장 형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돌봄, 가사간병도우미,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등 돌봄서비스의 문제는 품질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보서비스의 제공기관을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서비스 질 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서비스의 질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을 등록제로 전환할 경우 서비스 질의 악화는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둘째, 보육시설 내 특기활동 허용 및 보육바우처의 탄력적 지원방안 역시 부모들의 보육부담만 늘릴 안으로 결코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이라 할 수 없다. 복지부는 보육시설 외 학원을 별도로 이용해야 했던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특기활동 강사 등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보육시설 내 특기활동을 허용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보육시설에서는 종일반 기준으로 고시되어 있는 보육료를 마치 반일반 비용인 것처럼 하고, 오후에는 특기활동이라고 해서 별도의 비용을 추가해서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육시설 내 특기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보육비용의 추가비용을 공식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12시간 종일보육기준으로 지원하던 방식을 시간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안 역시 부모들의 보육부담만 늘릴 것이다. 종일보육기준을 무너뜨리고 반일제를 기본으로 지원이 될 경우 기존의 종일보육을 받던 아이들은 시간연장제로 전환되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안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맞춤형 보육서비스의 확대란 명분하에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면 아동이 있는 가구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며, 소득계층에 따른 불평등과 차이를 확대할 것이다.

셋째,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의 하나인 간병서비스의 제도화 역시 문제이다. 복지부는 간병서비스가 제도권 영역 밖에서 사적계약에 의해 구매‧이용되고 있다며 간병서비스를 병원이 제공하는 공식적인 서비스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부터 간병서비스 이용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여 돈 없는 환자를 포함하여 누구나 적절한 간병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로 실질적인 간병부담 완화책도, 선진화 방안도 될 수 없다.

넷째,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양산은 ‘양질의 일자리’(descent job)라는 일자리 정책 일반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같은 일자리 불안은 곧 사회서비스의 질과 직결된다는 면에서도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결국 이는 사회서비스를 영리업자나 구매계약제로 운영되는 기관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 또는 준공공기관이 직접 담당함으로써 일자리의 책임성을 높임으로써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사회서비스 선진화 방안에는 일자리의 질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나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비중이 외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빠른 시일 내에 복지, 보건, 고용, 교육, 문화 등에 걸쳐 폭넓은 생활지지망을 공적 책임 하에 만듦으로써 현재 한국의 사회서비스 수준을 혁신적으로 상승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사회서비스 시장의 형성을 촉진할 게 아니라 사회서비스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급증하는 복지수요도 충족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서비스를 시장을 통해 제공하고, 단순한 일자리 창출방안의 하나로 접근하는 것은 결코 선진화 방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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