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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우리 사회가 직면한 진짜 재앙은...













김보영(이화여대 박사후 연구원)


6년여 전 참여연대 간사를 하다가 무지를 깨닫고 유학길에 올라 다다른 곳은 영국 잉글랜드의 어여쁜 관광도시인 요크(York)였다. 거의 백인이 대다수이고 은퇴자들이 많이 사는 이 작고 평화로운 도시는 리즈나 맨체스터 같은 험악한 대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푸르른 초원을 만나고 시내를 들어가도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로 어깨를 맞댄 모습은 그야말로 평생 한번쯤 살아 보고픈, 그런 곳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풍경을 발견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누가 봐도 허름한 중고차 핸들에 크고 노란 잠금 장치가 육중하게 걸려 있었다. 심지어 대낮에도 주차된 차에 창문이 부서지고, 오디오를 뜯어갔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네비게이터를 단 채 내리는 행위는 대놓고 ‘내 차를 부숴주세요’라고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명 후디(hoodie)라고 불리는 후드티와 츄리닝 바지에 흰 운동화를 신고 몇몇이 몰려다니는 청소년들이 주범들로 지적되었다. 이들은 길거리에서도 기피 대상이었다. 심지어 대낮 시내 길거리에서도 이들과 맞닥뜨리면 슬그머니 돌아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음료수 세례를 하거나, 돌을 던지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살해사건도 잘 안 나는 조용한 관광도시가 이 정도니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영국인 5명 중 1명은 이러한 반사회적 행동 문제가 자기 지역에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3명중 1명은 이런 청소년들의 배회 자체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 청소년들간의 잦은 칼부림, 총기 살해 등이 크게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계급분화가 뚜렷한 영국사회

그러면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들 앞에 놓인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이었다. 영국에서의 6년여 생활 동안 계급의 의미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계급은 삶의 궤적뿐 아니라 언어, 외모, 식생활, 심지어 체형에서도 드러났다. 일상적으로 찾는 대형 마트도 계급이 낮은 순서대로 아스다(ASDA), 테스코(Tesco), 세인스버리(Sainsbury), 막스엔스펜서(Marks & Spencer), 웨이트로스(Waitross)까지, 가격과 식료품 등의 질은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낮을수록 사람들의 쇼핑 카트는 거의 쓰레기 같은 즉석음식들과 탄산음료, 맥주 등으로 가득 차 있었고, 윗계급 마트를 갈수록 신선한 야채와 과일들이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 같은 교육열은 고사하고 한국 어머니들은 싸구려 감자칩과 누런 치즈, 바나나 한쪽이 달랑인 영국 아이들 도시락에 충격을 받았다. 노동자층에게는 16세까지 의무교육만 마치고 심지어 10대에 애를 가지는 경우가 별난 경우가 아니었지만 상류층에서는 적어도 종교학교를 가거나 아니면 연간 2천만원에서 4천만원을 호가하는 사립학교를 진학하여 그만큼 더 좋은 대학과 직장이 그들의 몫이다.

영국에서의 복지는 계급간의 완충장치

어쩌면 우리에서는 다소 이상적으로 들리는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오래 전에 자리잡은 영국에서의 복지는 이런 계급간의 완충장치인 셈이었다. 그래도 너무 다른 삶의 형태에, 노동계급 아이들이 야채 생김새조차 모르는 믿기 힘든 수준의 식생활 환경의 현실에서 흡연과 음주문제의 계급간 격차가 현격한 현실에서 일상 생활부터 바꾸어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는 적극적 복지(active welfare) 얘기가 나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반면 이는 어쩌면 근본적 계급 문제에는 눈을 가린 것이었다.

전후 복지국가 건설 이후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시작한 청소년 문제에 6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구조적 책임이 거론 되었지만 더 이상 그런 목소리를 찾아보긴 힘들다. 그와 같은 계급 분화를 경험하지 못한 사회에서 온 이방인의 눈으로 희한한 그 현실이 그들에게는 이미 체념한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새삼 느끼는 것은 여전히 우리사회는 매우 안정된 사회라는 점이다. 서울 한복판 밤거리에서도 특별히 으슥하지 않는 한 위협을 느끼진 않는다. 네비게이터를 떼고 내리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 길거리의 어디서 누구든 서로 다른 계급이라고 잘 구분되지도 않는다. 서로 만나면 집이니 차를 가지고 서로 대거리 하는 것 조차 분화되지 않은 계급끼리의 허세일지 모른다. 교육에 미친 듯이 쏟아 붓는 현실도 여전히 우리사회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점차 서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서로 그 경쟁 속으로 달려드는 그 현실은 말기적 모습이기도 하다.

복지선진국조차 이럴진대, 사회안전망 없는 우리는 과연...

이미 우리사회에 익숙한 화두인 양극화는 단지 빈곤층이 늘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복지 선진국이라 자주 예찬하는 사회에서 계급분화의 모습이 그렇다면 사회적 안전판조차 온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걷잡을 수 없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회 양분화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설지도 모른다. 현재 그나마 안정된 기반을 누렸던 부모세대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으로 모두 개별적으로 그 세파를 감당하고 있지만 그 덕에 노후를 준비 못한 현 부모세대들이 은퇴하고, 불안정한 소득기반밖에 획득하지 못하는 현 자녀세대가 부모세대가 될 때, 그래서 두 세대가 동반 몰락하게 되는 그 시점에, 우리사회는 과연 어떠한 미래를 예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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