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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칼럼
  • 2009.10.30
  • 1901


그 할머니, 그 할아버지

"아들과 연락이 끊긴지 벌써 한참 되었어. 지금은 이렇게 몸이 아파서 약을 달고 살고 있는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으려고 동사무소에 갔더니 아들이 있어서 나는 해당이 안 된다고 해. 복지관에서 보내주는 반찬과 폐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살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지" 관악구 봉천동에 사시는 김 할머니 말씀이다.

"엄청난 빚을 지고 서울역에서 노숙을 했었지. 그러다가 나라에서 나 같은 사람을 도와준다고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어 여기 쪽방에서 지난 겨울을 날 수 있었어. 그런데 얼마 전에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온 거야. 딸이 하나 있는데 사위가 진급을 해서 월급이 올라 나는 더 이상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거지. 딸과 연락이 끊긴지 벌써 10년이 넘었어. 지금 월세도 밀려있는데 급여를 더 이상 못 받으니 난 다시 서울역으로 나가야겠지." 동자동 쪽방에서 만난 이 할아버지의 한숨 섞인 말씀이다.

이렇게 자식이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고 있지 못하는 분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부에서도 빈곤층임에도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숫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하지 않는가.

기초보장법의 사각지대

올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보장법)이 도입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모든 국민의 생존권 보장이 국가의 의무이며 나이나 근로능력 유무와 무관하게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모든 국민에게 수급권을 인정한 기초법의 제정은 복지가 ‘시혜’가 아닌 국민의 ‘권리’임을 천명한 획기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빈곤층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는 410만 명으로 전 인구의 약 8.4%이다.

기초보장법이 제정된 지 5년이 되던 해인 지난 2004년, 참여연대가 사회적으로 공론화했던 이슈는 바로 최저생계비였다.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의되는 최저생계비가 결국 '최저생존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최저생계비만으로 한 달을 지낸 체험단의 목소리를 시민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올해, 참여연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기초보장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재산이나 소득기준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기준에 해당하는 데도 아들이나 딸이 있다는 이유로, 즉 부양의무자가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지내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이다.

수급권을 침해하는 간주부양비 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소위 '간주부양비' 규정이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능력 ‘미약’에 해당하는 부양의무자는 일정 금액의 ‘부양비’를 수급권자에게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부양능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때 ‘부양비’는 수급권자 가구의 기타소득(부양비)으로 산정되어 수급자 선정 및 급여액 결정시 반영되는데, 이렇게 정기적으로 지원된다고 전제되는 부양비를 ‘간주부양비’라고 한다.

예를 들어, 2인가구인 노부부에게 4인가구로 살고 있는 아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법령에 따르면 아들의 경우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91만원 미만이고 실제소득이 월 250만원일 경우, 아들은 노부부에게 실제 이전여부와는 상관없이 일정금액의 ‘부양비’(간주부양비 23만 3천원)를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부양능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부부가 받게 되는 실급여액은 2인가구 최저생계비(83만5천원)에서 간주부양비 23만 3천원을 제외한 60만 2천원에서 노부부의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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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간주부양비’가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 없이 작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시행령(제3조 제1항 제4호 나목, 제4조 제1항 제4호 다목)은 부양의무자 실제 가구소득에서 최저생계비의 130%를 차감한 금액의 30%(출가한 딸 등인 경우 15%)를 피부양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모법에는 이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실제로는 전혀 부양비를 받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되거나 급여액이 깎이는 사례가 아무런 법률적 근거없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공익소송의 원고(原告)를 찾습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이 수급권을 침해하는 간주부양비의 규정을 폐지하기 위한 공익소송을 진행하기로 하고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실제 부양의무자로부터 지급받고 있지 않지만 서류상 지급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부양비로 인하여 최근 3개월 내에 수급에서 탈락되거나 급여액이 깎인 사람은 누구나 원고로 참여할 수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02-723-5056, welfare@pspd.org)

이번 간주부양비 폐지 공익소송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간주부양비 제도에 대한 즉각적인 폐지와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빈곤층 개인의 권리 찾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소득과 재산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불합리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 100만 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참여연대는 이번 공익소송 뿐만 아니라 간주부양비의 폐지와 부양의무자 규정을 수급자 선정조건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기초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하고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그 할머니, 그 할아버지의 기본권을 외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간주부양비 폐지 소송에 동의하고 함께할 분들을 애타게 기다린다. 

전은경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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