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1-02-22   1659

[칼럼] 철학·비전 없는 ‘오세훈 시장의 反무상급식’


최근 우리 사회는 전에 없는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민주사회에서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생산적이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논쟁이 일어나는 과정에는 종종 과도한 주장이나 억측이 등장하기도 한다. 현재의 복지논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무상급식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일부 보수언론이 펼치는 주장이 그러하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실시 주장과 관련해 이를 일본의 예에 빗대어 무차별 현금살포라 하면서 일본이 마치 이것 때문에 엄청난 국가채무를 진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지금처럼 엄청난 빚에 시달리게 된 것은 일본 정부가 1990년대에 부동산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건설경기 부양책을 썼기 때문이다. 엄청난 건설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기는 살아나지 못했으며 오히려 부실 건설업체들만 공공부채로 먹여 살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것이 일본이 현재 지고 있는 빚의 진실에 더 가깝다. 진정 국가채무를 걱정한다면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듯 보이는 한국판 건설경기 부양책인 4대강 사업 등 토건사업이 국가채무를 얼마나 늘리며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또 오 시장은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와 같은 복지정책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사회 이면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진행된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는 이제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나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 디자인 서울도 중요하겠지만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처해나가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훨씬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무상의료 정책이 부상하게 됐고, 그 중에서 먼저 229개 지자체 가운데 80%에 가까운 180여개의 지자체가 오는 3월부터 전면 또는 부분 무상급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그런 지자체들은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재정압박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미 지자체의 업무 중 절반 내지 절반 이상을 복지업무가 차지한 지는 오래된 일이다. 복지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자체의 현실을 외면하고 부자감세와 토건사업에 돈을 쏟아붓는 정부의 행태가 잘못된 것이지, 복지업무에 재정을 투입하는 지자체에 대해 재정압박 운운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태도라 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틀 내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한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정책으로도 대단히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정부가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경제적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도록 가르치는 공교육의 본모습을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잘 사는 집의 자녀도 그 사회의 평균적인 급식으로 밥을 먹고 교육을 받아야 그것이 공동체성을 가르치는 교육이 될 것이며 그래야 계층 간 위화감도 줄이고 경제적 수준을 넘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시보다 재정여력이 훨씬 낮은 수많은 지자체들이 이미 시행을 결정한 무상급식에 대해 낙동강 전선 운운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오 시장의 행태에서 우리는 복지와 관련한 어떠한 철학도 비전도 발견할 수 없다. 정부 정책치고 돈이 들지 않는 정책이 어디 있으며 표를 의식하지 않은 정책이 어디 있던가? 그럼에도 오 시장은 유독 복지만이 포퓰리즘이요, 세금이요, 매표행위라고 매도한다. 그러면서 그 스스로도 표를 구걸하면서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행태는 포퓰리즘을 넘어 반(反)복지 퍼포먼스이다. 오 시장이 시대의 흐름을 외면한 낙동강 오리알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남찬섭 |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 이 칼럼은 2월 22일자 경향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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