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아동복지법 개정 중단하라

인권사회단체 공동성명서

1. 최근 정부는 ‘부모가 불법 집회나 시위에 18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원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으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며, 이번 달 안으로 입법예고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유롭게 모이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며,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약속이다. 그러나 정부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추진한다는 이번 아동복지법의 개정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기본권 침해조치일 뿐이며, 어린이·청소년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다.

또한 정부가 집회·시위에 참가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원’이라는 이름을 덮어씌워 부모를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린이·청소년의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인 동시에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부모에게는 모욕적인 조치다. 정부는 부모가 집회장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억지로 끌고 와 자신의 아이를 방패막이 삼아 집회에 참여한다는 주장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자신들이 만든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자유발언대에 올라가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고 분명히 밝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동원’이라는 말로 언제까지 옭아 메려 하는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폭력과 불법 시위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정부 조치가 정작은 어린이·청소년에게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빼앗아, 사회문제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목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3.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금지된 장소·시간, 금지된 행위, 폭력성을 띤 집회나 시위에 한정해 아이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내세워 불법 시위를 운운하는 것은 갖가지 금지 사항으로 권리 제한법이 된 집시법으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아동복지법으로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옥죄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정작 어린이·청소년에게 위험한 것은 집회와 시위를 기본적으로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태도이며, 공권력을 동원해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고,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폭력진압이다.

4. 올 초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교외정치활동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학교 교칙으로 인해 학생의 표현과 결사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음에 우려하며, 모든 아동이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면 부모와 함께 집회에 참석하는 아이를 가려내 처벌하려는 엉뚱한 발상을 거두고 오히려 관변이나 국가행사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동원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학교교칙을 개정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집회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밝힐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2003년 10월 17일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중의료연합, 여성해방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교육연구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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