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10-10-20   3676

[복지국가 강좌후기①] 어떤 복지국가를 꿈꾸나? – 보편주의 복지국가


6.2지방선거를 통해 복지는 정치적 화두로 떠올랐고, 그 이후 복지국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주주의와 진보,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복지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상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복지국가는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과 결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진보의 것만은 아니고, 보수의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시민, 복지국가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6주간 복지국가 강좌를 준비했고,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인하대학교 윤홍식 교수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강연의 시작부분에서 복지국가의 역할이 확대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1,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초기 복지국가의 모습은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1970년대 이후 오일쇼크, 산업구조의 변화를 거치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이루어지고, 여성이 가지고 있던 돌봄의 기능에 대해서도 국가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즉, 과거에는 자본과 남성의 타협만이 주된 관심이었지만, 70년대 이후는 남성과 여성, 여성과 자본의 관계를 어떻게 타협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복지국가의 관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의 경우와 다르게 우리나라의 경우 두 가지 위험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복지국가가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필두로 복지가 쟁점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이것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하자는 것이 아니라, 온정주의적 정서가 작용했다고 봐야한다. 여전히 사람들은 보편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무상급식의 문제가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가는 하나의 돌파구일 수 있는 것이다. 이 한 가지 사안이 큰 효과를 보여준다면 보편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무엇일까? 이 강연에서 보편주의에 대한 개념과 쟁점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다. 보편주의의 개념에 대해 윤홍식 교수는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인구를 포괄하는 정책이고, 고정된 정책이 아니라 포괄하는 대상범위에 따라서 연속선상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수준의 문제이고, 여과장치를 가지고 있는 선별적인 것인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대립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대해 선별주의는 보편주의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모두 똑같은 욕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주의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선별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히려 잔여주의(자산조사에 의해서 기반한 선별주의)가 보편주의의 반대되는 개념이며, 잔여주의는 반대할 수 있지만, 선별주의를 반대할 수 없다고 했다. 선별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시민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들으면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막연한 개념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적인 보편주의가 아니라 현실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과 단순히 보편주의만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편주의라는 개념에 시민의 다양성과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루어졌다. 복지는 진보 혹은 사민주의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수의 것이기도 하고, 심지어 파시즘에서 조차 중요한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에는 사민주의 정당이 지금의 보수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보편주의를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편주의 복지를 반대했던 사민주의 정당도 정권장악을 위해서는 결국 다른 계급들의 동의가 필요했고, 이질적인 계급간의 연대가 이루어지면서 보편주의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서구와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초기 서구의 보편주의는 완전고용을 전제로 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완전고용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복지국가를 꿈꿔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한다. 즉, 소득보장을 넘어서서 비정규직, 자영업자, 노동시장 비참여자의 욕구를 모두 담아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연대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대라는 것은 내가 가진 자유를 내놓는다는 것이 어느정도 수준이 될지도 논의되어야 한다.

보편적인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를 포괄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모임에 가도 사람들이 각기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보편적의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만 해결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증세의 문제였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조세제도의 개혁(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 감세와 복지확대는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 수강생의 질문에서도 나왔지만 증세에 대해 시민들의 반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윤홍식 교수는 중요한 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매우 낮은 수준인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선복지확대 후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들로 하여금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장점을 보여준 다음에 그에 동의하면 증세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증세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것은 중요한 원칙이며, 감세와 복지확대를 같이 말하는 것은 믿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소득보장 중심에서 벗어나서 상품화, 일자리문제, 돌봄노동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중산층의 욕구를 반영하면서 저소득층을 포괄할 정책은 어떻게 구상할지, 공적부문과 민간부문을 어떻게 조화할지 등 아직까지 보편적인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윤홍식 교수가 말했듯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아직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에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관점하에, 당장의 합의가 아니라 실천적 경험을 통한 ‘연대’를 해야 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하자는 것은 시민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을 주는 것이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힘이다. 너무 조급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멀리 희망을 가지고 본다면 보편적인 복지국가가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언젠가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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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윤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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