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4-10   971

사회복지정책 공약 총괄평가와 16대 국회의 과제

16대 총선에 참여하는 각 정당의 사회복지정책 공약에 대한 금번 평가 작업은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첫째는 사회복지 관점에서 정당간의 차이를 식별하여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고, 둘째는 이를 계기로 사회복지 정책의 정치이슈화를 꾀하고 나아가 각 정당들이 정책정당으로 발전하도록 자극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금번의 작업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을 먼저 반성할 수밖에 없다. 굳이 변명하자면, 각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분명히 식별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자료를 획득하기 어려웠고, 실제 그러한 차이가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우리가 처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당이 발표한 공약문건들을 중심으로 평가한 금번 작업은, 공약의 신뢰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 당에 5개 문항의 보충질의서를 보냈고 그에 대한 회신을 함께 게재하여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하였다. 공약문건을 중심으로 한 평가는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으로 국한하였고, 서면질의는 민주국민당과 민주노동당을 포함하여 5개 정당을 대상으로 하였다. 불행히도 한나라당은 합의된 당론이 없다고 답변을 거절하였다.

부족하지만 금번 평가작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는 각 당의 사회복지 정책공약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빈약하였고, 기존 정책을 재탕하거나 나열식에 그쳐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 그리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구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복지이슈는 경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는 우리의 정치풍토와 더불어 총선거의 성격이 정권교체와 무관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는 전체적으로 빈약한 가운데서도 정당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비교적 풍부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당간의 복지이념의 차이가 반영된 측면도 있겠지만, 행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집권당의 프리미엄도 일부 작용하였을 것이다. 물론 제시된 공약에 대한 실천의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충질의서의 답변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복지정책 부문간에도 관심의 차이가 보인다는 점이다. 정당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빈약한 반면, 장애인과 노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공약을 제시하는 경향이다. 흔히 이야기되듯이 표를 가지고 있는 계층이냐가 관건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론에서 다루어지고 있지만,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현 정당들은 정책정당의 면모가 매우 부족하고 이에 따라 금번 선거 역시 정책선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복지이슈의 정치화를 위해서 보다 조직적인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황일 것이다.

보충질의에서는 복지예산 확충계획, 빈곤대책, 복지정책의 위상강화, 4대 사회보험 통합, 의료보험 재정안정 문제 등 각 정당의 전반적인 복지지향을 가늠할 수 있는 현단계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질의하였다. 이는 예산이라는 변수를 매개로 제시된 공약의 실천성을 검증하고, 나열식 공약들의 체계화를 유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응답을 회피한 정당도 있었고, 현재 각 정당의 응답이 모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다음에서는 금번 총선과 이후 구성될 16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회복지 정책과제들에 대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복지정책의 분야가 매우 넓기 때문에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절실한 현안문제인 사회보장제도의 재정립이라는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따라서 장애인, 여성, 아동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등 다루어지지 못하는 영역들이 많은데,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제16대 총선 사회복지정책 과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상황은 현재 회복기에 들어서 있지만 지난 수년간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양극화의 징후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와 UNDP의 빈곤연구 결과는 우리사회에 최소 400만 명, 최대 1천만 명에 달하는 빈곤층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대규모 빈곤층이 존재하는 배후에는 고용의 유연화 정책이 야기한 임시직ㆍ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급증(비정규직의 총수는 680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53%) 등 전반적인 사회구조의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빈민(working poor)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기업복지와 사회보장의 혜택에서도 제외됨으로써 구조화된 빈곤층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21세기의 사회보장제도는 이와 같은 '새로운 빈곤'에 대응하는 것을 일차적인 과제로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즉, 기존의 사회보장제도가 정규직 근로자와 일부 빈곤층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광범위한 노동빈민들을 포괄하도록 사회보장의 개혁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개혁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맞추어 사회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 하에 우선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사회보장개혁의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기초생활보장법의 충실한 시행

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빈민들의 사회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은 올 10월에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소요예산의 미 확보, 행정체계의 정비 부실, 그리고 일부 집단의 반대로 충실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충실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최저생계비이하 가구에 대한 확실한 생계보장과 의료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법정 급여액과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을 합산한 금액이 최저생계비를 상회해야 하며 의료보호법을 전면 개정하여 빈민들에 대한 의료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둘째,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행정체계의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무부서인 생활보호과를 국으로 승격, 인원을 확충해야 하며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지원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회복지전문요원을 확충하고 행정전산망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노동능력이 있는 저소득 실직노동자층을 위한 자활사업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교육, 일자리 제공 및 알선과 같은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 4대 사회보험 관리운영체계 통합

4대 사회보험 관리운영기구(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의 통합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의 절약, 국민과 기업의 행정 편의성 증진, 그리고 사회보험 미 적용자의 보험 적용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4대 사회보험 통합 추진기획단을 만들어 통합안을 만들었으나 복지부, 노동부 등 해당 부처의 반발과 소극적 대처 등으로 사실상 실효성 있는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안은 2년간의 연구 검토를 거친 이후에 2:2 통합(연금+의보통합, 고용보험+산재보험 통합)을 고려하겠다는 등 사실상 통합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없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 사회보험 통합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기는 하나 우선적으로 피보험자의 자격관리, 그리고 보험료 징수 업무를 한 기관(의료보험관리공단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 위탁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보험료 징수 업무는 조세 징수권을 갖고 있는 국세청으로 이관되어야 공평한 보험료 부과체계에 접근할 수 있다.

3. 비정규직,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의 4대보험 확대 적용

임시, 계약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이미 전체 임금근로자의 53%를 넘어섰고, 그 숫자만 해도 68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비정규직은 낮은 임금, 불완전한 고용 계약 등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여기에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산재보험, 고용보험, 의료보험 등의 적용에서도 제외되어 빈곤층으로 전락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이들을 사회보험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각 사회보험의 보험 적용 기간을 축소해야 하며(예, 3개월 고용에서 1개월 고용) 특히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험행정체계(예, 4대보험 통합)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부 행정체계로는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완전 적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필요하다면 가칭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 확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5년정도의 단계적 확대 계획 마련하고 사회보험 및 조세행정체계를 대폭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4. 의료보험 통합의 연착륙과 국고지원 확대

의료보험 통합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확보, 민원서비스의 개선 등 국민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 의보통합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각되는 것은 통합으로 인해 기득권을 상실하는 일부 집단, 그리고 통합을 추진하는 행정부의 행정적 미숙에 원인이 있지 통합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통합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보험료가 많이 경감된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의료보험 통합은 선진적인 의료보장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에 해당된다. 통합으로 선진적 의료보장제도의 기반이 마련되었으나 급증하는 진료비, 의료공급체계의 혼란 등은 의보통합의 내용을 새롭게 채워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국고지원 확대, 의료보험 수가체계의 정비 등 통합의 내용을 채우는 정부 정책이 대폭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5. 국민연금에서 제외된 국민의 적용 확대

국민연금에서 제외된 인구는 전체 경제활동의 1/3에 해당하는 5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국민연금 제외자는 나중에 후세대가 부담하는 보험료 보조금의 혜택을 못받게 되기 때문에 노후생활에 있어서 심각한 빈익빈, 부익부를 만들어 내게 된다. 연금에서 제외된 국민의 상당수는 실제 보험료를 낼 만큼의 소득이 없는 사람들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제외된 국민 중 일용직 등 임금근로자는 사업장 가입자로 편입시켜 보험료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하며, 노점상 등 영세 자영자, 그리고 실업자 등은 보험료 국고지원 혹은 고용보험에서의 보험료 대납 등을 통해 연금 자격을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또한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여 연금의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혹은 연금액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경우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 조정을 통해 최소한의 노후소득이 보장되도록 관련 복지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연금 미가입의 한가지 원인인 국민연금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연금관련 정보의 대국민 정보 공개, 그리고 연금운영과정에서의 가입자의 참여 확대 등을 현재보다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6. 현세대 노인의 생활보장: 경로연금 확대

현세대의 노인들은 우리 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이지만 연금의 혜택으로부터 완전히 제외되는 모순을 갖고 있다. 빈곤층의 상당수가 노인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층은 앞으로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국민연금에는 5년 가입한 노인에게 특례노령연금을 지급하지만 대다수의 현세대 노인들이 연금혜택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로연금제도는 실제로는 노령수당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본격적인 무갹출 노령연금에 못미치고 있다. 2000년도의 대상자수는 715,000명으로 협소하다. 급여수준도 생활보호대상자는 시행당시(1998. 7. 1)와 마찬가지로 4-5만원이고, 차상위 저소득층은 2만원에서 3만원으로 조정한 정도이다. 아직까지 급여대상과 급여수준이 시행전 계획(1997. 7) 만큼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시행당시(1998. 7)와 비교하더라도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지원단가의 소폭 인상 이외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따라서 경로연금의 대상을 대폭적으로 확대하고(전체 노인인구의 50%까지), 급여수준도 10만원 이상으로 현실화하여 현실적인 노후소득보장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장애인이나 피부양 아동을 가진 가구에 대한 지원도 이에 준하여 적극적으로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7. 자영자 소득파악 강화를 통한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달성

자영자 소득파악은 조세의 공평성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연금, 의료보험 등 의 형평한 보험료 부담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사회보험의 안정적 정착에 필수적인 사항이다. 정부는 99년에 국민연금 파동을 겪으면서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구성하여 몇 가지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영자 소득파악 강화를 위해 조세행정인프라를 강화하고, 부가가치세제 등의 개혁과 기장제도의 보급 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자영자소득파악은 표를 의식하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와 행정으로부터 독립되어 정부의 자영자 소득파악정책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무행정과 조세체계의 개편에 상당한 권한이 부여되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새로운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되어 정부정책을 견인해 갈 필요성이 있다. 자영자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회보험의 안정적 정착은 기대하기 힘들다.

8. 국민부담 완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정책 개혁

이상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정비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예방적, 사후적 소득보장제도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 국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과 의료 및 주거생활에 있어서 국민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는 정책이 더불어 시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소비 영역들은 국민의 삶을 구속하는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의 영역에서는 무상의무교육의 확대(중, 고교), 장애인 교육의 획기적 증대(특수교육진흥법 개정: 지역차원의 조사와 대책수립 의무화 등)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의료부문에서는 예방적인 보건의료체제의 확대, 의료보험의 자부담 완화, 특히 고액진료비의 자부담 완화 등이 전향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주거영역에서는 주택공급의 확대가 지속되어야 하는 것과 병행하여, 영구임대주택의 공급확대, 저소득층 주거비보조제도의 확대 등을 통하여 소유가 아닌 주거 중심의 주택문화를 형성하고, 국민의 주거비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영환 / 성공회대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