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8-10   371

편집인의 글

남북 화해의 역사적 흥분과 긴장감에 태풍조차도 잠잠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로 50년을 애타게 기다렸던 그 순간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야말로 어처구니없게 기회를 상실하는 어리석음을 다시 범하지 말자고 옷깃을 여미어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슴 벅찬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50년간의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만한 내실있는 준비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당장 남쪽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루어내기도 벅찬 상황일 뿐 아니라 언제 이러한 기회가 오겠는가 하고 마냥 나태하게 지낸 탓도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동안 민족의 분열을 당연시하면서, 절대로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이 더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씁슬한 마음이 앞섭니다. 어떻게 보면 흔히 이루어지는 역사의 왜곡이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제대로 되어야 하겠고, 또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는 것은 우리 시민사회의 역량이 그만큼 성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호의 특집은 "남북 교류와 한국 사회복지계의 과제"로 설정하였습니다. 아직 여러 가지 학문적 준비작업이 미흡하지만, 개괄적이나마 마음을 가다듬을 과제를 설정해보고, 또 사회복지 분야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교류들도 일별해 보자는 생각입니다. 물론 한번의 시도로 많은 정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남북문제가 막연하나마 희망적인 징조를 보이는 것에 비해, 국내의 여러 가지 복지 이슈들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의약분업과 관련된 분쟁, 공무원 연금제도의 재정위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정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들,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로 존재하는 비닐하우스 주민들과 만성신장병 환자들 등등, 돌아보는 것마다 과제아닌 것 없고, 민중의 한이 서리지 않은 이슈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제들 역시 남북문제와 전혀 별개의 문제일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사회나 문제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관건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시민의식의 문제라고 볼 때, 이러한 문제들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성숙된 노력이 곧 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성실한 작업이기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분열되었던 것의 다시 만남에는 단순한 물리적 봉합이 아닌 한 차원 높은 지양과 재정합의 성숙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위와 씨름하는 이 여름 동안, 분열되었던 것의 다시 만남의 진정한 의미를 숙고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바쁜 일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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