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12-10   1330

세밑에서 – 비닐하우스, 쪽방, 노숙자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뿌듯한 결실의 보람을 안고 따뜻한 둥지에서 새롭게 힘을 축적하는 안식의 계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만, 여전히 마음은 무거울 따름입니다. 지난 한 해 우여곡절 끝에 그리고 아직도 여러 가지 논란이 많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10월에 시작되었고, 그 전 9월에는 최저주거기준도 발표되는 등 복지세상을 향한 힘겨운 발걸음이 조금씩 띄어졌습니다만 어려운 사람들의 아랫목은 아직도 차갑기만 합니다.

최근에 주거연합에서 도시빈민 주거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은 이미 짐작했지만 장애발생률도 일반가구의 10배에 달하였습니다. 비닐하우스 촌의 경우에는 5년 이상 거주한 경우가 74%에 달하고 있어 빈곤의 고착화 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기에도 세입자가 50%를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주거지로서 존재 자체가 인정받지 못하면서 묵인과 단속의 악순환 속에서 빈곤이 고착화되면서 내부에서 다시금 계층분화가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충분한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잠정적인 주거지로 인정하면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반 사회정책적 서비스가 제공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무대책으로 일관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 특집으로 다루는 쪽방 거주자와 노숙자들은 이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정이 파괴된 사람들이니까요.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모든 잘못된 것들의 죄과를 한 몸에 뒤집어쓰고 있는 속죄양이라고나 할까요. 경기가 나빠지면서 늘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반쪽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지만, 쪽방같은 경우는 존재 자체가 최근에야 사회의 관심이 되었고 실태조차도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민간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어렵게 실태조사를 했습니다만, 관할 구청들은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데 대단히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사회에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능력이 얼마나 성숙해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동향에서는 금번 정기국회에 대한 시민운동 연합 모니터활동 중에서 보건복지 관련 부문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회에 대한 실망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겠습니다만, 우리는 언제쯤에야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국회를 바라보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빨리 변하는 세상은 좀 느리게 만들고, 느림보 복지개혁은 좀 더 채찍질하는 복지운동이 보다 힘차게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한 해 동안 복지세상을 위해 헌신하신 많은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리고, 새해에는 좀 더 희망을 가지고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영환 / 편집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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