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7-11   1336

건설업 부문의 산업재해은폐 : 원·하청 관계의 구조적 문제

건설공사에서의 원·하청 구조: 사용자 개념에서의 혼란발생

"산재은폐"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업무상의 재해를 산재보험에 의해 보상처리하지 않고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사적인 합의에 의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산재은폐는 연대원칙에 입각하여 사회적 위험을 분산하려는 사회보험제도의 취지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이중·삼중의 사회적 비용지출을 낳고,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중요한 사항이다.

건설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재해 중의 상당수가 산업재해로 신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산재은폐가 특히 건설업 부문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건설공사의 구조가 대부분 원·하청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건설공사의 궁극적 관리책임은 그 공사를 수주한 원청기업에게 있으나, 대부분의 공정은 하청을 통해 전문건설업체에 의해 시공되기 때문에, 실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하청기업인 전문건설업체의 근로자들이거나, 아니면 이들이 관리하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따라서, 이들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와 산재보험법 상 보험료를 납부할 책임이 있는 사용자의 개념에 혼란이 생긴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산재보험법에는 원청기업의 사용자가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할 법적 책임을 지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 책임이 하청기업에게 전가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산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원청기업의 재해율이 상승하여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이 제한되는 점 때문에 산재보험에 의해 정상적으로 보상처리를 하는 대신에 사적인 합의나 민간보험에 의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한 산재사고에 대하여 건강보험적용을 하게 되는 문제도 함께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일정한 금액을 받고 보상에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후유장애가 발생하거나, 보상수준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경우, 사용자와의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배제할 수가 없게 된다.

산재은폐의 실태

산재은폐는 이미 발생한 산업재해를 정당한 절차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처리를 받지 않고, 근로자와 사용자간에 합의에 의해서, 혹은 건강보험이나 사보험을 통해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이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산재은폐는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사용자와 근로자들의 합의를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태파악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조사는 이러한 산재은폐가 건설업 부문에서 얼마나 일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한 조사 (한국노동연구원, 1996, 전문건설협회, 2002에서 재인용)에 의하면 산재경험자 중 59%정도만이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았으며, 23%정도는 공상(公傷)으로 처리되어 보상받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00)나 노동건강연대 (2001)의 설문조사에서는 더욱 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전문건설협회의 조사 (2000)에 의하면 정상적인 산재보험 적용은 62%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38%는 하도급자의 비용으로 합의하거나 공상처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표] 건설일용근로자 산재보험 적용실태

한국노동연구원(1996)
한국비정규노동센터(2000)
노동건강연대(2001)
전문건설협회(2001)
산재보험으로 정상처리
58.8
30.9
46.6
62.3
공상으로 처리
22.7
31.8
36.8
37.7
민사로 해결
1.0
0.9
0.8
해당없음
보상받지 못함
17.5
22.7
19.2
해당없음

산재은폐의 원인과 대책

산재은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행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는 것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체의 시공능력평가와 국가계약법에 따른 정부발주 공사의 입찰자격 심사과정에서 당해 건설업체의 산재율을 반영하는 이른바 PQ (Pre-Qualification)상 가감점 제도이다. 즉, 산재율이 적은 기업은 높은 기업에 비해 정부 발주공사에서 유리한 낙찰조건을 갖도록 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당초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산업재해가 적은 업체를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은폐하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 건설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사적인 합의나 민간보험에 의한 보상에 의해 처리될 수 있는 재해의 경우에는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처리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산재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이 제도를 없애든지 아니면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 (예를 들어, 시공능력 평가시 산재율 반영정도를 지금보다 대폭 낮춘다든지)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산재율을 감안하는 것이 기업들로 하여금 산재예방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건설업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건설업체 내부에서도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간의 견해차이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 부문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산재은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입장과 건설업체의 입장, 그리고 근로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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