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6-11   2551

우리나라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현황과 과제

사회문제의 다양화와 다원화된 공익 서비스 생산

현대 사회는 점증하는 사회문제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여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 국가의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시장과 시민사회 영역을 포괄하는 민간부문의 참여와 자원동원을 통한 다원적 복지제공의 필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익적 서비스 생산에 민간부문이 참여하는 것은 국가의 노력을 보완할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나 특정 인구집단이나 지역에 한정되어 있는 사회문제, 혹은 실험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의 정책이 결국 조세 수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회문제와 요구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양한 사회문제와 요구에 대해 민간부문의 자원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것은 시민사회 영역의 연대의식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공익적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있어 민간부문의 참여는 전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사회통합을 촉진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자조적 복지 공급체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계몽된 시민(enlightened citizen)으로서 기업에게 부과되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종종 기업의 임의성과 자발성에 기초하는 자선적 행동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기업에게 사회적으로 이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에는 UN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합의가 도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실태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는데, 본격적인 활동은 현대, 삼성 등 재벌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원을 할당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 한국 기업들은 기업주의 사재를 기반으로 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장학재단이나 문화재단 등을 통해 자선적 활동을 실시하여 왔으나,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기업 단위의 자산 및 사업비 출연을 통해 본격적인 기업재단 설립이 이루어졌으며, 기업 내부에도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하는 부서나 직원을 배치하기 시작하였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공헌 전담인력은 100명을 넘는다 (아름다운재단, 2005)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재단을 통해 사회복지기관이나 단체 등의 사업이나 운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함으로써 민간 영역에서 새로운 자원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으며, 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1990년대 후반에 출현한 공익적 모금조직의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삼성복지재단이나 아산복지재단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지원 사업은 이러한 예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대기업들은 기업재단을 통해 직접 사업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아산복지재단 (현대그룹)이 중앙병원 (현 아산병원)을 설립하여 직접 사업을 실시하거나,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생명)이 삼성병원을 운영하는 것 등은 기업이 비영리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을 하나의 경영전략으로 채택하여 매우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실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한해 평균 35억원 이상을 공익적 기부금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아름다운재단, 2005). 같은 조사에서 조사대상기업의 19%가 사회공헌 전담조직을 두고 있으며, 전담조직은 없지만 전담인력을 배치한 기업이 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관심은 2000년도 이후에 급증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공익적 모금조직과 지원조직들이 활발하게 설립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민간의 비영리단체들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을 개선하는 전략적 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동원해야 할 시민사회 부문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자원의 공급처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공익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재단, 2006),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조직의 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 및 훈련 서비스이며, 많은 공익활동가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은 기업들이 이러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자사의 사회공헌 전담조직을 통해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하여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시민사회 영역의 지원조직과 공동사무국을 운영하면서 특정한 사회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고, 저소득층의 자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문제와 요구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참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국가는 국민의 보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제도적 프로그램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 책무를 기업이 대신 수행함으로써 사회문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위축시키고, 사회문제에 대한 기업의 지배를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논리에 따라 사회문제 상품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는 동기는 다양한 이론들에 의해 설명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여러 조사에 의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그리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등에서 일관성 있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 기업들에 문화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공헌활동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기부 문화

우리나라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수 대기업의 주도성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실적을 기초로 분석한 결과, 모금액의 70%가량이 기업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개인의 기부금은 20%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 기부금의 대부분은 소수의 대기업이 기부하는 대규모 기부금이며, 중소기업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상공인들의 기부는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익적 기부금 중 기업 기부금의 비중이 높다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하기는 힘드나, 상대적으로 기업가나 개인의 기부금 비중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의 기부보다는 기업가의 기부에 의한 공익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공익재단의 경우에도, 기업의 출연에 의해 설립된 경우보다는, 기업가 개인이나 그 가족에 의해 설립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더 많다(예: Rockefeller Foundation, Ford Foundation 등).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가의 기부와 기업의 기부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면이 있다.

기업사회공헌활동 영역의 다양성 부족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사회복지분야를 가장 중요한 사회공헌활동 영역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비중을 기부금액의 규모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저소득 가구의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포함하여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지원은 전체 기부금의 56%를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확대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자원의 총량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국가나 공공부문의 주도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사업이 기업의 부담으로 유보되는 현상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문화진흥, 환경보호, 시민단체지원 등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서, 이 영역에 대한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활동의 외부효과 (환경파괴, 개인정보의 유출과 원치 않는 정보에의 노출, 문화적 기회의 상업성 심화 등)를 감안할 때, 현재의 기업사회공헌 활동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내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영역과의 관계에서 기업 주도성이 지나치게 강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됨에 따라 기업 내에 설치되어 있는 사회공헌활동 전담부서 및 조직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중요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내의 사회공헌활동 전담조직이나 부서, 전담인력이 배치됨에 따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전개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내 사회공헌 전담조직의 활성화는 기업의 직접적 기부활동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시민사회 영역과의 협력 및 연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공익재단이나 모금조직 등과의 협력관계를 활용하여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직접 기부방식을 택하는 비율이 높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의 70%는 사업을 기업에서 직접 기획하고 대상을 선정하는 직접 기부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공익재단 등 공익적 비영리 조직에 기부하거나 자사의 기업재단에 출연하는 경우도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직접 기부방식을 택하는 비율이 높다.

기업이 직접 기부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기부금액의 규모가 적을 때 행정비용과 의사소통비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제한적인 대상자들에게 현금 지원방식으로 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어떤 경우에는 시민사회영역의 비영리조직들의 사업관리 및 수행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의 직접 기부방식이 증가하게 되면, 이슈 제기의 적합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의 선별성과 임의성이 커지고 사업 수행에 있어서의 전문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직접 기부방식을 선호하게 되면, 사회문제 예방과 해결에 있어 시민사회영역의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놓치게 되어, 궁극적으로 공익적 서비스의 생산과 공급도 기업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사회공헌활동의 과제

사회복지와 장학사업에 집중되어 있는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영역이 다양하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문제,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한 기업의 관심 등 다양한 대상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직접 기부보다는 공익재단이나 신뢰도 높은 모금기관에 기부함으로써 사회공헌활동의 보편성과 적절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경영환경이나 담당부서의 여건에 따라 규모와 내용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직접 기부 방식보다는 기금(fund)이나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사업의 공익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기업의 직접 기부는 공익적 비영리조직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비영리 영역에서의 자원동원 능력과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공익재단이나 모금기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감시 (social audit)를 공식화함으로써 공익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결국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영환경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는데에도 기여하게 된다. 다만, 기업의 사회공헌홛동이 지나치게 전략적으로 인식되어, 기업에게 부과되는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배제된 채 기업의 논리와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아름다운재단 (2005), 2005 기빙인덱스

예종석 (2003) “우리나라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관한 연구,” 아름다운재단 Giving Korea 2003.

전국경제인연합회(2004), 『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전국경제인연합회

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dongwoo@ka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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